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22조 원대 통신요금 부풀리기 알고도 방치"

서영교 의원 "통신3사 원가 부풀려 통신요금 전가"... 미래부 "공기업 비교 부적절"

등록 2014.09.26 13:55수정 2014.09.26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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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 로고 ⓒ 감사원


박근혜 정부의 가계통신비 인하 정책은 결국 '공염불'이었던 것일까. 규제개혁위원회가 보조금 분리 공시를 무산시켜 '단말기유통법'을 반쪽짜리로 만든 데 이어, 감사원이 통신3사가 원가를 수십조 원 부풀려 통신 요금에 전가해온 사실을 파악하고도 불문에 붙인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감사원 "통신3사 원가 22조7800억 원 과다... 통신요금에 전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서영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26일 감사원의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 감사 내용을 확인한 결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가 지난 2010년부터 3년간 법인세 비용과 투자보수, 마케팅 비용 등 총괄원가를 22조7800억 원 부풀려 통신 요금에 전가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같은 문제점을 파악하고도 민간기업에 공기업 기준을 적용했다는 이유로 결국 '불문 처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서영교 의원은 "결과적으로 미래부가 부적정 검증으로 통신사의 초과 이윤 22조8천 억 원이 통신 요금에 전가되는 것을 방치해 국민 대부분을 차지하는 통신 소비자들의 권익을 보호하지 못했고 감사원 역시 국민 권익 보호라는 본연의 의무를 저버렸다"고 지적했다.

미래부는 매년 통신 3사에서 '적정원가'에 '적정이윤'을 더한 '총괄원가'를 보고 받아 통신요금을 인가하고 있는데, 통신사들이 총괄원가를 높이려고 법인세 비용과 투자보수율을 과다하게 반영했다는 것이다.

적정수익이 아닌 초과수익에서 발생한 법인세 비용은 SK텔레콤 1조3300억 원, KT 9400억 원, LG유플러스 -1200억 원 등 2조1500억 원이었고, 투자에 따른 기회비용 개념인 투자보수도 공기업에 비쳐 SKT는 7900억 원, KT 1조 1800억 원, LG유플러스 6100억 원 등 모두 2조5767억 원이 더 많았다는 것이다.


아울러 통신 3사가 지난 2010년 보조금 과열 경쟁을 막겠다며 자율적으로 정한 마케팅 가이드라인(매출액 대비 20~22%)을 넘는 마케팅 비용도 18조6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상당수가 단말기 보조금으로 사용돼 결국 휴대폰을 자주 바꾸지 않는 소비자들의 통신요금으로 전가한 셈이다.

감사원은 지난해 9월 미래부의 소비자권익 보호 분야(통신요금 정책)와 전파자원 관리 실태 분야를 검증한다며 6개월간 감사를 진행했지만 정작 지난 4월 16일 감사결과 발표에서 통신요금 관련 내용이 빠졌다.

감사원은 당시 "미래부는 기간통신사업자의 영업보고서를 검증하면서 총괄원가에 포함되는 법인세 비용과 투자보수를 과다하게 인정해주거나 과다 지출한 마케팅 비용을 총괄원가에 포함해 통신요금에 전가하고 있는데도 이를 내버려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를 토대로 감사원이 통신 3사의 원가보상률(총괄원가 대비 영업수익 비율)을 다시 계산했더니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가 각각 114%, 104%, 95%에서 147%, 130%, 139%로 무려 26~44%포인트까지 높아졌다. 그만큼 통신 3사가 통신시장에서 과도한 이득을 얻고 있다는 얘기다.

"민간기업과 공기업 비교 부적절" - "통신도 요금 인가 받는 공공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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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본부장 이헌욱 변호사)가 지난 2012년 10일 오전 10시 광화문 방통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동통신요금 원가 관련 정보 공개 판결의 의미와 향후 추진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하지만 감사위원회는 당시 감사 결과 발표에 앞서 이 내용을 빼기로 했다. <한겨레> 보도에 따르면 당시 한 감사위원은 "기업의 속성이 적정 이윤보다 최대 이윤을 목표로 하는데, 과연 (정부가 민간기업을) '적정 이윤'이라는 개념으로 규제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통신요금 자체의 공공성은 인정되지만 민간기업이 (통신요금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에 공공요금이나 공공기관으로서의 성격은 없다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미래부 역시 민간 기업에 공기업 잣대를 들이댔기 때문에 적절한 비교가 아니라는 입장이다. 미래부는 이날 오전 "총괄원가를 중심으로 요금 수준을 결정하는 방식은 공기업의 요금 수준을 결정할 때 적용되는 것으로 민간사업자인 통신사업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민간 영역에서 제공하는 통신서비스에 대해 매출액이 총괄원가보다 높다고 요금 인하를 강제할 제도적 수단이 없다"고 해명했다.

법인세 비용의 경우 공기업에 적용되는 '공공요금산정기준'에서 규정한 법인세 비용 산정방식과 단순 비교했고, 민간기업인 통신사가 세법에 따라 실제로 납부한 법인세 비용을 통신원가로 처리한 것은 과다 산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 투자보수율도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와 비교했는데, 정부 지원을 받는 공기업보다 자본 조달 위험이 높은 민간기업의 투자보수율을 과다하다고 보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것이다.

아울러 마케팅비 가이드라인을 초과한 마케팅비 지출에 대해서도 "사업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한 선언적 의미의 합의문이어서 사업자가 위반했다고 정부가 규제할 수 없다"면서 "단말기 보조금 형식으로 보조금을 받은 통신 서비스 이용자의 혜택으로 이미 지출돼 통신사가 보유한 이익으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정부에서 통신요금 인가를 받고 있는 SK텔레콤 한 관계자도 "민간기업 법인세 비용이나 투자보수 기준이 다른데 공기업 기준을 적용해 많다고 하는 건 적절치 않고 마케팅 비용도 이미 쓴 비용이기 때문에 원가에 들어가 있다"면서 "보조금 차별과 요금 전가 문제가 있는 건 사실이지만 10월 단통법이 시행되면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이 매년 수천억 원에서 수조 원씩 이익을 내면서도 원가를 부풀려 비싼 통신요금을 유지해 왔다는 지적은 계속 있었다. 감사원에서 애초 공기업 잣대를 적용한 것도 그만큼 통신 서비스가 전기, 수도 못지않게 국민들에게 필수적인 공공서비스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정부와 통신사를 상대로 통신요금 원가 공개 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협동사무처장은 "통신사가 국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해 왔다는 게 사실로 드러났다"면서 "통신3사는 원가를 부풀린 만큼 통신요금을 인하해야 하고 이를 묵인해준 미래부와 방통위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반겼다.

민간기업과 공기업을 비교한 게 부적절하다는 미래부와 통신사 주장에 대해서도 안 사무처장은 "통신 서비스 역시 공공 서비스이기 때문에 통신사가 정부에서 통신요금 인가를 받고 있는 것"이라면서 "통신사가 민간기업이라고 하더라도 공기업 기준과 비교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밝혔다.
#통신요금 #단통법 #이통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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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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