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직업병 피해자들, 6년 만에 협상 시작

18일 오후 요구안 발표하고 교섭 시작... 삼성 "성실히 임하겠다"

등록 2013.12.18 15:55수정 2013.12.18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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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6년만의 협상... '사과, 보상, 건강권 대책' 요구 반올림과 삼성 직업병 피해 유가족 20여명은 18일 오후 3시 있을 본교섭에 앞서 오후 1시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반도체 기흥사업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삼성전자는 직업병 피해에 대해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 반올림 제공


삼성전자 직업병 피해자들이 18일 오후 3시 삼성전자와 본격적인 교섭에 들어갔다. 삼성 반도체공장에서 일하던 황유미씨가 2007년 백혈병으로 숨지고 이후 유족 등이 삼성과의 투쟁에 나선 지 6년 만이다(관련기사: "삼성 노동자, 일하다가 죽는 일 더 이상 없어야").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아래 반올림)'와 직업병 피해 유가족 20여 명은 교섭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경기 용인시 삼성전자반도체 기흥사업장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삼성전자는 더 늦기 전에 제2, 제3의 황유미를 만들지 않기 위한 재발방지대책과 보상 대책을 마련하라"고 주장했다. 이어 삼성의 공개사과, 보상, 재발방지대책 등의 내용이 담긴 11가지 교섭안을 발표했다.

황유미씨의 아버지이자 반올림 측 교섭단의 대표를 맡은 황상기씨는 "내 딸 유미가 죽어갈 때 유미에게 삼성에서 왜 병에 걸렸는지를 밝히겠다고 약속했는데 그 약속을 꼭 지키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삼성에 공식적인 노동조합이 생겨 노동자들이 스스로를 지키고, 삼성이 영업 비밀이라며 숨기고만 있는 화학약품을 공개해 작업장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그 첫걸음"이라며 "지금껏 돈으로 회유해온 삼성이 이제라도 대화에 나선 것은 다행이지만, 피해자 가족을 두 번 울리지 않도록 교섭에 임해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교섭단은 "삼성 다니며 너무 힘들었다"는 말을 남기고 목숨을 끊은 삼성전자서비스 기사 고 최종범씨를 추모하는 리본을 가슴에 달고 교섭에 들어갔다.

삼성 측은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발병자분들과 유가족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성실히 협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교섭단, 요구안에 어떤 내용 담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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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미야, 아빠가 약속 지킬게" 삼성 반도체 공장에서 근무하다 백혈병 판정을 받고 숨진 고 황유미씨의 아버지 황상기 씨의 모습. 반올림 측 교섭단 대표를 맡은 황씨는 "삼성이 '영업비밀'이라며 숨기고만 있는 화학약품을 공개해 작업장을 안전하게 만드는 것이 딸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라고 말했다. ⓒ 반올림 제공


교섭단에는 황상기씨 외에도 삼성에서 근무하던 중 백혈병, 뇌종양, 난소암 등 희귀질환에 걸린 피해자·가족 7명과 반올림 활동가 2명 등이 포함됐다.


이들이 삼성전자에 요구한 '삼성 직업병 대책 마련을 위한 요구안'에는 크게 세 가지 내용이 담겼다. 삼성전자는 피해노동자와 가족, 국민 앞에 공개적인 사과를 하고 노동자의 건강권을 실현할 수 있는 대책을 세울 것, 또 피해노동자·유족들에게 그간의 피해를 보상할 것 등이다.

반올림은 특히 1항에서 "삼성전자가 반도체 노동자에게 적절한 보호 장비 지급 등 안전보건 관리 책임을 다하지 않고, 그간 피해자들에게 산업재해보상 신청을 하지 못하도록 회유하고 종용한 점, 업무환경에 대한 정보를 왜곡하고 은폐한 점 등에 대해 국민 앞에 공개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또한 이들은 '안전보건에 대한 노동자의 실질적 참여권 보장' 조항을 통해 "삼성전자는 노동조합의 설립과 활동을 방해하지 않는다"고 명시했다. 지난 10월 중순 일명 '노조와해문건'으로 알려진 <2012년 "S그룹" 노사전략>이 공개돼 논란이 된 가운데, 삼성에 노동조합 설립을 방해하지 말라고 공식 요청한 것이다.

이어 반도체 공장 내 각 사업장에서 취급하는 화학물질의 정보를 공개하고, 사업장 내 '화학물질안전보건위원회(가칭)'를 설치하고 정기적으로 감사를 실시하는 등 노동자들에게 근무환경의 유해성에 대해 알려줄 것을 요구했다.

반올림이 공개한 '삼성전자 직업병 제보 및 산재신청 현황'에 따르면 2013년 12월 6일 기준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 등에 근무하다가 희귀병에 걸린 피해자는 총 138명, 사망자는 56명에 달한다. 이 중 36명이 산업재해를 신청했으나 인정 받은 것은 유방암으로 숨진 고 김도은씨, 재생불량성빈혈로 투병중인 김지숙씨 두 명뿐이다. 고 황유미씨 등 세 명은 1심에서 산재를 인정 받았으나 근로복지공단이 항소, 현재 항소심이 진행중이다.

이종란 반올림 노무사는 "삼성은 본교섭에 진정성있는 태도로 임할 뿐 아니라, 이제라도 정기 감사를 실시하는 등 직업병 재발방지를 위해 구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백혈병 #반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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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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