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퇴출 쓰나미'... 차라리 동양이 부럽다

[주장] 코스닥 소액주주의 서러움... 상장폐지제도에 경제민주화가 절실한 이유

등록 2013.10.04 11:06수정 2013.10.04 11:06
2
원고료로 응원
a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9월 30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금감원 기자실에서 동양레저, 동양인터내셔널, ㈜동양 등 동양그룹 계열사 법정관리 신청에 따른 투자자 보호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소액주주에게 상장폐지는 일종의 경제적 사형선고다. 보유하고 있던 주식만큼의 재산이 휴지가 됨을 의미한다. 문제는 이것이 기업의 경영성과라는 본연의 사유에서가 아니라 증권거래소 또는 코스닥협회의 일방적 결정이라는 경영 외적 사유에서라는데 있다. 그래서소액주주들은 종종 그 결정에 수긍하지 못한다.

올해도 어김없이 코스닥이 퇴출 쓰나미를 맞고 있다. 과거와 차이가 있다면 퇴출되는 기업들이 단순한 '좀비 기업'이나 '껍데기 기업'이 아니란 점이다. 창업자가 재작년까지 노벨상 후보로 거론되던 기술보유기업부터 한때 시총이 1조 원을 넘었던 기업, 매년 영업익 흑자를 보이고 있는 기업, 자기자본이 자본금의 여러 배를 넘는 알짜기업 등 그 면모가 화려하다. 심지어 코스닥 1위기업인 셀트리온조차도 (물론 퇴출 가능성은 적지만) 현재 주가조작 혐의와 관련한 증권선물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쯤 되면 코스닥 종목 중 그 누구도 상장폐지의 칼날에서 안전할 수 없다는 자조가 나올 법하다. 대체 코스닥 자체를 왜 만들었나 싶은 회의가 드는 대목이다. 상장폐지가 일상화되어 있다시피 한 도박판을 국가가 용인할 이유가 있나?

[문제점①] 횡령은 경영진이 했는데 책임은 소액주주가?

가장 큰 문제는 두 가지다. 첫째, 정책이 의도하는 목적과 그것이 낳고 있는 결과가 어긋나고 있다는 것이다. 상장폐지제도가 추구하는 목적인 "투자자들의 불신 해소 및 시장건전성 제고"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무엇보다도 귀책사유가 있는 사람이 징벌 당하고 그렇지 않은 피해자는 구제되어야 한다. 한마디로 정의가 바로서야 한다. 그러나 현재의 정책은 징벌해야 할 사람을 징벌하지 못하고 피해자의 상처엔 소금을 바르고 있다.

일례로 가장 빈번한 코스닥 상장폐지 사유인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을 살펴보자. 비리는 경영진이 저질렀는데 막상 상장폐지라는 사형선고는 주주가 당한다. 혹자는 경영진을 제대로 감시감독하지 못한 주주들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이 논리에는 문제가 있다. 우선 애당초 소액주주에겐 그런 권한이 전혀 없기에 감시하고 감독하지 못한 책임 또한 지울 수가 없다. 권한이 있는 곳에 책임이 있다. 그런데 감시권은커녕 해당 기업의 화장실조차 이용할 권한이 없는 소액주주들에게 어떻게 그런 책임을 지울 수 있을까? 비리 경영진과의 면담신청조차 묵살 당하는 것이 소액주주다.


혹자는 소액주주에게 '투기한 책임'을 씌운다. 그러나 기업의 실적과는 달리 경영진의 비리는 예측조차 불가능하다. 횡령과 배임은 사전예고 없이 터져 나온다. 자고 일어나면 거래정지가 되어 있다. 소액주주에게 '투기한 책임'을 씌울 수 없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만약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사건에 대해 투기한 책임을 씌운다면 이는 결국 코스닥 전체가 하나의 도박장이라는 자인밖엔 안 된다.

경영진의 비리에 의한 상장폐지 조치는 소액주주들에겐 일종의 이중 형벌이기도 하다. 소액주주는 이미 경영진의 횡령과 배임을 통해 보유한 기업가치가 심각하게 훼손되는 피해를 입었는데 거기다 더해 상장폐지 결정으로 아예 재산이 휴지가 되는 이중의 재앙을 맞는다.

반면 막상 비리의 주체요, 상장폐지 원인 제공자인 대주주나 경영진이 입는 타격은 덜하다. 한국증권학회가 올해 밝힌 한 연구분석에 따르면 코스닥 상장폐지기업의 대주주 지분율은 상장폐지 이전 3년간 28.70%에서 18.39%로 무려 10.31%포인트 감소했다. 회사 내부 사정을 잘 아는 대주주가 기업 부실화와 상장폐지 가능성에 대비해 보유한 지분을 처분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경영진 및 대주주의 도덕성과 소액주주의 책임을 연결할 하등의 고리가 없는 가운데 그 피해만큼은 온전히, 그것도 이중으로 소액주주들 몫이다. 이게 과연 공정할까?

[문제점②] 상장폐지에도 보이지 않는 차별... 역시 대마불사

현행 상장폐지제도의 두 번째 문제점은 상장폐지의 칼날이 기업의 규모나 영향력, 소속된 시장에 따라 불균등하게 떨어져 그 잣대의 공정성을 훼손하고 있다는 점이다.

우선 코스닥 소속기업과 거래소 상장기업의 상장폐지 기준이 겉보기에도 확연히 차이가 있다. 혹자는 말한다. 기업의 규모에 따른 생존력 자체가 다르기에 그 기준에 차이를 둘 수밖에 없다고. 과연 그럴까? 회사 규모에 따른 차이라고 하지만 비율이라는 개념은 이미 규모의 차이를 감안한 것이다. 즉, 10만 원 버는 기업과 100만 원 버는 기업에게 각각 3만 원이 기준이라고 하면 규모의 차이가 감안 안 된 것이겠으나 만약 3%가 기준이라고 한다면 그것이 이미 감안된 것이다. 그럼에도 퇴출과 관련한 모든 비율 자체는 코스닥 기업에 훨씬 더 불리하게 되어 있다.

거래소와 코스닥간 또는 대기업과 중소기업간 겉으로 정해져 있는 규정의 차이보다 더 큰 문제점은 보이지 않는 차별에 있다. 법정관리에 들어간 거래소기업들은 상장시켜 둔 채 그보다 상대적으로 건강한 금융권 자율협약 또는 워크아웃에 들어간 코스닥 기업들은 다수가 상장폐지 실질심사를 받는다. 동양처럼 자기자본대비 부채비율이 무려 6배에 달하는 거래소 기업들은 버젓이 용인하고 코스닥 기업의 부채가 2배에 이르기만 해도 혹독한 검증을 요구 받는다. 대마불사의 숭배자가 다름 아닌 거래소와 코스닥협회인 것이다.

부채율 2배짜리 코스닥 기업과 부채율 6배짜리 동양 중 과연 어느 것이 더 우리 경제에 위험한 뇌관일까? 동양을 보면서 코스닥 소액주주들이 느끼는 것은 동양 주주들의 불운에 대한 안타까움보다는 특별대우에 대한 부러움일 것이다. 그들은 적어도 아직 상장되어 있다. 대체 어떻게 저런 기업은 지금까지 그냥 뒀으면서 코스닥 기업에는 그리도 가혹했나? 아마 한화의 거래정지 기사가 난 지 하루 만에 일요일에 출근해서 없는 일로 만들어 버리던 거래소의 '배려'를 보던 코스닥 소액주주들의 심경과 일치하지 않을까?

오늘도 코스닥 소액주주들은 떨고 있다. 기업이 망할까 봐서가 아니라 협회가 주식을 하루 아침에 휴지로 만들어 버릴까 봐서다. 충분한 실사와 소명을 위한 거래정지 기간을 기업측에 보장해 준다거나 국제회계기준(IFRS)의 도입을 통해 이미 엄격한 잣대를 대는 회계법인의 감사결과에 반드시 근거하도록 규정하여 코스닥 위원회의 자의적 판단 여지를 줄이는 등의 다양한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 이는 분명 타인의 재산권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것이므로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공정하고도 명확한 객관적 기준이 필요하다. 상장폐지제도에도 경제민주화가 절실한 이유다.
#동양 #코스닥 #셀트리온 #상장폐지 #경제민주화
댓글2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5,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캐나다서 본 한국어 마스크 봉투... "수치스럽다"
  2. 2 황석영 작가 "윤 대통령, 차라리 빨리 하야해야"
  3. 3 100만 해병전우회 "군 통수권" 언급하며 윤 대통령 압박
  4. 4 300만명이 매달 '월급 20만원'을 도둑맞고 있습니다
  5. 5 "윤 대통령, 류희림 해촉하고 영수회담 때 언론탄압 사과해야"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