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개선" 말은 그만... 진정성 좀 보여라

[분석] 금강산 관광 중단 6년... 대결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나야

등록 2014.10.11 14:23수정 2014.10.11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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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인천아시안게임 폐막식에서 전격적으로 이루어진 남북 고위급 접촉은 온 국민의 관심을 받았을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남북관계가 좀처럼 냉각 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던 상황에서 성사된 이번 만남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가 크게 높아졌고, 박근혜 정부가 어떤 행보를 보일지에 대한 관심 역시 높아지고 있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아 화해 분위기는 급속도로 옅어지고 있다. 정부는 회담 날짜가 나오기도 전에 먼저 '5·24조치 해제는 있을 수 없다'고 선을 그었고, 매 시기 남북 관계 악화의 직접적 계기가 되었던 대북전단이 또다시 10일 오전에 살포되었다.

따라서 오랜만에 찾아온 남북대화의 기회를 살려 관계를 개선하려면 정부는 우선적으로 두 가지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첫째, 앞으로 있을 전단살포를 통제해야 하고 둘째, 2차 고위급회담 전후로 금강산 관광의 연내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

대북전단, 이명박 정부 때도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막은 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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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자단체, 대북전단 20만장 살포 탈북자단체인 자유북한운동연합(대표 박상학) 회원들이 노동당 창건기념일이자 황장엽 전 노동당 비서 4주기인 10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오두산 통일전망대 부근 주차장에서 대북전단 20만장을 날려보냈다. ⓒ 권우성


통일부는 대북전단 살포가 '해당 단체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른 것이기 때문에 자제 요청 이상의 조치를 취하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과거 이명박 정부 시기에도 북한과의 대화 분위기 조성을 위해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사전에 차단한 바 있다(2012년 10월). 또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경찰 병력을 파견해 탈북자 단체의 살포 시도를 두 차례 차단했다(2013년 4월, 5월). 남북 간에 불필요한 긴장 조성을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경우 정부가 직접 나서 전단 살포 행위를 통제해왔던 것이다.

사실 대북전단 살포에 대한 북한의 군사적 대응 위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군대와 경찰의 협조 없이 민간단체가 민통선 인근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자유롭게 할 수는 없다. 정부가 진정 이번 접촉을 남북 관계 개선의 계기로 삼고자 한다면, 우선적으로 대북전단 살포를 통제하여 북한에 대화 의지를 보여주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교착된 현재의 남북관계를 풀기 위해서는 남북 간에 전면적 교류를 금지한 '5·24조치'를 해제해야 한다. 그런데 5·24조치는 2010년 이후 한국정부의 대북정책을 규정하는 근본적인 규범 혹은 제도의 성격을 띠고 있어 그 해결이 쉽지만은 않다. 정부는 북한의 우선 사과가 있어야 해제할 수 있다는 입장인 데 반해, 북한은 이에 동의하고 있지 않는 것도 5·24조치 해결을 가로막고 있는 요인이다.


그런데 금강산 관광 재개 추진은 5·24조치를 해제하는 것에 비해 좀 더 수월할 수 있다. 먼저, 금강산 관광 중단은 2010년 시행된 5·24조치 이전인 2008년 7월 12일에 시작되었기 때문에 본질적으로 또 시기적으로도 5·24조치와는 무관하다. 또한 서해에서의 군사적 갈등이 정전협정과 연관되어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어려운 것과 달리, 금강산 관광은 관광객의 신변 보장만 합의된다면 빠른 시일 내에 재개가 가능할 수 있다.

물론 남측 자산의 동결 문제를 풀어야 하지만 북한은 작년부터 자산 동결 및 몰수를 비롯한 쟁점 해결에 적극적인 입장을 표명해오고 있다. 또한 박근혜 정부가 이산가족 상봉과 금강산 관광 재개 등 인도적·비정치적 남북교류는 5·24 조치와 상관없이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 정부의 의지가 있다면 협상에서 성과를 낼 가능성은 높은 편이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여 이 글에서는 오는 11월 18일 금강산 관광 개시 16주년을 맞아 금강산 관광 재개에 초점을 맞춰, 재개를 가로막았던 쟁점들을 살펴보고 재개 가능성을 타진해보고자 한다.

10월 말~11월 초로 예정된 2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의미있는 합의를 이루고, 또 그 합의가 시행된다면 남북관계는 그동안의 냉각기를 벗어나 화해국면의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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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길재 "북 고위급 왔다고 5·24 '원칙 재고' 없어" 류길재 통일부장관은 8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 출석해 "북한 고위급 대표단이 우리 측을 방문했다고 해서 5·24 조치 등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바꿀 수는 없다"고 말했다. ⓒ 남소연


얼어붙은 남북 관계, 금강산 관광 재개로 풀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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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관광 재개회담 주요 일지 ⓒ 임기홍


금강산 관광은 매우 상징성이 큰 사안이다. 금강산 관광은 최초의 대규모 남북 민간교류였으며, 관광이 확대되고 지속되면서 남북 간 갈등이 발생했을 때에도 당국 간 회담이 열릴 수 있는 분위기가 유지될 수 있었다. 관광을 위해 북한의 최전방 군사작전지역인 금강산이 개방되고 군부대가 후방으로 후퇴하면서 군사적 긴장 해소에도 기여한 측면이 있다.

또 6년 동안의 관광 중단으로 막대한 경제적 손실이 발생했다. 통일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금강산 관광 중단으로 국내기업과 고성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피해는 무려 2조20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그래서 통일·외교·안보 전문가들을 포함한 국민 대다수가 금강산 관광 재개를 요구하고 있다.

작년 11월 현대경제연구원이 진행한 전문가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7%가 '금강산관광 재개가 남북 경색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응답했다. 최근에는 집권여당 중진들도 5·24조치를 해제하고 금강산 관광을 재개하는 것을 검토하자는 목소리를 지속적으로 내고 있다.

그런데 현 정부는 아직 금강산 관광 재개에 유보적인 입장이며, 이번 인천남북고위급접촉을 '남북대화가 정례화될 계기'라고 평가하면서도, 정작 대화가 지속될 수 있는 조치를 취하는 것에는 소극적이다. 그리고 그 이유로 남북 간에 '3대 선결과제(진상규명·재발방지·신변보장)'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는 것을 제시하고 있다.

'3대 선결과제' 해결보다 중요한 것

금강산 관광이 중단 이후 관광 재개를 위한 공식회담은 단 한 차례만 이루어졌다. 2010년 2월 8일의 남북실무회담이 유일한 회담이었는데, 이 회담에서 정부가 관광 재개의 전제로 제시한 이른바 '3대 선결과제(진상규명·재발방지·신변보장)'에 대한 입장 차이가 재개를 가로막고 있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회담의 논의 과정과 이후 정부의 입장변화를 살펴보면 '3대 선결과제'가 반드시 합의하기 어려웠던 사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회담에서 남측은 '사건 진상규명(남북한 당국의 공동조사)'과 '재발방지책 마련', '관광객 신변안전 보장을 위한 제도적 장치 완비' 등 '3대 선결과제'를 관광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다. 북측은 우선 유감을 표명하면서 금강산 관광을 4월 1일부터 재개하자는 입장을 펼쳤고, 정부가 제시한 3대 선결조건이 해결되었다고 주장했다.

새정치연합 홍익표 의원에 따르면(2012년 11월), 당시 북측은 관광에 필요한 모든 편의와 관광객들의 신변안전을 보장하겠다고 제안했고 양측은 합의서 초안을 작성했으나, 오히려 MB정부가 이를 거부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통일부가 남북 간 합의를 이룬 것은 아니었다고 반박했으나, 북한이 그런 제안을 한 사실 자체를 부정하지는 않았다.

의견 차가 두드러졌던 것은 남측이 제안한 현지 공동조사였다. 왜냐하면 남측이 제의한 공동 현장조사가 북측 군사지역으로의 진입을 의미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북측은 "남측의 현장방문은 괜찮지만 군사통제구역으로 들어와서는 안 된다"고 못 박았고, '제한적인 출입'을 허가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해 남측이 더 이상 이야기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즉, '3대 선결과제' 전반에 대한 의견 접근이 첫 회담에서부터 이루어졌던 것이다. 실제로 3대 선결과제는 남북 간 의견접근을 통해 합의가 가능한 사안이었고, 회담 당시 상당 부분 충족되었다고도 볼 수 있는 사안이었다. 이후 이명박 정부는 '신변보장만 된다면 관광 재개를 협의할 수 있다'는 유연한 입장으로 한 발 물러섰다.

박근혜 정부 역시 취임 초부터 신변안전이 보장될 시 협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고, "진상조사는 이미 시일이 많이 지나 사실상 힘들어졌다"고 인정하고 있다. 실제 예상치 못한 해일로 인해 북측 지역의 사건 현장 지형이 바뀌어 사실상 진상조사는 불가능해진 상황이다.

그렇다면 시간이 지나면서 정부의 입장이 유연해진 측면이 있음에도 금강산 관광이 재개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그것은 '3대 선결과제'를 해결하는 것이 어려워서가 아니라 북한을 대하는 정부의 전략과 태도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정부의 일방적이고 대결적인 태도 때문에 서로 합의할 수 있는 사안들임에도 합의를 이루지 못했고, 한 번의 회담 이후 네 차례의 회담 제의 및 결렬이 연이어 발생했던 것이다.

화해를 위한 진정성, 박근혜 정부가 먼저 보여 주어야

MB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북한의 현금 창구이고, 이 돈으로 미사일과 핵을 개발하고 있다고 규정했다. 그래서 이러한 상황이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이기 때문에 관광 대금을 '현물'로 결제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는 금강산 관광이 북한의 돈줄이라는 국내 보수적 여론을 감안한 것이라 하더라도 지나친 얘기이다.

가령, 국립공원 입장 시에 입장료를 달걀 한 판, 쌀 1kg로 받아주면 안 되겠냐고 하면 들어주겠는가. 그러나 정작 대북제재를 주도한 미국에서는 "안보리 결의와 금강산관광 재개 조치는 무관하다(필립 골드버그 미 국무부 대북제재 조정관)"는 입장을 밝혔다.

박근혜 정부 역시 북한을 대화상대로 존중하기보다는 대결적이고 일방적인 태도를 견지하는 것으로 보인다. 2013년 6월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일 당일, '수석대표의 격' 논란으로 회담이 취소된 것이 단적인 사례이다. 상대 측의 수석대표를 미리 지정하여 요구하는 것은 찾아보기 힘든 외교적 결례임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요구하면 북한이 이를 수용해야만 회담을 하겠다는 태도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했고 회담이 무산되었다.

작년 7월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금강산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제안했을 때에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만 회담주제로 수용했고, 8월에 북한이 재차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제안했을 때에도 정부는 이산가족 상봉이 먼저라며 사실상 이를 거부했다. 회담이 무산된 이후 정부는 '금강산 관광 재개 실무회담을 먼저 제의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이러한 대응은 정부가 금강산 관광 재개 논의를 회피하려 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금강산 관광과 유엔안보리 결의를 연관 짓는 움직임 역시 반복되었다. 박근혜 정부는 금강산 관광이 유엔 안보리 대북 결의 2094호의 적용대상일 수 있다며 관광재개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였다. 그러나 올해 8월 방한한 미국 재무부 고위 관료는 금강산관광 재개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위반인지를 묻는 질문에 "관련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히려 이 문제가 한국정부에 달려있다고 답했다.

즉, 그동안 관광이 재개되지 못했던 이유는 남북 간에 대화가 부족했던 것이 문제였다기보다는 상대방을 보는 시각과 태도가 문제였던 것이다. 어렵게 대화의 자리를 마련했는데 매번 회담 때마다 서로 얼굴을 붉히고 돌아서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금강산 관광 재개가 좀처럼 활로를 찾지 못했다고 볼 수 있다.

대화는 하는데 상대방을 자극하거나 자극적인 조치를 취하면 회담에서 성과를 기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결국 금강산 관광 재개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기술적인 합의가 아니라 박근혜 정부 대북정책기조의 과감한 전환이다.

박근혜 정부가 지향하는 '통일대박론'의 통일이 화해와 평화적 수단에 의한 통일이라면, 지난 남북 간 대화에서 보였던 대결일변도의 자세에서 벗어나 그토록 되뇌이는 진정성을 먼저 보여주어야 한다. 상대방을 자극하여 대결을 조장하는 군사적 적대행위를 중단하고 화해협력을 위한 과감한 조치, 즉 금강산 관광 재개를 추진해야 할 때이다.
덧붙이는 글 임기홍 기자는 현재 정치외교학 전공 대학원 박사과정으로서 <평화통일시민행동>의 정책실장을 맡고 있다. <평화통일시민행동>은 남북의 화해와 한반도의 평화를 바라는 시민들의 모임으로 2010년 11월부터 매주 수요일 종로 보신각에서 '수요평화촛불'집회를 진행하고 있다. 평화통일시민행동 홈페이지 , 이메일 , 트위터 <@nowarcandle2>.
#금강산 관광 #금강산 관광 재개 #대북전단살포 #박근혜 정부 #금강산 관광 중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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