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학회 매각 대화' 보도한 <한겨레> 기자 기소

검찰, 불법 도청혐의 적용... 기자협회 "언론자유를 피고석에 세웠다"

등록 2013.01.19 12:06수정 2013.01.19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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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장학회 대화록 도청 의혹'과 관련해 지난해 10월 서울 중구 정동 정수장학회 사무실을 압수수색한 검찰수사관들이 압수물이 든 것으로 보이는 검은가방을 들고 나오고 있다. ⓒ 조재현


검찰이 정수장학회의 지분 매각 정황을 보도한 최성진 <한겨레>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지난 18일 불구속 기소했다. <한겨레>와 한국기자협회는 '언론에 재갈을 물린 처사'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고흥 부장검사)에 따르면 최 기자는 지난해 10월 8일 오후 5시께부터 1시간가량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과 MBC 관계자들이 이사장 집무실에서 나눈 대화를 자신의 휴대전화로 녹음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최 이사장 스마트폰 조작 서툴러 통화 녹음됐다"

검찰 조사 결과 최 이사장은 당일 오후 4시 54분께 최 기자로부터 걸려온 휴대전화를 받던 중 이진숙 기획홍보본부장 등 MBC 관계자들이 찾아오자 최 기자와 통화를 마치고 휴대전화를 탁자 위에 올려뒀다. 스마트폰 조작이 서툴렀던 최 이사장은 통화 종료 버튼을 제대로 누르지 못해 최 기자와의 통화가 연결된 상태에서 이 본부장 등과 대화를 시작했다. 검찰은 최 기자가 휴대전화 녹음 기능을 이용해 대화를 녹음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이어 최 기자에게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지만 전문적인 도청장비를 활용하지 않은 점을 고려해 우발적인 범행으로 보고 불구속 기소했다.

<한겨레>는 지난해 10월 15일, '10월 8일 오후 5시쯤부터 1시간가량 최필립 정수장학회 이사장 사무실에서 회동 때 나눈 대화 내용'이라며 대화록을 공개, "정수장학회가 MBC 지분 30%와 <부산일보> 지분 100% 등 갖고 있는 언론사 주식 매각을 비밀리에 추진해온 것으로 밝혀졌다"고 보도했다. 대화록에는 'MBC의 정수장학회 지분을 팔아, 부산·경남지역 대학생들에게 장학금으로 준다고 발표하자'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다. MBC는 보도 직후 최 기자를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정수장학회 지분 매각 논의,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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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통해 '정수장학회' 문제를 정치적 공세로 규정하며 정면돌파를 택한 박근혜 후보. (오른쪽) 정수장학회 전신인 부일장학회를 세운 고 김지태씨 부인 송혜영씨가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에서 박 후보의 결단을 촉구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 권우성/남소연


기자협회와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겨레> 지부는 검찰의 최 기자 기소를 비판했다. 기자협회는 이날 '검찰은 언론자유를 피고석에 세웠다'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검찰의 기소가 '중대한 과오'라고 비판했다.

협회는 최 기자의 보도가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로 정당한 보도였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최 기자가 보도한 정수장학회 비밀 회동은 공공의 이익을 위해 보도할 만한 당연한 가치가 있다"며 "사회적 합의가 필수적인 공영방송사의 지분 매각을 실행하기 위해 모의한 것은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가 결코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협회는 "그들의 대화는 자신의 입을 빌어 구체적으로 나눈, 논란의 여지가 없는 사실"이라며 "공공의 이익을 위한 진실을 보도하지 않는다면 그 사람은 저널리스트로서 자격이 없다고 할 수 밖에 없다, 최 기자의 보도는 기소돼야 할 범죄가 아니라 모범으로 남아야 할 기자의 사명을 실천한 행위인 것"이라고 밝혔다.

<한겨레> 지부도 성명을 통해 "검찰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고 있다"고 규탄했다. 지부는 "언론사 소유구조의 변화와 특정 대선 후보 지원을 위한 매각대금의 사용은 당연히 모든 국민이 알아야 할 공공의 관심사"라며 "특히 언론인에겐 대선 후보와 관련된 중대 사안을 유권자들에게 알리고 검증에 나설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정수장학회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 #<한겨레> #검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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