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 스님 "창조경제? 사고의 자유가 우선돼야..."

<새로운백년> 부산 북콘서트에서 '창의성을 보장해야 하는 이유' 강조

등록 2013.12.01 14:59수정 2013.12.01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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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는 '창조경제'를 내세우고 있다. 그것이 제대로 실현되려면 창의적인 생각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남북분단 상황에서는 매우 힘든 것 같다. 스님의 생각은?"

오연호 <오마이뉴스> 대표기자의 질문에 대한 법륜 스님의 답은 춘추전국시대 이야기로 시작됐다.

"그 시대에 공자, 도가, 유가, 법가 등 온갖 사상가가 나오고 전차 등 무기도 그 때 개발되었다. 춘추전국시대는 중국문명 중 가장 창조적인 시대였다. 그 이유는 온갖 사람들이 마음껏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내버려두었기 때문이다. 누구 아들이라 뭐가 되고 이런 게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길 가는 사람이라도 그냥 받아줬다. 그래서 창조가 가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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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백년>부산 북콘서트 법륜스님과 오연호 대표기자가 강연 중이다. ⓒ 이정희


지난 11월 29일 부산대 1016기념관에서 있었던 <새로운100년> 부산 북콘서트 <오연호가 묻고 법륜이 답하다>에서 법륜 스님은 현재 대한민국의 분위기에서는 "창조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가 우려했다.

"오늘날 우리사회가 조금만 생각을 잘못하고 뭐가 맘에 안 들면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북한으로 가라'고 한다. 그건 일부종교에서 자기 종교 안 믿으면 지옥간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창조가 되나? 창조란 온갖 사고를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가 자유롭게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은 너무 위험하다, 말 하지마, 말 조심해' 이런 말 듣는 분위기에선 창조가 나올 수 없다."

법륜 스님은 북한이 어려움에 처한 것은 유일사상체제로 창조성을 죽이는 사회였기 때문이었다면서 대한민국이 그런 분위기를 닮아가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우리 남한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그게 헌법에서도 보장이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거꾸로 다양성이 축소되는 쪽으로 간다면 그건 헌법에 위배되는 거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자꾸 훼손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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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백년> 부산 북콘서트 자리를 가득 메운 시민들이 강연에 집중하고 있다. ⓒ 이정희


한편 법륜 스님은 최근 종교계의 시국선언이 '지나친 정치참여'라는 일부의 시각에 대해 "종교의 궁극적인 목표는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하게 살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며 그 연장선에서 정치적 사안에 대해 발언하는 것은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법륜 스님은 비판받아야할 것은 '권력과 결탁한 종교'라면서 "종교인들이 고통을 겪으면서도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한다면 종교가 정치와 결탁했다고 보긴 힘들다, 그것은 종교의 정치화가 아닌 부패한 권력으로부터 민중을 대변하고 저항한 것"이라고 말했다.

'평화재단'과 '오마이북'이 공동주최하고 '오마이뉴스 10만인 클럽'과 '새로운100년을 열어가는 청년포럼'이 공동주관한 <새로운 백년> 부산 북콘서트는 5백여명의 부산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2시간 동안 진행됐다.

늦게 입장한 60여명의 시민은 좌석에 앉지 못하고 무대 바로 앞과 통로 바닥에 앉아서 들을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다. 대학생 등 청년 50여명은 자원봉사자로 행사 진행을 도왔다. 지난 25일 광주를 시작으로 진행되고 있는 <2014년 하반기 '새로운100년' 북콘서트>는 서울(12월 5일), 창원(12월 6일)을 남겨두고 있다.

다음은 법륜스님이 강조한 '창조가 가능한 사회'와 관련된 대목을 요약한 것이다.

춘추전국시대 들어봤나요? 그때 각 주군들이 낸 정책은 '부국강병'이었다. '나라를 부강하게 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좋은 사람이 있으면 다 와서 얘기해라' 이거였다. 온갖 사람들이 와서 온갖 이야기를 다했다. 초야에 있던 사람이 일약 제상이 되고, 와서 하다가 실패하면 죽기도 하고 이래서 온갖 사상가가 나왔다. 공자, 도가, 유가, 법가, 등등 이런 이론들이 나오고 무기 개발, 전차 등 다 그때 개발되었다.

(그때가 얼마나 창조적인 시대였으면) 중국문명으로 보면 사상적으로 당시 이후론 '창조'가 없었다고 봐야 한다. 전부 그 후에는 복고풍으로 재해석 할 뿐이다. 그 당시 엄청난 발달, 기술적 발전을 가져온 이유는 마음껏 생각하고 행동하도록 두었기 때문이다. 누구 아들이라 뭐가 되고 이런 게 아니라 좋은 아이디어 있으면 길가는 사람이라도 그냥 받아줬다. 그래서 창조가 가능했다.

그러나 오늘날 우리사회가 조금만 생각을 잘못하고 뭐가 맘에 안들면 국회의원이 (다른 국회의원에게) "북한으로 가"라고 한다. 그건 일부종교에서 자기 종교 안 믿으면 지옥간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런 식으로 어떻게 창조가 되나? 창조란 온갖 사고를 다 할 수 있어야 한다. 사고가 자유롭게 될 수 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은 너무 위험하다, 말 하지마, 말 조심해" 이런 말 듣는 분위기에선 창조가 나올 수 없다.

스님은 여러분에 비해서 약간 사고의 창조성이 가능하다. 이유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어릴 때부터 궁금한 게 많아서 많이 물어본 것이고, 둘째는 학교를 다니다 그만둬 가방끈이 짧다는 것이 내 장점이다. 아마 학교를 계속 다녀 가방끈이 길었다면 사상의 고뇌, 생각의 고뇌에 갇혔을 것이다.

(한 사회가) 창조쪽으로 가려면 분위기가 달라져야 한다. 현재 정부는 "너 창조해, 빨리해, 안 할 거야?" 하는 식이다. 이런 식으로 모방은 할 수 있다. "너 빨리해 빨리 외워" 이런 건 압박하면 압축 성장은 할 수 있으나 창조는 하기 힘들다. 아까 춘추전국시대를 말했듯이 어떤 생각을 하든 행동을 하든 놔둘 수 있어야 한다.

주입식, 시키는 대로 하는 건 미래사회에 좋지 않다. 물론 지난 백년에 있어서는 효율적이었다. 모방의 사회였기 때문이다. 근데 앞으로 미래문명을 개척하려면 이건 아니다. 그래서 미래를 보는 눈이 있다면 자녀교육에 개방적이어야 한다. 내가 볼 때 창조적 아이디어는 요즘 학교에서 문제아 중에서 나올지도 모른다. 공부 잘하는 애들은 따라가기 바쁘기 때문에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가 없다. 문제아들 중에 나올 것이다.

한번 봐라. 우리나라에서 싸이같은 사람이 노래잘하는 일류가수였나? 이류가수였나? 일류에서는 창조가 나오지 않는다. 이류였기 때문에 여러 가지 해보다가 그렇게 나온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창조다. 나는 학교 선생님도 너무 착실한 사람이 선생이 되서 문제라고 생각한다. 조금 문제 있는 사람이 되면 문제아들을 이해할 텐데 도저히 자기로선 이해가 안돼 화가 나는 거다. 화를 내면 교육효과가 없다. 엄격하게 해주는건 되지만 화를 내다는건 상대에 대한 이해가 없다는 것이다.

북한이 남한보다 경쟁에서 뒤떨어진 것은 많은 이유가 있다. 국제적인 환경, 국내적인 문제,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뒤쳐진 문제 등 많은 요인이 있는데 가장 중요한건 창조와 관련이 있다. 그중에서도 북한은 사상의 자유가 없었다. 북한은 유일사상체계라 이것이 북한의 모든 창조성을 죽여 버렸다. 그래서 북한은 침제할 수밖에 없었다.

사회주의 사회가 자본주의 사회보다 다른 장점들도 많았지만 (일방적인) 사상측면에서 좋지 않았다. 일정한 모방시스템에서는 효과가 있으나 위기대응능력은 떨어졌다. 그런 면에서는 우리 남한사회는 다양성을 인정하는, 그게 헌법에서도 보장이 되어 있는 것이 우리의 장점이다. 그런데 한국사회가 거꾸로 다양성이 축소되는 쪽으로 간다면 그건 헌법에 위배되는 거고 대한민국을 자랑스럽게 생각할 수 있는 요소가 자꾸 훼손된다고 볼 수 있다. 
#새로운 백년 #법륜스님 #오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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