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수원시민소극장으로 초대합니다

[인터뷰] 수원시민소극장 김성열 대표

등록 2012.05.20 20:14수정 2012.05.20 20:14
0
원고료로 응원
a

수원시 행궁동에 있는 수원시민소극장 ⓒ 서정일


수원시 팔달구 행궁동 수원화성행궁 앞에는 나혜석 초상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커뮤니티아트센터라는 건물이 있다. 레지던시 입주 작가들의 공간이며 전람회장, 마을르네상스센터 사무실 등이 자리하고 있다. 그 건물 지하로 내려가면 수원에서 유일한 시민소극장이 있다.

이곳은 1990년대 컴아트라는 현대미술, 연극, 퍼포먼스 그룹의 사무실겸 공연장, 전시장으로 사용했었고 연극공연을 몇 차례 가진 적이 있지만 이후 방치돼 불과 1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집기류, 행사용품, 청소도구 등이 너저분하게 널려있는 쓰레기장과 같았다.


그러던 중 2011년 3월, 극단 성 단원들이 시민소극장을 꿈꾸며 화성사업소의 협조를 얻어 쓰레기를 치우고 무대를 만들고 객석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했다. 두 달여 동안 조명기와 음향기자재는 물론 객석의자까지 후원 받으며 사방벽면과 천장에 검은색 페인트도 손수 칠해나갔다.

1년이 지난 지금, 그 장소는 수원에서는 유일한 연극 소극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수원시민극단, 금빛합창단, 극단 성 등의 지역 연극인과 합창단원들의 상시 연습장과 공연장으로 소중하게 활용되고 있다.

1주년을 맞은 수원시민소극장의 김성열 대표를 만났다.

a

수원시민소극장 김성열 대표 ⓒ 서정일


- 수원시민소극장이 1주년을 맞았다 소감은?
"1년 전, 110만 도시에 전문소극장 하나 정도는 갖춰야겠다는 생각으로 쓰레기장과 같았던 지하실에 손을 대기 시작했다. 마침 수원시민극단이 창단돼 연습에 매진하던 시점이었다. 수원시민극단 단원들에게 제안을 했고 화성사업소에 타진해 소극장을 만들기로 결정됐다."

김 대표의 얼굴이 1년 전을 회상하면서도 10년 전을 회상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만큼 힘든 여정이었음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쓰레기를 치우고 벽과 객석을 만들어내는 막일과도 같은 작업들을 손수 했으니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다.


김 대표는 "건물은 사용할 수 있게 됐지만 무대와 객석 등을 꾸미는 데는 예산 지원을 받을 수가 없어 조명기기와 음향기자재, 객석 의자 하나까지도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에게 기부를 받기로 하고 뛰기 시작했다"고 말하면서 연습하랴 소극장 뒷정리하랴 하루가 언제 지나갔는지도 모를 만큼 쏜살같이 지나갔었다고 회고한다.

- 첫 공연은 어떤 것이었고 결과는 어땠나?
수원시민소극장의 첫 공연은 지난 2011년 4월 27일부터 3일간 열렸던 창단 뮤지컬 '선각자 나혜석' 이라는 공연으로 지역에 적지 않은 반향을 불러일으켰었다.

김 대표는 당시를 회상하며 "연일 객석이 만원이었고 오산시 국회의원까지 벤치마킹하기 위해 왔는데 구경할 자리가 없어 뒤에 서 있을 정도로 대성공이었다"라고 말했다. 그는 그날의 감동이 벅찼던 것인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첫 공연의 성공은 수원시와 시민들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했다. 특히, 객석 의자 뒤에 의자를 후원한 100여 명의 이름이 붙어있는 모습은 깊은 인상을 심어줬다. 곧바로 지원과 후원으로 이어졌고 분장실과 조명실 등의 보수공사를 마칠 수 있었다.

"2011년 4월 수원시민소극장 탄생은 수원시민과 연극인 그리고 수원시가 뜨겁게 한 마음이 돼 만들었던 결과물이었고 현재 수원을 뜨겁게 달구고 있는 마을 만들기와 정확히 맞아 떨어졌었다"고 의미를 설명하는 김 대표.

그는 "수원시민소극장의 탄생과 자리매김은 마을 만들기는 물론 수원지역 소극장의 역사를 다시 쓰게 된 계기가 됐다"고 자평하면서 수원지역 소극장의 역사에 대한 얘기로 잠시 시간을 할애했다.

"수원지역 소극장의 역사는 그렇게 깊지 않다. 1970년대 돌체소극장, Y-H,USE, 1980년대 화홍소극장, 수원예술극장, 1990년대 한우리 소극장, 극단 성 소극장, 극단 촌벽 소극장 그리고 200년대 드림씨어터 소극장, KBS아트홀 정도다."

수원지역 소극장에 대한 내용은 의외라고 느낄 정도로 미천하기만 했다.

a

소극장 무대에서 단원들이 연습을 하고 있다 ⓒ 서정일


- 수원시민소극장의 의미에 대해 설명을 한다면?
시민소극장에 대해 좀 더 들어보기로 했다. 김 대표는 "소극장이라고 하면 객석 100석 이상을 확보해야만 하는데 수원시민소극장은 104석으로 조건을 충분히 갖췄고 조명, 음향시설은 물론 무대 또한 30평 정도로 서울 대학로 어떤 소극장에도 뒤지지 않는 규모"라고 자부심을 내보였다.

수원에서 유일한 연극전문 소극장으로 대관료도 없고 처음부터 연극을 할 수 있도록 공간을 설계해 연극인들의 대사 하나하나가 완벽해 들리는 최적의 장소, 수원시민과 연극인, 수원시가 하나가 돼 만든 소극장이기에 의미가 크다는 것도 거듭 강조했다.

이런 수원시민소극장이 1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해온 것을 보면 놀랍다. 2011년 1월, 수원시민극단을 창단하고 곧바로 4월 창단공연 뮤지컬 '선각자 나혜석'을 무대에 올렸으며 5월에는 (사)어린이 도서연구회 공연, 7월에는 금빛합창단 창단과 함께 수원시민극단 두 번째 공연 뮤지컬 '마을 그리고 '마을 만들기'로 이어졌으며 8월에 극단 성 뮤지컬 '정조대왕' 공연 등 다양한 활동을 펼쳐왔다.

8월에는 수원화성 연극제에 참가하고 연이어 참가작들을 무대에 올렸다. 11월에는 금빛합창단의 창단공연도 열었고 12월, 삼성전자 연극반 '성전'의 정기공연 그리고 올해 5월, 드디어 수원시민소극장 1주년기념 페스티발을 개최하게 됐다.

- 수원시민소극장을 운영하면서 보람됐던 일, 아쉬웠던 점이 있다면?
김 대표는 많은 일들을 1년 동안 치러오면서도 개관하던 날을 잊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개관하던 날, 객석을 꽉 매운 시민들의 열기에 소극장을 열기 위해 손수 페인트칠과 청소를 했던 단원들과 함께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면서 그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표현했다.

그리고 다소 아쉬웠던 점으로는 유료공연을 할 수 없고 무료공연만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작품 제작비를 충당할 수 없다고 판단돼 아쉬움이 컸었다고 토로한다. 또한, 임대료를 내면 유료공연이 가능하다고 하나 대관료를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 난감하지만 길은 있을 것이라고 아쉬움속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a

수원시민소극장 출구를 나서며 ⓒ 서정일


- 수원시민소극장이 수원지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
그는 먼저 수원에 많은 관광객이 오고 있지만 무예 24기가 야외공연이기 때문에 겨울에는 상설공연을 볼 수가 없는 맹점이 있다고 운은 뗀 후 시민소극장은 그것을 보완할 수 있기에 현재 작지만 커다란 실험적 발자국을 떼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원지역의 소담한 공간으로서 연습과 공연이 365일 매일 벌어지는 생산적인 장으로서의 역할은 그런 면에서 매우 소중하다고 강조하고 연극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고찰과 수원문화예술 저변과 관객확충에 영향을 끼쳤다는 점도 긍정적으로 내세울만하다고 평했다.

얘기는 자연스럽게 수원의 연극과 연극인으로 옮겨졌다. 그는 수원의 연극은 많이 쇠락해져있다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로 그동안 소극장이라는 터전이 없어 공연을 한다면 대관료가 상대적으로 비싼 경기문화의 전당 등을 대관해야는데 여러 가지 여건상 엄두가 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유로 수원연극인들도 기력을 잃어가고 있는데 지역 연극인이 대우받는 토대가 하루빨리 마련되길 희망했다. 또한, 수원지역에 여름이면 큰 연극제를 개최하고 있는데 지역연극인들과 좀 더 유기적인 관계를 맺어 지역연극제이면서도 세계연극제가 될 수 있도록 서로 노력할 수 있었으면 하는 바람도 내비쳤다.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할 일이 산더미라면서 이미 계획돼 있는 것 만해도 결손가정 초등학생 바이올린 협주단 창단, 수원화성 인형극단 창단, 한국 소극장 페스티발 주최, 소극장 뮤지컬 축제, 극단 성 정기공연, 수원시민극단 정기공연, 금빛 합창단 정기 공연 등 손으로 꼽기 힘들다고 말한다.

그리고 여력이 있다면 청소년이나 직장인 등 아마추어 연극인들을 배양하고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고 동아리 클럽 육성할 때 실버(노인)와 청소년들의 연극교실을 운영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면서 많은 분들의 관심과 협조가 있었으면 하는 희망도 내비쳤다.

1주년을 맞은 수원시민소극장, 그 1년 동안 지역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고 지역 예술계에 던진 물음도 크다. 비록 30평의 작은 공간에서 작게 시작했지만 크게 이루길 바라는 마음은 예술을 사랑하는 수원시민이면 누구나 갖는 희망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인터넷신문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수원시인터넷신문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시 #수원시민소극장 #행궁동 #김성열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AD

AD

AD

인기기사

  1. 1 "은혜 모른다" 손가락질에도... 저는 부모와 절연한 자식입니다
  2. 2 "알리·테무에선 티셔츠 5천원, 운동화 2만원... 서민들 왜 화났겠나"
  3. 3 80대 아버지가 손자와 손녀에게 이럴 줄 몰랐다
  4. 4 "내 연락처 절대 못 알려줘" 부모 피해 꽁꽁 숨어버린 자식들
  5. 5 2030년, 한국도 국토의 5.8% 잠긴다... 과연 과장일까?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