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에게 총선은 없다

[이슈분석] 두 번째 창당 선언한 안철수 탐구

등록 2015.12.23 16:04수정 2015.12.23 1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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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탈당파와 신당 창당 선언 새정치민주연합을 탈당한 안철수 의원이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후속탈당한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김동철 의원과 함께 신당 창당 구상을 발표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 남소연


지난 21일 안철수 의원이 두 번째 신당 창당을 선언했다. 처음은 지난 2013년 11월 28일이었다. 꼭 2년 1개월여 만에 그는 다시 자신의 이름을 건 정치세력화에 나섰다. 앞선 대통령 선거 출마까지 포함하면 세 번째 정치적 도전이 되는 셈이다. 많은 것이 달라졌다. 그 사이 '새정치'는 낡은 단어가 됐고, 그도 더는 '정치 신인'이 아니다. 안 의원은 익숙한 정치인이 됐다. 또 신당 창당은 이제 새정치연합의 '분당'(분열)으로 여겨진다.

안 의원의 가장 큰 딜레마는 이러한 '분열의 프레임'이다. 첫 창당을 준비했을 때는 '새로운 세력'으로 중도를 기반으로 하는 제3 지대에 정당을 세우는 것이었다. 지방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복수의 야권이 경쟁한다는 것에 불안감이 있었지만, 그에게 '야권 분열'의 책임을 묻는 목소리는 크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다. 총선을 앞둔 가운데 '탈당'과 '신당 창당'의 과정은 분열 그 자체이다. 거기에는 책임이 따른다.

총선 승리를 말하지 않는 이유

안 의원은 당 혁신안에 문제를 제기하면서부터 "이대로는 승리할 수 없습니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표의 '문-안-박(문재인, 안철수, 박원순) 연대' 제안을 거부하고, 혁신 전대를 역제안하는 과정에서도 계속 반복했던 말이다. 그때마다 약간의 단어 차이는 있었지만 '문재인 체제로는 총선에 승리할 수 없고, 정권교체도 어렵다'라는 뜻을 담고 있었다. 혁신 전대를 제안한 것 역시 총선 전 이벤트를 통해 국민의 관심을 일으켜보자는 취지였다.

결국, 새정치연합으로는 총선 승리가 어렵다는 게 안 의원의 주장이었고 탈당의 명분이었다. 하지만 탈당을 선언하고 신당 창당의 뜻을 밝히면서 그는 '총선'을 거의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정권교체'라는 단어가 수차례 등장한다. 그의 탈당과 새로운 정치세력화의 목적이 총선 승리보다는 차기 대선에서의 정권교체에 맞춰져 있음을 알 수 있다. 총선은 대선을 위해 주요 지지층인 중도성향 유권자와 무당파들을 결집하는 발판 정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목표는 결과적으로 '야권의 패배'를 의미한다. 분열된 야권이 다수당이 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재로써 내년 총선에서 '야권의 승리'라고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은 새누리당의 과반의석을 저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안 의원은 지난 기자회견에서 내년 총선 목표를 묻는 말에 "최소한의 마지노선은 개헌저지선 확보"라며 "새누리당이 200석 이상 가져가는 일은 어떤 일이 있어도 막겠다"라고 말했다.

야권의 총선 승리를 명분으로 탈당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과반 저지'가 아닌 '개헌선 저지'라는 목표를 제시한 것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이다. 결국, 안 의원은 지난 22일 대전을 방문한 자리에서 총선 목표를 다시 묻는 말에 "야당이 승리하려면 150석 전후를 당선시켜야 한다, 신당이 야권을 대표하게 된다면 100석 이상은 당연히 돼야 한다"라며 "다른 야당들이 30석, 40석 할 때 그렇게 합쳐서 150석은 돼야 한다"라고 말을 바꿨다.


안 의원 측은 "말은 바꾼 건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애초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면 '안철수 신당'의 독자적인 개헌저지선 확보는 별로 의미가 없다. 이런 점에서도 안 의원의 행보가 당장 총선보다는 한 걸음 더 나아간 대선에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신당 창당 계획 발표 회견에서 "첫째, 반드시 정권교체를 하겠습니다... (중략) 둘째, 국민이 원하는 정권교체를 하겠습니다"라고 밝힌 것처럼 안 의원에게는 첫째도 둘째도 대선인 상황이다.

안철수의 2013과 201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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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의원, 김성식 의원 합류 "천군만마 얻은 마음" 안철수 무소속 의원과 윤여준 새정치추진위원회 의장이 지난 2014년 1월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새정추 사무실에서 열린 공동위원장단 회의에서 공동위원장으로 합류한 김성식 전 의원을 반기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김성식 새정추 공동위원장은 "국민의 마음속에서 새정치의 열망을 일으켜 대한민국 정치를 새롭게 할 수 있는 준비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유성호


안 의원의 신당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물과 정책이다. 거대 양당과 얼마나 차별성을 만들어 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안 의원의 지지층은 새누리당과 새정치연합을 지지했던 일부와 지지 정당이 없던 층이다. 탈당 이후 양당의 지지율과 무당파층이 감소했다. 그러므로 지지기반이 강하다고 할 수는 없다. 신당의 면면이 별반 다르지 않다면, 지지자들은 자신들이 있던 곳으로 돌아갈 것이다.

그 성공 가능성을 살펴보려면 그가 처음 창당을 선언했던 2013년과 비교해보면 쉽다. 당시 안 의원은 "합리적 보수와 성찰하는 진보"로 자신의 세력을 정의 내렸다. 그의 설명대로 보수 쪽에서는 윤여준 전 장관, 김성식 전 의원 등이 결합했고, (진보라 하긴 어렵지만) 민주당을 나온 이계안, 김효석 전 의원, 송호창 의원이 새정치추진위원회에 함께했다. 현직 의원은 2명뿐이었지만 지방선거를 앞두고 신당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당시 정당 지지율을 보면 안철수 신당은 민주당을 압도했다. 특히 호남에서는 지지율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렇지만 안 의원은 지방선거 직전인 지난해 3월 김한길 대표와 함께 민주당과 통합을 선언했다. 통합 당시 안철수 신당과 민주당의 지분을 '1:1로 한다'는 원칙이 있었지만 실현되기는 어려웠다. 광역단체장 후보 중에서 안 의원 쪽 인사라고 할 수 있는 건 윤장현 광주시장 정도였다. 그만큼 '참신한 사람'을 찾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2015년의 신당은 다를까? 아무래도 지방선거보다 무게감이 더 큰 총선을 앞두고 있으므로 더 많은 명망가가 안 의원 주변에 모일 가능성이 크다. 지난 21일 기자회견에서 안 의원은 김동철, 문병호, 유성엽, 황주홍 의원 등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인사들과 함께했다. 문 의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호남 출신 의원이다. 여기에 23일 탈당을 선언한 임내현 의원까지 결합한다. 박지원, 권은희 의원을 비롯해 추가 탈당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한길 전 대표 등 수도권 비주류가 움직일 수도 있지만, 즉각적인 탈당보다는 이후 상황을 지켜보며 순차적으로 탈당할 가능성이 크다. 결과적으로 당분간 안 의원 주변에는 새정치연합을 탈당한 호남의 현역 의원들이 서게 될 전망이다. 문제는 이들이 안 의원이 제기하는 '세상을 바꾸는 정치'에 얼마나 부합할 수 있는지다. 특히 호남에서 현역의원을 찍지 않겠다는 여론이 50% 가까이 나온다는 것도 안 의원에게는 부담될 것이다.

더욱 근본 고민은 정당의 정책에 있다. 새정치연합은 안 의원이 대표가 되면서 새로운 정강·정책을 마련했고, 그것이 현재까지도 거의 유지되고 있다. 이미 안 의원의 생각이 많이 담겨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 신당의 정강·정책과 기존 새정치연합의 차이를 묻는 말에 안 의원은 "새정치연합은 정강·정책을 실천으로 옮기지 못하고 있다"라며 "우리는 참여자 모두의 뜻을 모으고 반드시 실천하겠다"라고 말했다.

○ 편집ㅣ곽우신 기자



#안철수 #안철수 신당 #새정치연합 #문재인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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