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많이 해묵어" - "부산 변화, 아직 멀어"

[총선 격전지 르포-부산 사하갑] 문대성-최인호-엄호성 3파전 분위기

등록 2012.03.18 20:08수정 2012.03.18 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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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1총선 '사하갑'에는 새누리당 문대성, 민주통합당 최인호, 국민생각 조동규, 무소속 엄호성 후보가 겨룬다. 부산 '사하구청 맞은편에 있는 '하단5일시장'은 닷새마다 열리는데, 마침 주말인 17일 열린 장날에는 많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 윤성효


"부산이 조금씩 바뀌는 거 같네요.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에서 옷을 갈아입었지만 그 본성이 어디 가나요. 많이 해묵었잖아요. 이번에는 좀 바뀌겠죠."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국민한테 실망만 안겨주잖아요. 부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아닌 거 같네요. 사람 생각이 그리 쉽게 바뀌나요."

17일 오후 부산의 대표적 5일장인 '하단오일장'에서 만난 유권자들이 4․11총선에 대해 털어 놓은 반응이다. 이곳은 사하구청 맞은편에 있는데, 주말이라 그런지 많은 사람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시장 입구에 어깨띠를 두르거나 조끼를 입고 명함을 나눠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하갑'(괴정·하단·당리)에 나선 새누리당 문대성(36․ 국제올림픽위원회 선수위원), 민주통합당 최인호(46․ 전 청와대 부대변인), 무소속 엄호성(56․ 전 국회의원) 후보다. 현역 현기환 새누리당 의원이 불출마하는데, 여의도를 향한 후보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이들은 한 장소에서 우연히 마주치기도 했다. 서로 악수를 하면서 인사만 나눈 뒤, 하던 일을 계속했다. 엄호성 후보를 아는 사람이 많은 듯 "엄호성씨, 열심히 하소"라며 인사를 건네고 가는 사람도 보였다.

문대성 후보는 "이거 하나 받아 주십시오"라고, 최인호 후보는 "청와대 근무 경험 살려 열심히 하겠습니다"라며 명함을 건넸다. 시장에 나온 사람들은 손 가득 물건을 들고 있었지만, 명함도 손에 쥐어싿.

국민생각당 조동규(62․전 사하구 주민생활지원국장) 후보와 청년당 박주찬(27․ 부산시당 대표) 후보도 뛰고 있다. 조 후보는 '사하 토박이'를 내걸고 "다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새누리당 문대성 "낙동강 벨트 야권바람 주춤"

4.11총선 '사하갑'에 출마하는 새누리당 문대성 예비후보. ⓒ 윤성효

새누리당은 문대성 후보를 통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문 후보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 당시 태권도 남자 80kg 이상급에서 금메달을 차지해 '국민 영웅'이 됐던 인물이다. 동아대를 나온 그는 현재 모교 교수로 있으며, 선거에는 처음 나섰다.

문대성 후보에게 "태권도와 선거 가운데 어느 게 어렵느냐"고 물었더니 "태권도는 육체적으로 어렵고, 선거는 정신적으로 어렵다"고 대답했다. 선거에 뛰어든 지 3주 정도 됐다는 그는 "처음에는 구민들의 반응이 냉담했는데, 서서히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장과 거리에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들을 진정성으로 만나 대화를 나눈다. 요즘은 장난도 치고 한다. 점심을 먹지 않더라도 사람들이 도너츠나 빵, 우유, 커피를 하도 많이 주어서 받아먹다 보면 배가 든든하다"고 반응을 전했다.

'낙동강벨트'(부산·김해·양산)에 대해, 문대성 후보는 "야권 바람이 생각했던 것만큼 불지 않는 것 같다. 처음에는 문재인 바람도 있고 해서 좀 달라지나 싶었는데, 그렇게 많이 동요하지 않는 것 같다"면서 "지금은 야권 바람이 주춤한데, 앞으로도 큰 바람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운동선수가 무슨 정치냐는 반응이 있다"고 하자 그는 "사람들과 3~5분 정도 대화를 해보면, 정치 마인드를 갖고 있구나 하고 느끼는 것 같다. 지역 발전의 비전을 이야기하면 수긍하는 사람이 많다"며 "운동선수답게 페어플레이로 정치를 더 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대답했다.

이어 그는 "어려운 사람들을 대변할 것이다"며 "소외된 이웃을 자주 만나고, 지역의 크고 작은 현안을 챙길 것"이라고 다짐했다.


민주통합당 최인호 "당선 자신한다"


4.11총선 '사하갑'에 출마하는 민주통합당 최인호 예비후보. ⓒ 윤성효

최인호 후보는 문 후보에 비해 상대적으로 일찍부터 표밭갈이를 해왔다. 그는 지난 17대 총선 때 해운대기장갑에서 44.5%를 득표했는데, 이번에는 지역구를 옮겨 출마했다.

부산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그는 노무현 정부 때 국내언론비서관을 지낸 부산 '486 친노 인사'의 대표주자다. 그는 통합진보당 안호국 예비후보와 단일화를 이루었다.

최 후보는 2010년 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 경선 때 재선의 조경태 의원을 꺾어 관심을 모으기도 했다. 조경태 의원과 최인호 후보는 이번에 같이 손을 잡고 뛰고 있다.

최 후보는 "사하을에서 조경태 의원이 재선했고 이번에 3선까지 할 수 있다"며 "사하을과 사하갑은 같은 정서를 갖고 있어, 사하을의 바람이 사하갑까지 불 것"이라고말했다.

또 최 후보는 "부산이 바뀌고 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그는 "새누리당과 이명박 정권에 실망한 유권자가 많아 야권 단일후보 성사 뒤 지지율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많은 유권자들이 새누리당 후보에 대해 '지역 연고도 없다'며 자질론을 제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대성 후보에 대해, 그는 "운동선수 출신인데, 나라 일을 보는 최소한의 준비를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역 활동 경험이 없다"면서 "인물 검증에서 내 우위에 있을 것이라 본다"고 자신했다.

그는 "부산 사람은 오랫동안 새누리당을 밀어주었지만, 지금은 최악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부산은 인천에 밀려 제3의 도시가 됐다"며 "이명박 정부에 대한 실망이 쌓여 있다, 당선을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무소속 엄호성 "40% 득표면 당선, 새누리당 복귀"


4.11총선 '사하갑'에 출마하는 무소속 엄호성 예비후보. ⓒ 윤성효

엄호성 후보는 지난 16, 17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그는 "어부지리 걱정 말고 한 번 더 생각. 구관이 명관, 능력과 경험"이라고 적힌 조끼를 입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다.

그는 "누가 더 잘할 수 있겠습니까? 3파전 40% 득표면 당선, 새누리당 복귀, 지난 총선 37% 득표. 조금만 더 도와주십시오"라고 적힌 명함을 돌리고 있다.

엄호성 후보는 "역대 총선을 보면 이곳은 한나라당 강세였다.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재선한 '사하갑'은 '사하을'과 정서가 조금 달랐다"면서 "지금은 여전히 새누리당 정서가 강하지만, 민주통합당이 세를 넓혀나고 있다. 이번에 여권 성향 두 후보가 나오는 셈인데, 제가 표를 얼마나 차지하느냐에 (승패가) 달려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엄 후보는 새누리당 쪽에서 흘러나오는 말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는 "새누리당 쪽에서는 '엄호성을 찍으면 민주통합당이 된다'는 역선전을 하는데, 그게 아니다. 엄호성을 찍으면 엄호성이 된다"며 "40세 이상 여성들은 여전히 여당 성향이 강하지만, 남성들은 '복잡한 지역 정치를 30대(문대성)에게 맡길 수 있느냐'고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역의 복잡한 현안과 정치문제를 태권도만 해온 30대가 어떻게 풀어 갈 것이냐'고 하니까, 새누리당 측에서는 '큰 일은 당이 한다'고 하는데, 그러면 국회의원은 왜 뽑느냐"고 덧붙였다.

문대성 후보에 대해 그는 "스포츠 외교한다고 국제적으로 다닐 것인데, 그러면 지역을 언제 살피느냐.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왔던 정치인한테 (지역을) 맡겨야 한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고 덧붙였다.

새누리당 공천에 대해, 그는 "박근혜 위원장이 현역 25% 교체를 내걸었는데, 경선을 치렀으면 갈등이 없을 것이다. 나는 경선을 하면 승복하겠다고 했다. 이것은 전략없는 전략공천 아니냐. 난데 없이 공천을 30대에게 주었다"면서 "나는 이번 선거에 끝장을 보겠다는 자세로 3선에 도전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유권자 분위기 냉담 ... 여론조사는?

지금 여론조사는 어떻게 나올까. <중앙일보>(엠브레인 조사, 6~9일, 집전화 300명, 휴대전화 패널 200명,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4.4%p)가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문대성 후보(28.7%)가 최인호 후보(15.4%)보다 앞서고 있다.

하지만 아직 유권자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선거 이야기를 잘 하지 않으려고 했다. 사하구청 앞에서 식당을 하는 김금지(50)씨는 "요즘 식당에 오는 손님도 선거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 보면 거의 대부분 한나라당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지금은 선거 이야기를 아예 하지 않는다"며 "먹고 살기 바빠서 무관심한 측면도 있지만, '무조건 한나라당'이라고 하던 정서가 달라진 것으로도 보인다"고 덧붙였다.

하단오일시장에서 만난 사람들도 한결같이 말을 아꼈다. 바구니에 시금치를 담고 가는 60대 여성은 "아직 누가 나왔는지도 모른다. 나중에 생각해 보고 정해야지"라고 말했다. 세 후보의 명함은 그의 바구니에 담겨 있었다. 그는 "하도 비싸서 살 물건은 없고, 명함만 들어 있다"고 말했다.

시장통에서 만난 50대 아저씨는 "부산이 조금씩 바뀌는 거 같다. 새누리당이 한나라당에서 옷을 갈아입었지만 그 본성이 어디 가느냐. 그동안 많이 해묵었잖아. 이번에는 좀 바뀌겠지. 또 바뀌어야 하고"라고 말했다.

중년 세 명이 식당 앞에서 담배를 물고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선거 분위기를 물었더니 "관심 없다"거나 "요즘은 선거 이야기를 잘 안한다"는 대답이 나왔다. "그래도 어떻게 될 것 같느냐"고 묻자, 머리카락이 조금 벗겨진 50대는 "새누리당이 30대를 공천했는데, 복잡한 정치를 잘 해낼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는 "엄호성하고 최인호는 열심히 다니는 거 같던데, 문대성은 잘 안 보이더라"는 말이 나왔다. 50대는 "공천 받은 지 얼마 안 돼서 그렇지"라고 설명했다.

4.11총선 부산 '사하갑' 선거구 안에 있는 사하구청으로, 건물 외벽에 공명선거를 알리는 펼침막이 걸려 있다. ⓒ 윤성효


옆에서 가만히 있던 남성은 "3파전이 되면 아무래도 여권 성향 표가 갈라질 것 같고, 그러면 야당에 유리하지 않을까. 엄호성 후보도 지난번에 아깝게 떨어지고 나서, 지역에서 준비를 많이 해왔는데"라고 말했다. 50대는 "부산이 좀 바뀔 거 같다. 야당도 좀 해먹어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하단5거리'는 동아대가 옆에 있어 그런지 젊은층이 많이 보였다. 동아대 학생이라고 한 20대는 "요즘 20대는 새누리당 안 찍을 걸요. 그런데 우리 대학 교수가 나와서 고민 되네요"라고 말했다.

사하구청 앞에서 만난 60대는 "새누리당이나 민주통합당이나 국민에게 실망만 안겨주잖아. 부산이 변한다고 하는데, 아직은 아닌 거 같다. 사람 생각이 그리 쉽게 바뀌겠나"라고 말했다.

18대 총선 때 사하갑에서는 현기환 의원이 당선했다. 당시 한나라당 현기환 의원이 44.98%를 득표해 '친박연대'로 나왔던 엄호성 후보(37.14%)를 눌렀다. 민주당 김종필 후보(16.28%)와 평화통일가정당 박재영 후보(1.57%)도 출마했지만 많은 득표를 얻지 못했다. 표심이 4년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 '결전'의 순간이 조금씩 다가온다.
#4.11총선 #사하갑 #문대성 후보 #최인호 후보 #엄호성 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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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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