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새해 첫날 '북한산 족두리봉'에 오르다

임진년 새해맞이 '북한산 족두리봉' 산행

등록 2012.01.03 16:59수정 2012.01.03 1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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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임진년 새해를 맞이 하여 첫 산행길에 나서 암봉으로 유명한 북한산 "족두리봉" 정상에서 일행들과 함께 단체 사진을 찍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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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 새해맞이 "족두리봉" 산행 2012 임진년 새해를 맞이하여 일행들과 함께 북한산 족두리봉 산행을 하였다. 이날의 산행길 모습 동영상을 소개 한다. ⓒ 윤도균


2012 임진년 새해를 맞아 '북한산 족두리봉'에 서다


임진년 새해를 며칠 앞두고 동생과 조카가 속초로 2박 3일 '일출 여행'을 떠나자고 했다. 또 지난해 이맘때 구제역 파동으로 수십 년간 키워온 젖소 100여 두를 도살처분하여 땅에 묻고 시름에 잠겼던 고향 친구가 '몇 개월 전부터 목장에 젖소 80여 두를 입식시키고 마음에 안정을 찾았으니, 오랜만에 얼굴이나 보자'고 연락해왔다.

그런데 내가 한 달 전 수십 년간 운영하던 사업을 접은 터라, 연말연시를 차분하고 조용하게 보내고싶어 두 곳의 초대 모두 불참하기로 했다. 그렇게 지난 한 해를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뜻밖에 늘 나와 함께 산행을 떠나는 '우리산내음' 카페 일요산행팀이 '2012 임진년 새해' 신년 산행으로 '북한산 족두리봉'에 오르자고 연락을 해온 것이 아닌가.

그렇지 않아도 대부분 주위 사람들이 일출 여행이다, 산행이다, 국내외 곳곳으로 떠나고 있어 다소 아쉬웠다. 얼씨구나 잘됐다 생각하며 아내와 함께 북한산 족두리봉 산행에 합류하기로 했다. 부평에서 전철을 갈아탄 뒤 6호선 '독바위역'에 도착하니, 이날 산행에 참석한 12명의 부부 회원님들이 도착해 있었다. 이들과 신년 새해 덕담을 나누고 곧바로 즐거운 산행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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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공원 지킴터 지나 소나무 숲에서 후미 일행들이 올라오고 있다.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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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새해를 맞이하여 아내와 함께 북한산 족두리봉 정상에서 기념 사진을 ⓒ 윤도균


독바위역을 나와 시작된 산행은 시내 구간 일부를 거쳐 '북한산 둘레길' 구기동, 장미공원 2.3킬로 이정표 방향을 따라 올랐다. 그 뒤 '북한산 정진 공원 지킴 터'에 들어서면 본격적인 '족두리봉' 산행이 시작된다. 전날 저녁 살짝 휘날린 눈발이 바위에 남아있어, 서로 서로 안전한 산행을 당부하며 암릉 구간을 지나 불광공원지킴터, 정진 공원 지킴 터, 족두리봉 0.8킬로 이정표를 지나왔다.


향로봉 0.9킬로, 불광동 1.0킬로 이정표 지나 오르는 암릉 구간은 대부분 눈이 살짝 덮여있어 조심 조심 올랐다. 오랜만에 산행에 따라나선 아내가 힘들어 할 것을 예상되어 걱정했으나, 아내는 위험한 암릉 구간도 일행들과 어울려 가볍게 통과했다. 그것을 보며 얼마나 마음 든든하든지... 사실 늘 집에선 퇴행성 관절염 핑계를 대며, 산행을 가자고하면 움츠러들던 사람이라 신기하기 짝이 없었다.

그런데 족두리봉 입구 '추락 위험지역 알림 게시판'을 보더니 이번엔 아무래도 마음에 걸리는지 지레 겁을 먹고 "나는 안 오를 테니, 당신이나 다녀오라"고 하는 것 아닌가. 하지만 일행들의 집요한 권유에 겁을 내던 아내도 드디어 '2012년 새해 북한산 족두리봉'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우리는 일행들과 단체 사진도 찍고 각 부부별로 사진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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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봉 아래에 있는 해골바위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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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두리봉 정상에서 내려다 보니 북한산국립공원 공단 직원들이 족두리봉 정상에 오른 사람들을 올려다 보고 있다. ⓒ 윤도균


그런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었다. 그 머나먼 곳으로 고생하며 일출 여행을 떠났던 지인들이 하나같이 '일출 불발' 소식을 전해왔다. 때문에 '2012년' 새해를 맞이하는 부풀었던 마음이 다소 반감됐다. 기상청 예보에 의하면 이날 중부지방에 약간의 눈이 내릴 것이라고 했으나, 그것마저 허탕을 치게 되니 아쉬움이 남았다.

우리는 족두리봉 정상에서 '2012년 새해 첫 산행'의 기쁨을 뒤로하며 일행들과 함께 세찬 바람을 피해 암릉 사이에서 백운대 방향을 조망했다. 이후 약간의 간식을 먹고 건강과 안전 산행을 기원하는 건배도 가볍게 나눴다. 우리는 평소 산행 때보다 조금 일찍 하산해 늦은 점심 겸 새해맞이 조촐한 만찬을 하려고 비탈면 암릉길을 조심조심 내려와 '구기터널공원 지킴 터' 방향으로 향했다.

그런데 우측 족두리봉 단애 지역 암릉 구간에서 클라이밍을 즐기는 사람들이 있는 것 아닌가. 암벽에 매달려 족두리봉 정상을 힘차게 오르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부러운 생각에 한참을 서서 관찰을 했다. 마음 같아선 아직 나도 충분히 저 암벽에 매달릴 수 있을 것 같다는 자신과 용기가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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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산길에 올려다본 족두리봉 모습 ⓒ 윤도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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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짝 눈이 쌓인 비탈 암릉구간을 일행들이 조심조심 안전하게 지나고 있는 모습이다. ⓒ 윤도균


그놈의 나이가 무슨 상관이라고 용기를 접어야 한다니... 나의 나이를 거듭 다시 돌아본다. 이렇게 나이란 것이 사람의 마음을 동요케 하는 줄도 모르고 청소년 시절엔 빨리한 살이라도 더 나이 먹어 성인이 되고 싶어 했으니…. 철부지 어린 시절 추억이 아련하게 후회 아닌 마련이 되었다. 새해 맞아 1학년 진급해 6학년 9반 되는 마음에 추를 매달아 놓은 듯 무거웠다.

그래도 그 와중에 다행인 것은 늘 이렇게 나와 함께 산행을 즐기는 회원님들이 있다는 것이다. 만약 산행이 아닌 일반 사석이라면 나이라는 인생 계급장으로 말미암아 서로 어려워하며 데면데면한 사이로 지낼 사람들이다. 다행히 산이란 '공통분모' 아래 어우러져 산행길 내내 하하 호호 형님, 아우 하면서 기쁘고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이어 갈 수 있었다. 이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모른다.

어떤 땐 부모로부터 한 핏줄을 이어받은 친형제, 자매 이상으로 산 친구들과 더 친근하게 빈번한 만남을 이어간다. 산행이 이어지며 흉허물이 없이 지내는 사이로 발전하여 '남녀노소 노소동락(男女老少老少同樂)' 구분하지 않고 산우정(山友情)을 높이 높이 쌓는 모습을 보면 얼마나 기분 좋은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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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장미공원 풍경 ⓒ 윤도균


아마 그래서 고전 논어 옹야편에서 공자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요산요수 [樂山樂水]"라 하신 것 아닌가 생각이 든다.

"지혜로운 자는 물을 좋아하고 어진 자는 산을 좋아한다."

仁은 요산(樂山)이라, 산이란 언제나 그 자리에서 떠나지 않으니 인(仁)은 산처럼 자리 지켜짐을 좋아한다는 것이요, 지(知)란 요수(樂水)이니, 물이란 언제나 흘러 움직이며 자정(自淨)하고 맑아지니, 지(知)란 물처럼 변화하여 새로운 지식의 깨침으로 이동함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요(樂)의 좋아한다 함은, 병든 자 병이 치유되어 낫는 기쁨이요. 오악 팔 음의 음악 소리에 흔쾌한 율동의 즐거움이요. 기쁨을 맞고 편안함을 갖는 즐거움처럼 좋아한다는 것이니, 산처럼 물처럼 위 동정을 좋아한다는 것이 곧 요산(樂山)이요 요수(樂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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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옛성길 구간 "구름정원" 구간을 들어서는 일행들 ⓒ 윤도균


새해맞이 신년 산행을 통해 다시 한 번 산악인의 마음가짐을 가다듬으며 "요산요수(樂山樂水)"란 단어의 깊은 뜻을 아로새겼다. 우리 일행은 '구기터널공원 지킴 터'를 빠져나와 인도를 따라 불광동에서 이날 산행을 접으려고 했다. 그런데, 일부 회원들이 산행 시간이 조금 부족한지 북한산 둘레길(장미공원 ~ 구름정원) 구간을 더 돌고 가자며 '옛 성길' 구간으로 들어선다.

우리나라에는 제주도 올레길을 시발로 전국 각처에 그와 비슷한 수많은 둘레길이 생겨났다. 나는 북한산 둘레길은 큰 시선을 끌지 못할 것 같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북한산 옛 성길 구간' 장미공원에서 시작해 구름정원에 이르는 코스를 걸어본 뒤 그 생각이 바뀌었다. 뜻밖에 그곳은 또 다른 아름아움이 간직하고 있었다.

이렇게 생각지도 않게 일행들과 북한산 둘레길을 체험한 뒤, 산 이야기만 꺼내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던 아내도 즐거워했다. 아내는 시간만 나면 산 이야기를 하며 산에 가고 싶어 하는 남편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이번 '2012 신년맞이' 산행에서 '일거양득' 건강 챙기고 아내가 산을 이해하는 기회가 되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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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둘레길 옛성길 구간 구름정원 지대를 지나는 일행들 모습이 아름답다. ⓒ 윤도균


#북한산국립공원 #북한산둘레길 #족두리봉 #백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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