'세상'이라는 이름의 명문대학

나의 북극성을 찾아 떠난 여행

등록 2016.01.18 15:16수정 2016.01.18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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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재능 있고 성실하며 순종적인 고3의 수험생은 본인은 물론, 가족과 학교에서도 서울대학교 합격을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시험결과는 모두의 기대와는 다른 것이었습니다.

바로 다음해의 서울대 재도전으로 방향을 정하고 또다른 1년을 수험생으로 지냈습니다.

어제(1월 15일), 그 수험생이 모티프원에 왔습니다.

작년에 재수를 결심하고 가족과 함께 왔던 곳을 홀로 왔습니다. 저는 그녀와의 긴 대화와 메일을 통해 그녀의 열망과 도전의 과정을 잘 알고 있었던 터라 지난 1년간의 수형(受刑)생활같은 수험생활을 끝내고 내 앞에 모습을 드러낸 그녀를 보자 영어의 몸에서 풀려난 자식을 맞은 것처럼 반가웠습니다.

그녀가 다녀간 날 저녁, 고등학교 교사 한 분과 그 분의 친구 분인 신문사 논설위원께서 오셨습니다.

서울대가 그녀의 일년을 결박했던 상황에 대해 말했습니다.

교사께서 말했습니다.

"우열반의 편성과 수많은 학교에서의 강제와 억압에 대한 문제점들을 교사들도 잘 알고 있지요. 하지만 한 명이 서울대에 합격하면 그 모든 잘못들이 모두 용서받습니다. 여전한 학교의 현실이지요."

그 선생님의 말을 논설위원 친구가 받았습니다.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한 명의 서울대생 배출을 위해 200명의 학생이 희생되지요."

#2

헤이리 이웃 몇 분과 파주시청에 다녀올 일이 있었습니다. 동승한 차 안에서 중등학교와 대학의 역할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교사이기도 했던 제 이웃이 말했습니다.

"고등학교가 수학문제 정답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이미 그것을 대신해주는 스마트폰 수학교사 앱이 나와 있으니까요. 수학문제를 카메라로 비추면 사칙연산은 물론 분수나 제곱, 방정식도 풀어준다는군요. 대학 또한 위키피디아 사전에 나오는 것을 가르치는 곳이 되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근본적으로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에 대한 정의가 다시 내려져야할 것입니다."

'교육을 바꾸는 사람들'이란 비영리 공익단체의 몇몇 식구들께서 교육을 고민하기 위해 워크숍으로 모티프원에 오셨습니다.

낮 세션을 마치고 저녁식사를 위해 나가시는 분들께 인사를 대신해 질문을 드렸습니다.

"교육의 무엇을 바꾸는 분들이신가요?"

불쑥 의외의 질문을 받은 분들께서 누구도 선뜻 대답에 나서지 않았습니다. 그분들의 표정에서 읽을 수 있는 정황은 너무나 많은 대답 중에서 무엇부터 추슬러 답해야 될지를 난감해하는 것이 분명했습니다.

저는 다시 질문을 단답형으로 바꾸었습니다.

"선생이 바뀌어야할 대상입니까?"
"예."

"학부형이 바뀌어야할 대상입니까?"
"예."

"학생도 바뀌어야할 대상입니까?"
"학생은 바뀌어야할 주체가 아니라 영향 받는 존재인 것 같습니다."

낮에 대면했던 막 수험생의 위치에서 벗어난 그녀는 대학에 입학할 3월초까지 십수년만에 주어진 자유를 어떻게 요리할지에 대해 고민 중인 듯했습니다.

어두운 동굴에서 막 나와 빛에 노출된 사람처럼 눈부심이 그녀의 시야를 막은 듯 싶었습니다.

저는 그녀에게 길 위에 오를 것을 제의했습니다.

"이제 교과서에서 눈을 떼고 길 위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얘기에 귀를 열어봄이 어떨까. 나는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삶이 있는 세상이 가장 명문대학이라고 생각해. 그곳에는 우리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깊이 절망한 사람도, 우리가 도저히 생각지도 못한 방법으로 그 절망을 이긴 사람들이 수두룩해. 그분들은 등록금을 요구하지 않는 최고의 교원들이지.

혹시 여행을 떠난다면 그 여행 이름을 '나의 북극성을 찾아 떠난 여행'이라고 이름해도 좋을 듯싶구나. 밤바다를 항해할 때도 항해할 방향을 잃지 않게 해주는 내 인생의 북극성을 그 사람들의 틈에서 찾아오는 거지. 정말 여행을 떠난다면, 돌아온 후 혹 짬이 난다면 내게도 세상이라는 대학에서 배운 것들을 좀 전해줘. 그때 당신은 나의 스승이 되는 거야."
덧붙이는 글 모티프원의 블로그 www.travelog.co.kr 에도 함께 포스팅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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