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왜 '자전거 전도사'가 되었을까

"자전거가 친구"라고 말하는 수원 장안구보건소 남희숙 팀장

등록 2012.05.19 10:54수정 2012.05.19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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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멧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장안구보건소 남희숙 팀장 ⓒ 서정일


수원시에서 매월 22일은 승용차 없는 날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가까운 거리는 걷거나 자전거를 타자는 운동이다. 그런데 모두가 그것을 실천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여기 '승용차는 나와 거리가 먼 얘기다'라고 말하고 또 그것을 실천하는 사람이 있다.
지난 2008년부터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수원 장안구보건소에 근무하는 남희숙 팀장.


오늘도 그녀는 자전거를 타고 출근했다. 그녀는 '자전거는 천천히 가도 어디든지 갈 수 있고 관절에 무리를 주지 않으면서도 운동이 가능하며 기름 값도 들지 않고,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은 것은 물론 자연과 함께 할 수 있어 좋다'는 등 주저리주저리 자전거의 장점을 얘기한다.

그래서일까? 남 팀장은 자전거를 '자신과 함께 하는 친구'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이렇게 표현하는 그녀가 출·퇴근을 자전거로 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그녀는 보건소와 33km나 떨어진 동탄지역에서 매일 2시간을 할애해 출퇴근을 하고 있다. 

결코 가깝다고 할 수 없는 거리, 그리고 적지 않은 2시간, 하루 24시간 중 2시간을 자전거에 할애하는 이유가 뭘까?

"저는 출퇴근 하는 2시간을 운동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사색하는 시간으로 생각하고 있어요."

지칠 만도 한 2시간의 출퇴근을 운동하는 시간으로, 사색하는 시간으로 여긴다는 남씨의 지론은 "오르막을 오를 때는 인생의 여정을 생각하고 페달을 굴리면서는 끊임없이 노력해야 하는 삶의 의미를 되새긴다"고 말한다. 운동시간을 따로 시간 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당연한 듯 설명을 덧붙이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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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숙 팀장은 지난 5년 동안 거의 매일 자전거로 출퇴근했다 ⓒ 서정일


그럼 그녀의 자전거 사랑은 언제 어떻게 시작됐을까?

"다른 나라 얘기를 해서 좀 그렇지만 일본에 갔을 때 자전거 타는 인구가 의외로 많다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 물론 제 눈으로도 확인했고요. 출·퇴근은 물론 시장에 갈 때도 자전거를 이용하더군요."
그녀는 물 건너가서 깜짝 놀랐다고 한다. 그리고 곧바로 돌아와 나부터 자전거를 이용해보자는 생각으로 자전거를 탔기 시작했다고 하는데 그때가 2008년도라고 한다.

"도착시간이 가장 정확한 교통수단이 자전거인줄은 몰랐죠?"

그녀는 어떤 교통수단보다 시간을 확실히 지킬 수 있는 것이 자전거라고 장담했다. 얘기를 듣다 보니 그녀가 자전거를 타는 이유 또 하나가 추가됐다. 비슷한 유형의 오토바이가 있지만 건강 지키며 같은 효과를 내는 친환경적인 교통수단인 자전거가 역시 최고라고 엄지손가락을 든다.

생각해 보니 차는 도로사정이 좋지 않거나 도중에 사고라도 있으면 밀릴 수밖에 없는데 자전거는 그것과는 무관하다는 말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럼 혹시 남 팀장은 승용차가 없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생기지만 그렇지 않다고 한다. 그녀에게도 승용차는 있지만 한 달에 한두 번 정도 이용할 뿐이라고 한다. 그래서 보험도 적게 타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녹색자동차보험으로 옮겼다고 한다.

그럼 자전거가 얼마나 많이 건강에 도움이 되는 걸까? 보건소에 근무하고 전문분야이기에 좀 더 귀 기울여 들어보니 유산소운동으로 근력이 좋아지고 체중 감량에도 효과가 있다고 강조한다. 심폐기능도 좋아지고 특히, 정신건강에 크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남 팀장의 언니를 사례로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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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희숙 팀장은 출근하면 근무복으로 단정하게 갈아입고 업무에 임한다 ⓒ 서정일


지난 2009년 봄, 언니가 유방암 수술을 했고 단란하던 가정이 한 순간에 우울증에 빠지고 말았다고 한다. 남 팀장은 치료방법으로 자전거 타기를 강력히 권유했고 언니를 비롯해서 형부, 조카 2명 모두가 자전거를 구입해 타기 시작했다고. 언니 가족은 주말마다 함께 야외로 나들이를 나가면서 웃음을 되찾았다고 한다.

남 팀장은 보건소에서 업무를 보면서 우울증이 있는 환자와 면담을 할 때면 반드시 자전거 타기를 권한다고 한다.

이렇듯 자전거 애용자인 남 팀장은 보건소 내에서도 자전거 전도사로 통한다고 한다. 지난 2011년 부임해 온 최명범 행정팀장에게도 자전거 타기를 권한 장본인인데 당시 최 팀장은 허리가 반듯하지 않을 정도로 건강이 악화된 상태였다고 한다.

최 팀장은 "언제부터인지 모르지만 허리가 많이 나빠졌다, 수영이나 인라인스케이트 등을 타 봤는데 자전거만큼 좋은 것은 없는 것 같다"고 회고했다. 그러면서 "처음에는 승용차가 편해서 탔지만 그로인해 허리가 나빠지고 지금은 승용차가 오히려 불편하다"면서 편한 것이 마냥 편한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지금 그의 건강상태는 몰라보게 좋아졌다. 최 팀장 또한 자전거 전도사가 됐다.

하지만 남 팀장은 자전거를 이용하면서 몇 가지 아쉬운 점도 토로했다. 그 중 하나가 맘 놓고 달릴 수 있는 자전거도로가 부족하다는 것과 그로인해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점이다. 본인 또한 사고를 당했던 기억을 떠올리면서 헬멧은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최근 시에서 시행한 자전거 보험제도는 정말 좋은 제도라며 박수를 보냈다.

남 팀장에게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니 여성 공무원 자전거 동우회를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리고 내년에 행궁동에서 있는 생태교통 시범사업을 시민들에게 많이 홍보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자동차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자전거를 고집하고, 자전거 타기로 생태교통을 실천하고 있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점점 더 늘어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오는 22일은 매월 시행하는 승용차 없는 날이다. 남 팀장에게 "이런 날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고 질문하기가 뻘줌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수원시인터넷신문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기사는 수원시인터넷신문 e수원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수원시 #장안구보건소 #자전거 #남희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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