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리본 달아 달라는 말도 죄송스럽다"

[현장- 전남대] 고 오준영군 부모 오홍준·임영애씨가 말하는 '세월호 청문회'

등록 2015.12.22 12:57수정 2015.12.22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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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15일째 되는 날인 21일, 고 오준영(단원고)군의 부모인 오홍준·임영애씨가 광주 북구 전남대를 찾아 '세월호 청문회 결과와 이후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도중 임영애씨가 눈물을 닦고 있다. ⓒ 김건휘


"엄마 노릇은 못했지만, 어른 노릇은 해야죠."

세월호 참사로 아들을 잃은 임영애씨는 "끝까지 가겠다"고 말했다. "처음 준영이를 잃었을 땐 '왜 하필 나야'라는 생각에 그저 분했"다. 하지만 이젠 "내 아들이 왜 죽었는지 밝히고, 더 이상 세월호 참사 같은 일로 아이들이 죽는 일이 없도록 만드는 것"이 임씨의 바람이다. 진상규명, 그리고 안전사회 건설. 이 두 가지는 세월호 가족들이 생각하는 '끝'이자, 다음 세대에 물려줘야 할 '어른 노릇'이다.

세월호 참사 615일째 되는 날인 21일, 고 오준영(단원고)군의 부모인 오홍준·임영애씨가 광주 북구 전남대를 찾아 '세월호 청문회 결과와 이후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 시작 전 한 학생이 쿠크다스를 갖다줬는데, 아들이 되게 좋아했던 과자"라며 운을 뗀 임씨는 "이번 청문회를 통해 사고 당시 해경은 아무 것도 하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고, 만약 그러한 해경이 없었다면 우리 아이들은 살지 않았을까"라며 눈물을 훔쳤다(관련 기사 : 세월호 특조위 청문회가 밝혀 낸 '사실과 의혹').

오씨는 "(청문회가 열린) YWCA 앞에 방송사 중계차가 쭉 늘어져 있었지만, 정작 청문회 과정은 기사 몇 줄로 끝나더라"라며 "참사 직후 스스로 반성하겠다던 언론은 지난 1년 8개월 동안 변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특조위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답답한 마음을 드러냈다(관련 기사 : 세월호 잊은 지상파 빈자리, 인터넷방송이 메웠다).

"국민들에게 노란리본 달아달라는 말도 죄송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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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15일째 되는 날인 21일, 고 오준영(단원고)군의 부모인 오홍준·임영애씨가 광주 북구 전남대를 찾아 '세월호 청문회 결과와 이후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 김건휘


지난 2월 김경일 전 해경 123정장의 1심 재판 이후 약 10개월 만에 만난 임씨는 길었던 머리를 싹둑 잘라 바가지 머리를 하고 있었다. "준영이가 너무 보고 싶어서, 생전의 준영이 머리처럼 잘랐다"는 임씨는 "민영(준영군 여동생)이가 내 머리를 자꾸 만지면서 '오빠, 오빠'라고 부른다"며 옅은 미소를 내보였다.


임씨가 입은 옷의 양 팔에는 각각 "만지고 싶습니다", "보고 싶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혀 있었다. "뼛조각이라도 만지고 싶은 미수습자 9명의 가족과 이제 뼛조각도 볼 수 없는 희생자 가족들의 마음"을 담은 문구다. 이토록 간절하기에 세월호 가족들은 청문회 과정을 지켜보며 눈물을 흘리고, 가슴을 내려칠 수밖에 없었다.

"특별법도 반쪽짜리로 출발했고, 현직 대통령에 의해 시행령도 떨어져 나갔다. 우여곡절 끝에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출범했고, 짧은 기간 동안 준비해 청문회를 열었지만, 증인들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새누리당 추천 특조위원들은 아예 불참했다. 이들은 대통령은 조사 대상이 아니라고 말했지만, 우리가 언제 대통령의 사생활을 밝혀달라 했나. 참사 당시 청와대의 대응은 적절했는지, 지휘체계는 어땠는지 검토하자는 것 아닌가(관련 기사 : 박근혜 청문회? 제2의 세월호 막는 청문회입니다)." - 오준영군 아버지 오홍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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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담회가 끝난 뒤, 한 청중이 오홍준씨를 껴안으며 응원을 보내고 있다. ⓒ 김건휘


임씨는 청문회 당시 박상욱 경장(세월호 참사 당시 해경 123정 승조원)의 "학생들이 철이 없었는지 (배 밖으로) 내려가지 않았다"는 발언을 떠올리며 울분을 토했다. 임씨는 "(박 경장의) 그 말을 들었을 때 '살려고 그런 거야 X새끼야'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임씨는 "우리 부부가 쌈닭부부라고 소문이 나 있는데 욕하고 칭찬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며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이런 아내를 보며 오씨는 "우리가 본의 아니게 쌈닭부부가 됐지만 사실 욕 많이 안하고 잘 하지도 못한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 청중이 "우리도 끝까지 함께할 것이며, 노란리본도 항상 달고 다니겠다"라고 말하자 임씨는 "사실 노란리본을 달아달라는 말도 죄송스럽다"고 답했다.

"지금도 전국을 돌아다니며 많은 사람을 만나는데, 어떤 분들은 노란리본을 보고 '세월호충'이라며 '이제 좀 그만하라'고 말하기도 한다. 나야 내 새끼 일이니 그런 폭언을 감수할 수 있지만…. '시민들이 노란리본 달았다가 저런 이야기를 들으면 어떡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노란리본을 기억하는 시민들을 볼 때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동이 밀려온다. 정부가 아무 것도 안 하고 있을 때, 국민들은 기적의 노란리본을 만들었다."

끝으로 임씨는 도덕·윤리 교사가 꿈이라는 전남대 사범대 학생의 발언을 듣고 "꼭 학생들에게 이런 걸 가르쳤으면 좋겠다"며 말을 맺었다.

"수동적인 아이가 아닌, 능동적으로 내 주장을 할 수 있는 그런 아이들이 될 수 있게 가르쳐주세요. 아이들에게 무조건 '어른 말 잘 들어라' 이런 말은 절대 안 하셨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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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참사 615일째 되는 날인 21일, 고 오준영(단원고)군의 부모인 오홍준·임영애씨가 광주 북구 전남대를 찾아 '세월호 청문회 결과와 이후 방향'을 주제로 간담회를 열었다. ⓒ 김건휘



○ 편집ㅣ박혜경 기자

#세월호 #참사 #청문회 #전남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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