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다색판화로 보는 조선 침략의 뿌리

독립기념관이 마련한 아주 특별한 전시회

등록 2013.08.16 10:55수정 2013.08.1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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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열리는 '니시키에, 화려하게 포장된 침략의 광기' 특별기획전

근대 일본이 일본인들에게 조선을 어떻게 왜곡시켜 알려왔는지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특별한 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독립기념관은 지난 1일부터 내달 1일까지 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니시키에, 화려하게 포장된 침략의 광기'전을 열고 있다.

니시키에(錦繪, 다색판화)는 사진이 일반화되지 않았던 19세기 후반, 일본에서 국내외 소식을 전하는 보도화로 제작돼 인기를 모았다. 하지만 일본 정부 묵인 하에 조선 등 인접국을 왜곡된 시각으로 그려 침략을 정당화하는 홍보자료로 활용해왔다. 일본 대중은 이를 통해 침략사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특별전시회는 다색판화 333점을 통해 일본의 조선에 대한 왜곡된 역사인식의 뿌리와 흐름을 누구나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했다. 단독 전시도 처음이지만 이번에 처음 공개되는 판화도 여러 점이다. 

전시는 1부 '조선을 왜곡하는 니시키에', 2부 '침략전쟁을 부추기는 니시키에'로 나누었다. 1부는 정한론과 임오군란 등 1860-80년대 일본에서 그려진 조선을 중심으로 하고 있다. 1860년에 그려진 <삼한정벌>을 보면 임진왜란 당시 조선을 침략한 일본 장수인 가토 기요마사를 '조선 침략의 영웅'으로 묘사했다. 당시 일본 국내외 위기 상황이 고조되자 조선 침략으로 위기를 극복하려는 목적이 담겨 있다.

임오군란 이후에는 조선 침략을 주제로 한 그림이 일본 교과서에까지 등장했다. 교과서에 실린 <일본약사도해 인황 15대>(1885)는 일본의 진구설화를 그린 것으로 신라를 침략한 진구가 신라왕으로부터 진상품을 받았다는 내용을 마치 사실인양 그렸다. <북경몽침>(1884)은 중국 등 동양을 경멸하던 당시 일본 지식인들의 정신세계를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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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니시키에, 화려하게 포장된 침략의 광기' 전시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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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니시키에, 화려하게 포장된 침략의 광기' 전시물 중에서.


임오군란 당시 명성황후가 청나라 병사의 등에 업혀 피난 가는 모습을 상상해 그린 '한비 이행도(연대 미상)'는 대표적인 허위보도 그림 중 하나다. 흥선대원군이 명성황후를 독살했다고 왜곡한 그림도 있다. 하나 같이 조선왕실을 비하하고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다.


2부에서는 청일전쟁과 러일전쟁 시기 전쟁보도화로 그려진 다색판화를 전시하고 있다. <오토리 공사 대원군 옹호 입성도>(1894)에는 일본이 무력으로 경복궁을 침공한 갑오변란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오토리 공사가 흥선대원군을 호위하며 경복궁으로 들어가는 모습으로 그려 마치 궁궐을 수호하는 것처럼 왜곡시켰다.

<아사히의 빛, 러일전쟁 주사위 놀이판>(1905)은 주사위 놀이판으로 러시아와 협상 단절을 전쟁의 시작으로 설정하고 제물포 해전 등 여러 전투에 이어 축하연회로 마무리하도록 만들었다. 어린이에게 침략과 전쟁을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도록 놀이로 구성한 것이다. 또 일방적으로 일본의 승리만을 보도하거나 타국민을 미개하고 비굴한 모습으로 그려 조롱하고 있다. 무의식중에 전쟁의 광기는 높이고 죄의식은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가 숨어 있다.

이번 전시가 특별한 것은 개인이 소장한 자료를 대여해 보기 힘든 자리를 마련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동선을 따라 자세한 설명과 다양한 전시기법을 망라한 전시물을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일본의 왜곡된 역사 인식의 시작은 물론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는 교과서 왜곡과 망언의 속셈을 깨닫게 된다.

독립기념관은 마지막 전시물에 이런 설명을 붙여 놓았다.

"사진과 신문 방송의 발달로 니시키에는 더 이상 대중매체의 역할을 하지 못하고 보도화로 그려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근대 일본인들에게 강렬하게 심어진 왜곡된 이미지들은 여전히 사라지지 않고 오늘날까지 왜곡과 망언으로 되풀이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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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기념관 특별기획전시실에서 열리는 '니시키에, 화려하게 포장된 침략의 광기' 전시물 중에서.


#광복절 #독립기념간 #다색판화 #니시키에 #침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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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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