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상의 꿈> 표지
스타북스
화랑 출신인 김대성. 그의 일은 역모사건과 관련해 한 마을 사람들 전체를 도륙하는 일이 있었지만, 그는 진정한 삼한일통(三韓一統, 신라, 백제, 고구려는 동질성을 지닌 하나다)을 추구합니다. 완주 총관으로 있으면서도 백제 유민들의 고단한 삶을 애달파하며 그들을 위하여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러다 경덕왕의 부름을 받고 집사부를 맡게 됩니다. 왕권을 강화하여 외척과 진골귀족들의 기득권을 약화시키지 않고서는 점령지 백성들을 억압과 수탈에서 벗어나게 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김대성은 부단히 노력하지만 결국 그 뜻을 이루지 못하고 사직하게 됩니다.
관직에서 물러난 김대성은 모든 재산과 20여 년이 넘는 세월을 바쳐, 점령자들의 손에 무참하게 죽어간 원혼들을 달래기 위해 굴법당을 창건합니다.
점령군 지휘자로서 자행한 만행, 곰 사냥을 하듯 마을 사람들 전체를 도륙한 만행과 진정한 삼한일통을 이루려는 부단한 노력, 기득세력에 굴복할 수밖에 없는 절망감을 넘어 참회의 길로 접어드는 과정을 인과관계와 인연으로 엮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깨어진 천개석이 아무래도 마음에 걸립니다. 깨어진 돌을 그대로 올려 덮은 연유가 무엇인지요?""너무 마음 쓰지 말거라. 어쩌면 백성들의 마음일 것이다….""마음이라시면…?""…세 조각 난 천개석이 내 눈에는 삼국민의 마음처럼 보이더구나." - 본문 323쪽 - 석굴암은 곰들을 위한 굴법당천개석을 올리다 미끄러지는 돌에 깔려 죽은 굴영 노인, 김대성의 손발이 되어준 청년 혜윰, 석굴암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에서 천개석이 미끄러지는 것을 방지해준 웅녀는 그 옛날 김대성이 무참히 도륙한 서라벌 동남쪽 모벌군에서 겨우 살아남은 일가족, 삼촌과 조카, 오빠와 누이 사이입니다.
실타래처럼 얽히고설키는 인과, 서서히 드러나는 인간관계가 사고의 깊이를 더해주고 소설의 주제를 더더욱 흥미롭게 합니다. 백제 유민을 상징하는 곰들을 위해 굴법당 짓는 김대성, 평생을 받쳐서 하는 김대성의 진정한 참회에 응답이라도 하듯 굴법당을 찾아 기도를 올리고 있던 웅녀. 화쟁이야말로 여기서 연상할 수 있는 단어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김대성의 꿈에 등장하던 곰이 백제의 유민들이었다면 대한민국의 오늘을 살아가는 곰들은 비정규직 근로자들을 위시한 시대의 약자들이 될 것입니다.
김대성이 부단히 추구하던 삼한일통(三韓一統)과 같은 정신, 이념 갈등 해소, 지역갈등 극복,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부단한 위정이야말로 작금의 위정자들에게 요구되는 커다란 덕목입니다. 이러한 덕목을 가진 이들이 그리워지는 시대입니다.
덧붙이는 글 | <재상의 꿈> 박준수 씀, 스타북스 펴냄, 2012년 1월, 1만3000원
재상의 꿈 - 석굴암 창건의 비밀
박준수 지음,
스타북스,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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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들이 좋아하는 거 다 좋아하는 두 딸 아빠. 살아 가는 날 만큼 살아 갈 날이 줄어든다는 것 정도는 자각하고 있는 사람. '生也一片浮雲起 死也一片浮雲滅 浮雲自體本無實 生死去來亦如是'란 말을 자주 중얼 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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