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 대상이 스스로 개혁한다니... 조계종의 모순

[불교닷컴 릴레이 기고] 송담 스님 탈종을 대하는 총무원 태도

등록 2014.11.17 17:32수정 2014.11.18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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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부대중 릴레이 기고 '파사현정'. 시대의 마지막 선지식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은 경책이자 화두다. 1962년 가깝게는 1994년 개혁정신을 되돌아보게 한다. 조계종으로 대표되는 포장된 한국불교의 정체성을 적나라하게 형해화시키는 위기다. 하여, 가면을 벗고 민낯을 드러내야 한다. 전도된 수행가풍을 다잡고 계율로 돌아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래서 위기는 기회다. 사부대중이 뼈아픈 자성과 대안을 릴레이 기고한다. 참회, 비판, 발심, 대안... 사부대중의 다채롭고 지속적인 기고를 기다린다. - 기자 주

조계종은 한국의 대표적 불교 종단이자 선종을 표방한다. 불가에는 다양한 좋은 수행법이 많지만, 선종의 대표적 수행 방식은 참선수행이다. 종단 내의 치열한 참선수행을 지향하는 이판승이 조계종단의 기초를 이루는 이치다.

한편, 승려들은 세상 일반인들의 사표가 되어 그들 속에서 부처님 가르침을 널리 펼치고 동시에 승단의 운영도 해야 한다. 종단에서 이 부분을 총괄하고 있는 곳이 총무원이라는 행정조직이고 사판이라 불린다.

종단 내의 이 두 집단은 서로의 역할을 인정하고 존중해 왔으나, 불행히도 최근 그 균형이 깨지는 사태가 발생했다. 세속에 물든 총무원이 사표로서의 모습은커녕 세속보다 더욱 타락한 모습과 더불어 조계종단의 수행가풍을 뒷받침해온 수행 집단을 흔들고 오염시킨 상황이다.

그것은 한국불교의 상징적 수행승인 송담 스님의 "수행가풍이 다르기에 서로 가는 길이 다르다"는 조계종 탈종 선언으로 요약된다. 이는 선종을 표방하는 현 조계종단의 정체성을 묻는 것이기도 하다. 이미 90세에 가까운 송담 스님은 평생 참선수행 외에 한 눈을 판적도 없이 그동안 종단 스님들의 수행과 복지를 위해 몇 십억 원씩 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종단 총무원은 반성하기는커녕, 송담 스님이 법인이나 주지직 때문에 저런다고 몰아가는 매우 수준 낮은 프레임 씌우기를 자행했다. 그동안 끊임없이 지적되던 현 총무원 집행부의 부정부패로 인한 종단 문제가 그 범위를 넘어 종단 정체성으로까지 발전한 셈이다.

어느 종교집단이건 개인의 비리와 부패가 있다. 이는 언제고 반성과 참회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그래서 되도록 적정 수준에서 언급을 삼가고 기다리는 자세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 상황은 다르다. 총무원장에게 종단권력이 집중된 체제에서 총무원장 연임 중단이나 송담 스님 탈종에 대한 시정을 요구한, 수행을 기본으로 하는 전국선원수좌회의 의견이 모두 무시당했다.


이런 상황에도 침묵하는 것은 출가와 재가를 막론하고 불자라면 온당하지 않다. 이는 종단에서 재물과 권력이 수행을 대체하는 중요한 가치로 자리 잡았음을 말해주며, 조계종단이 선종이라는 정체성을 잃고 종교장사 집단으로 전락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생각해 보면 현 총무원장에 의한 종단 정체성 파괴는 과거 사대강 사업이라는 권력의 생명생태 파괴에 반대하면서 사회에서 소외된 약자에 대한 배려를 위해 소신공양한 문수 스님에 대한 총무원 대응으로 암시된 바 있다. 생명에 대한 한국불교의 살아있는 정신을 보여줌으로서 한국 불교계의 한 획을 그은 소신공양을 당시 정부 권력의 눈치를 보면서 철저히 말살했던 총무원의 행태가 있었다.

개혁 대상이 스스로 개혁을 한다니...

너무도 많은 사안으로 안팎의 비판에 직면한 총무원장은 종단 스스로의 자정과 쇄신을 위한 결사본부를 만들어 진정한 종단 만들기를 약속했다. 하지만, 몇 년이 지난 지금 결사본부의 유무와 상관없이 끊임없는 총무원의 부정과 비리가 지속되어 왔다. 이는 불교 개혁과 실천을 위한 과거의 결사운동이 밑으로부터 일어난 것과는 달리, 권력집단에 의해 의도적으로 시작된, 위로부터의 결사가 지닌 한계를 보여준다.

그동안 종단의 무엇을 자성했고, 무엇이 쇄신되었는가? 밑으로부터의 결사와 다른 형태로 시작된 권력형 결사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 없었기에 자신의 기반인 총무원 자체에 대한 치열한 자성 및 쇄신을 구체화하고 개선하기에는 그 시작부터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 점에서 권력형 결사는 총무원 외부에서도 충분히 할 수 있는 기도와 참회 내지 순례라는 안이한 형태에 머물렀다. 총무원 쇄신은커녕 결과적으로 총무원 내부의 병을 유지하고 더욱 깊게 진행시킨 셈이 되었다. 병이 너무 깊어 약이 아니라 수술이 필요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의 몸에 수술용 칼을 차마 대지 못한 것이었다. 권력형 결사본부 자체가 종단의 자정과 쇄신의 문제점을 그대로 드러낸 셈이다.

비록 결사본부는 진정성을 가지고 임하였을지는 모르나, 결과적으로 결사세력의 주축인 총무원이라는 기득세력의 강화 그리고 만연한 부정과 비리에 대한 변호와 방어 역할을 하게 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권력형 결사는 최근 송담 스님 탈종이라는 종단의 정체성 문제뿐만 아니라 말 바꾸기와 돈으로 점철된 총무원장의 연임과 종회 구성에 대하여도 실효적 쇄신 방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같은 문제제기에 대하여 어떤 이는 사실이 아니라면서 비방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어느 부분이 사실이 아니라고 당당하게 말하지 못하고 있다.

또 어떤 이는 밖에서 외치지 말고 안에서 조용히 말하라고 점잖게 이야기하지만, 밖의 외침도 못 듣고 옆의 작은 목소리만 듣는다면 내부 결속은 될지언정 대외적으로 당당한 자정과 쇄신과는 거리가 있다. 이는 권력집단 내부의 소용돌이 속에서 같이 돌아가는 상황보다는 한걸음 물러서 있기에 더욱 잘 보이는 이치와 같다. 3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작은 목소리가 필요하다면 그 집단은 이미 죽은 것 아니겠는가.

무엇을 자정하고 무엇을 쇄신했는가

특히 이처럼 종단에 대한 비판을 비방이라 하거나 좋은 것이 좋다는 식으로 넘어가는 이들의 논리는, 지적된 문제점에 대하여 진지한 논의를 하려는 자세가 아니다. 오히려 비판하는 이들에게 시선을 돌리게 함으로서 문제의 공론화를 교묘히 피해가기 위한, 세속 정치판에서 종종 사용하는 방식과 그다지 다르지 않다.

지적을 인정하면서도 대안이 없기 때문에 현 총무원이라는 부패의 악취 속에 남아 무언가를 하겠다는 입장도 있다. 그런 입장을 취하는 이들에게 진정 묻고 싶다. 스스로의 몸에 과감히 수술의 칼을 댈 수 있느냐고. 그렇지 못하고 반창고나 바르면서 병이 낫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병이 깊어지는 것을 더 도와주는 것이니 그런 행위는 멈춰야만 한다고 말이다.

결사본부장인 도법 스님도 야기된 여러 문제점에 대하여 현실적 대안이 없기에 순례와 기도 혹은 참회 법회를 하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과거 도법 스님께서 새만금 개발에 대한 '생명평화탁발순례단'으로 행동하실 때 과연 현실적 대안을 가지고 있었나. 새만금 개발에 대한 현실적 대안이 아니라 생태와 생명이라는 다른 관점으로 새만금을 바라보는 것이었고, 개발론자들과 지향하는 가치가 다른 것이었다.

최소한 그런 상황은 아니라며 편승을 거부하고 우리가 나가야 할 바람직한 방향을 사표로서 소리 높여 외치지 않았는가. 대안이 없어 부패한 집단 안에 있겠다는 논리는 그런 조직에서 나갈 생각이 없다는 것을 자인하는 것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굳이 나올 필요는 없다. 그것이 유유상종이요, 근묵자흑이 아니기만 바랄뿐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지금의 총무원 상황에 대한 인식 차에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현 총무원의 추태는 세속인의 관점에서 보아도 기존 틀 안에서 적당한 대안으로 치유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보다 근본적 방향 전환과 체질 개선이 요구된다. 어찌 보면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며 돈과 권력으로 어우러진 총무원 행태에 대한 대안은 이미 누차 제시되었다. 초심을 잃지 않고 청정 수행의 의지와 승가 발전을 위해 일할 자세가 있는 스님들로 총무원을 재구성하고 이를 위한 실질적이고 제도적인 뒷받침을 마련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현 조계종단 내부에서 그런 구성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면, 어차피 청정수행 종단으로의 자성과 쇄신은 불가능한 것이다. 그러니 더 이상 현실적 대안이 없다면서 기존의 체제를 옹호하는 것은 설득력을 지니지 못한다.

조계종단의 정체성마저 잃어버린 모습을 지적한 송담 스님의 탈종 선언을 대하는 현 총무원의 병은 깊다. 더불어 제기된 지적에 대하여 이런저런 문제 회피와 변명을 들으면서 차라리 송담 스님의 탈종이 어쩌면 현 조계종단의 현실을 직시한 너무도 솔직한 수행자의 선택인 것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본류는 외면하고 지말에 집착하는 이들의 헛도는 말을 더 들어야 할 것인가. 너와 내가 믿고 따르는 것은 부처님 말씀이지, 결코 조계종이라는 특정 종단이나 총무원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면 말이다. 더욱이 세속 정치집단처럼 여다, 야다 하면서 대동소이한 승려들이 머리 맞대고 권력과 돈을 쫓아다니는 상황에서야….
덧붙이는 글 *청정한 바른 불교를 희망하는 재가불자들의 모임에 동참을 원하시는 사부대중은 (재가불자모임 kss8171@daum.net)으로 연락 주시기 바랍니다. 릴레이 기고에 동참하실 사부대중은 (dasan2580@gmail.com)으로 글을 보내주십시오.

이 글을 쓴 우희종 교수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교수입니다. 이 기사는 <불교닷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우희종 #조계종 #송담 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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