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누나도, 67세 부산 할아버지 같았으면...

등록 2012.12.12 09:39수정 2012.12.12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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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열린 문재인-안철수 유세 때 67세 할아버지가 한 말이 <오마이tv> 유트뷰 동영상에서 26만회 넘게 조회되었다. ⓒ 오마이TV


"투표란 미래를 위한 투자", "마약은 백색입니다. 깨끗하지만 독성이 대단합니다.", "독재란 무엇이냐 국민을 향해서 총을 겨누는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악한 범죄가 독재 어떤 범죄보다 흉악합니다."


지난 7일 부산 서면 지하상가에서 열린 '문재인-안철수' 유세를 생중계한 <오마이TV> '대선올레'에서 67살된 할아버지가 "박근혜가 안 되는 이유 2가지"를 조목조목 밝혔습니다. 60대는 무조건 '박근혜'라는 세간의 생각을 단박에 날린 말씀이었습니다. 할아버지 발언을 담은 유튜브 동영상은 조회수가 26만3000회를 넘었습니다. <67세 부산 할아버지 "박근혜가 안 되는 이유">

동영상을 본 누리꾼들은 할아버지를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이들도 있지만 많은 누리꾼들이 할아버지 식견에 동의했습니다. 11일 저녁 현재 동영상에는 77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습니다.

"와~~진정 존경스럽습니다."- jangh******
"아따 어르신 말씀 참 잘하십다. 맞는 말씀이죠. 정곡을 콕콕 찔러주시네."- gomz*****
"멋지십니다! 젊은 세대의 존경을 받아 마땅한 분이십니다!"- sgot****
"와 세상에 저런 할아버지도 계시네요. 세상을 바르게 보는 혜안에 놀라고 갑니다."- Jin Seu***
"절대적 동의합니다. 나도 68세인데 그때 그날의 모든 것 생생 기억하고 마치 나치의 무시무시한 영화보듯 심장떨며~그 시절 억울한 영영들 그 가족들 시퍼렇게 눈부릅뜨고 지켜보고 이 땅에 살아있는데~ 절대로 안 될 일이죠. 속죄하는 맘으로 국가에 봉사하는 길이 박 후보의 바른 갈 길입니다."- yyh6***

물론 'lily****' 처럼 "누구를 지지하냐를 떠나 과거 없는 미래가 있을 수 있을까요? 과거가아­닌 미래를 향해 갈려면 과거도 중요하지 않을까요"라며 할아버지 의견에 선뜻 동의하지 않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당시 <오마이TV> '대선올레' 생중계를 직접 봤기 때문에 할아버지 발언을 생생하게 들었습니다. 정말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었습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제 주위도 60대 이상은 '묻지마 투표' 성향이 강합니다. 그러므로 부산 67세된 할아버지가 공개된 장소에서 "투표는 미래를 위한 투자", "마약은 백색이다", "독재는 어떤 범죄보다 흉악하다"는 말을 부르짖는 모습에 전율했습니다.

할아버지가 정말 존경스러웠습니다. 할아버지를 생각하면 우리 가족들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와 형제들은 의외로 진보의식이 강합니다. 누나도 당연히 그럴 줄 알았습니다. 지난 토요일 김장을 했습니다. 셋째 누나도 함께 했는데 집으로 돌아오면서 자연스럽게 대선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저보다 5살이 많습니다. 누나와 정치이야기를 한 것이 처음입니다.


"서민들이 잘 살려면 박근혜보다는 문재인이 낫지 않겠어요?"
"박근혜가 되면 서민이 망하는 것은 아니다."
"당연하죠 박근혜가 된다고 나라가 망하거나 서민이 망하는 것은 아니죠."

"문재인이 되면 서민이 잘 사는 나라가 되나."
"문재인이 된다고 서민이 천국에서 사는 나라는 아니죠."
"의료보험료도 올릴 모양이더라."
"5000원 정도 오르는 것은 얼마 안 되죠. 1년에 6만 원 정도인데."
"서민들은 그것도 힘들다. 몇 푼 받아가지고 5000원 내면 남는 것이 무엇이 있겠니."
"5000원 정도 더 내고 큰 병 걸렸을 때 적게 내는 것이 훨씬 낫잖아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개인보험 들잖아요. 조금만 줄이면 훨씬 많은 도움을 받으니 얼마나 좋아요."
"나는 서민을 무조건 잘 살게해주는 것도 별로다. 부자는 부자대로 살고, 서민은 서민대로 살아야지."
"누나 그것은 아니죠. 이명박 정부들어 서민들이 얼마나 힘들었요. 부자들은 세금은 수십조 깎아줬어요."
"부자에게 세금을 깎아줬으면 그것으로 경제가 더 발전되었겠지."
"아니죠. 세금을 깎아줘도 경제가 나아진 것은 별로 없죠."
"부자에게 세금 많이 깎아주는 것은 어쩔 수 없잖아. 그것은 부자들 복이지."

"아..."

누나 집에 다 와 더 이상을 말을 이어가지 못했습니다. 참 씁쓸했습니다. 누나도 자기 나름대로 정치의식을 형성했을 것입니다. 서민이 힘들다고 하면서 왜 이명박 정권의 '부자감세'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는지 도무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누나 의식을 누가 이렇게 만들었는지 분노가 일었습니다. 서민들이 민주당과 진보정당보다는 새누리당을 왜 더 지지하는지 누나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왜곡된 정보가 끊임없이 누나에게 주입되었을 것입니다. 자신이 대한민국 주권자로서 주체의식을 가져야 한다는 것을 깨닫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마음이 아팠습니다. 누나가 자신이 민주공화국 주인임을 깨닫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부산 할아버지가 참 대단하십니다.
#부산 #누나 #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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