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폭력적 대책"

교과부 방침 강력 비판... "종합대책 마련 때까지 기재 보류" 밝혀

등록 2012.08.23 18:46수정 2012.08.23 1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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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23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규정, “이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김한영


교과부가 초·중·고생들을 대상으로 학교폭력 가해사실을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한 학교폭력근절대책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 교과부의 방침을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김 교육감은 23일 경기도교육청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학교폭력 사실의 학생부 기재는 또 하나의 폭력"이라고 규정, "이는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교육감은 "학교폭력에 대해서는 엄중한 조치가 필요하지만, 장래의 기회까지 박탈하거나 '주홍글씨'를 새기려는 또 다른 폭력이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김 교육감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얼마나 무리한 대책인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으로 확인됐다"며 "정의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교육과 인권의 이름으로 허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김 교육감의 이런 입장 표명은 최근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록 문제를 놓고 교과부와 일부 시·도교육청이 갈등을 빚으면서 혼란에 빠져 있는 학교 현장에 교과부 대책의 문제점과 경기도교육청의 명확한 방침을 알리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김 교육감은 회견에서 "학생부에 기록되는 학교폭력 관련 사항은 가장 민감한 정보에 해당하고, 졸업 후 5년간 보존돼 상급학교 진학 때는 물론 취업에도 불리하게 활용될 수 있어 명확한 법률적 수권이 필요하다"면서 "하지만 교과부 지침으로 이런 불이익을 주는 것은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학생부에 기록되는 것은 오직 학생에 대한 폭력 징계사안이며, 학생이 저지른 다른 폭력행위나 범죄행위는 기재되지 않는 등 형평성의 원칙에도 어긋난다"며 "균형을 맞추기가 어려워 학교가 너무 힘들어 한다"고 말했다.

김 교육감은 "교과부 지침을 그대로 따른다면 학생부 기재는 초등학교 1학년부터 고교 3학년까지 모두가 대상"이라며 "가장 경미한 서면사과부터 전학·퇴학 등 중한 처분까지 동일한 방식으로 기록돼 모든 부모와 아이들이 이 지침의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육감은 그러나 "교과부는 이 지침을 따르지 않을 경우 특별감사를 실시하고 관련자를 처벌하겠다고 한다"면서 "교과부가 그토록 염려하는 학교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권한남용이자 협박"이라고 쏘아붙였다. 그는 이어 "국가 교육정책의 최고 결정기관인 교과부가 앞장서서 비교육적, 반인권적 정책을 결정하고 폭력에 가까운 방식으로 강제하는 안타까운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교과부 지침, 아이들 기본권 침해 우려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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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은 23일 기자회견에서 “학교폭력의 학생부 기재가 얼마나 무리한 대책인지는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으로 확인됐다”며 “정의롭지 않을 뿐만 아니라 법 상식에도 어긋나고, 최소한의 교육적 가치도 고려하지 않은 폭력적인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 김한영


이에 따라 김 교육감은 "교과부의 지침은 아이들의 기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높다"며 "교과부가 교육계와 국민들의 의견을 널리 들어 아이들의 기본권이 보장되는 종합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학교폭력 조치사항의 학생부 기재를 계속 보류하겠다"고 밝혔다.

또 내년 대학입시 전형에 제출될 학생부에도 학교폭력과 관련된 기록이 포함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대학교육협의회와 대학당국에 대해 "입학심사 때 평가 자료로 학생부의 학교폭력 관련 기록을 활용하는 것을 유보해 달라"고 주문했다.  

일선 학교장과 교사들에 대해서도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 보류 결정은 교육적 원칙을 지키고 학생들을 올바르게 이끌고자 하는 충정임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학생부에 학교폭력 조치사항 기록은 보류하지만 다른 교육적인 방안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학교폭력으로 눈물 흘리는 학생이 없도록 혼신의 힘을 쏟겠다"고 약속했다.

앞서 교과부는 지난 2월 학교폭력근절종합대책으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 회부되는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징계내용을 학생부에 기재하도록 하는 내규를 개정해 3월부터 전국 초·중·고교에서 시행하도록 했다.

그러나 초·중교는 5년, 고교는 10년간 학교폭력 징계 사실만 기록 보존되는 이 내규는 형평성 및 대학입시에서 불이익 등의 문제와 함께 인권침해 논란이 일면서 경기·강원·광주·전북교육청 등 일부 시·도교육청은 교과부 방침에 반대, 학생부 기재 보류를 선언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달 초 교과부에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종합정책권고'를 통해 학교폭력 징계 내용의 학생부 기재 중간 삭제제도 도입 등 관련사항을 개선할 것을 요청했지만 교과부는 이를 거부했다. 

이와 관련, 교과부는 최근 보도 자료를 통해 "학교폭력 가해 학생의 조치사항 기록은 학생과 학부모에게 학교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부여해 강력한 예방효과를 가지고 있다"면서 "학교폭력 기록 중간 삭제제도 등을 도입하는 것은 대책의 효과를 감소시킬 우려가 있어 인권위의 권고를 수용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교과부는 또 "학생부 기재를 거부하거나 보류할 경우 교원 및 지도·감독권자인 시·도교육청 담당자에 대한 특별감사 등을 통해 책임을 묻는 등 엄중 조치하겠다"고 밝혀 경기도교육청 등 일부 시·도교육청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김상곤 #교과부 #학교폭력 #학생부 #주홍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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