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교대, 조현오는 되고 김진숙 강연은 안 된다?

정치적 행사 이유로 대중강연 'R대학' 불허 통보... 학생들 반발

등록 2013.04.15 15:03수정 2013.04.15 1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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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연제구에 위치한 부산교육대학교 ⓒ 부산교육대학교


최근 덕성여대와 한양대 등에서 진보 인사들이 참여하는 행사를 불허한 가운데 부산에서도 관련 행사를 막아서는 일이 벌어졌다. 부산교육대학교(부산교대)는 27일 열릴 예정인 진보 관련 행사에 대한 불허 방침을 최근 총학생회 측에 통보했다.

'R대학'이란 이름이 붙은 이 행사는 당초 노동·정치·국제 문제 등을 다루는 대중 강연으로 열릴 예정이었다. 지역 진보인사들이 주축이 된 청춘멘토가 주최하는 R대학은 부산교대 총학생회가 후원을 맡아 이미 강사 선정까지 마무리 된 상태였다. 청춘멘토 측은 이 행사에 김진숙 민주노총 부산본부 지도위원, 박한용 민족문제연구소 연구실장, 임승수 작가, 곽동기 우리사회연구소 상임연구원 등을 강사로 초빙했다.

하지만 포스터 제작과 배포까지 마무리 한 상태에서 학교 측이 갑작스럽게 장소 대관을 불허하면서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게 됐다. 부산교대 학생지원처 관계자는 15일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이번 행사에 정치적 이슈가 포함됐고 진보 성향으로 쏠려있다는 점 등을 문제 삼았다.

학생지원처 관계자는 "R대학은 한쪽으로만 가있기에 개선을 하자고 했고 그래서 불허를 했다"며 "학내에서는 정치적인 행사를 못하게 되어있고 하더라도 균형을 맞추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부산교대는 지난해 하반기 조현오 전 경찰청장의 강연은 진행한 바 있다. 당시 조 전 청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 차명계좌 발언' 등과 관련해 논란에 중심에 서있던 상태였다. 이같은 지적에 대해 학교 관계자는 "조 전 청장의 강연은 학교폭력을 주제로 직원들을 대상으로 했다"며 "가볍게 지나가는 형태로 학교에서 행사를 연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의 이러한 입장에 행사 주최 측과 총학생회 등은 반발하고 있다. 청춘멘토는 이날 낸 입장문에서 "대학은 다양한 내용과 주장을 펼치는 학문의 전당"이라며 "'정치적'이라는 다분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로 이루어지는 강연회를 개최하는 것 자체를 불허한다는 것은 누가 봐도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판했다.

행사를 후원하는 총학생회도 "논란이 일던 조 전 청장에 대한 강연은 허용되고 진보 관련 인사들의 행사는 단순한 장소 대여도 안 된다는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며 "학생자치권을 무시하는 태도에 대해 학교 측에 문제제기를 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청춘멘토 측은 이번 조치에 관련한 유감의 입장을 15일 학교 측에 전달한 상태다. 또 해당 행사가 부산교대에서 열리지 못 할 가능성이 커진 만큼 다른 장소에 대한 섭외에 나설 방침이다.
#부산교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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