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언제쯤 악성 댓글에 여유로워질까

나울 그 일곱 번째 이야기

등록 2011.03.23 09:59수정 2011.03.2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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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면서 생긴 사이트인 듯합니다. ⓒ 악플방지위원회

악플이 사회적 문제로 제기 되면서 생긴 사이트 인 듯 합니다. ⓒ 악플방지위원회

"여기 대구에 있는 ○○경찰서인데요. 몇 달 전에 선생께서 사이버수사대에 신고하신 건 있죠? 범인을 잡았습니다. 처벌을 원하신다고 하셨죠?"

"그 사람 뭐하는 사람입니까?"

"고등학교 1학년 학생 입니다"

"그러면 당사자와 학교 담임선생님 그리고 부모님을 제게 보내 주십시오. 만나보고 처벌을 할지 결정 하겠습니다."

 

사이버 폭력이란 게 이런 것이구나!

 

꽤 오래 전의 이야기입니다. 어느 24시간 윈앰프 방송국에서 음악방송 진행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신청한 음악을 들려주고, 단방향이지만, 내 이야기에 공감을 해 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내게 있어 작은 행복이었습니다.

 

당시에는 음악에 대한 저작권 논란이 없었기 때문에 진행자들끼리 음악을 주고받아 내가 보유한 국내 가요가 2만여 곡이 넘었었고, 프로그램 진행에 대한 재능(?)도 인정받아 윈앰프방송 황금시간대라는 밤10시부터 12시 타임을 할당 받을 때였습니다.

 

보통 음악이나 사연 신청은 쪽지를 통해 받게 되는데, 어떤 사람이 말끝마다 태클을 거는 겁니다. 가령 "내일은 날씨가 춥다고 합니다. 멋도 좋지만, 옷 든든히 챙겨 입고 외출하시길..."이라고 멘트를 하면 "븅신! 니가 옷을 사주면서 그 따위 소릴해라 ×× 야" 처음에는 무시하고 넘어가자 라고 생각했는데, 매번 이런 식으로 나오니까 화가 나기 시작해 결국 강퇴(강제퇴장 조치)를 시킨 것이 문제가 되었습니다.

 

세상에 이런 말이 있나 싶을 정도로 생전 들어보지도 못한 욕설을 연 삼일간 듣다 보니까,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더군요. 그래서 일부러 말을 시켜서 그 사람이 하는 말(욕설)을 캡처를 해두기 시작했습니다.

 

나중에는 "니 엄마 ××××"하는 욕설에 정말 화가 나서 "당신 누군지 모르지만, 내가 분명히 잡습니다" 라는 메시지를 보냈는데, 이에 대한 답글은 "니까짓게 나를 잡는다고? 내가 아이디가 5개나 되는데 무슨 수로 나를 잡을껀데 이 ×× 야!" 이 메시지를 보고는 '넌 나한테 걸려들었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주민등록법 위반(아이디 한 개를 만들려면 한 개의 주민등록번호가 필요)을 들어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을 했습니다.

 

사이버수사대, 솔직히 그들을 믿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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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플 관련 기사] 악플이 이젠 유명인들 문제 만은 아닌듯 합니다. ⓒ 네이버뉴스

▲ [악플 관련 기사] 악플이 이젠 유명인들 문제 만은 아닌듯 합니다. ⓒ 네이버뉴스

'사이버 수사대에서 이런 것까지 신경이나 쓸까'라는 생각을 하고 방송 운영자에게는 개인적인 일 때문에 당분간 방송을 하지 못하겠다는 말을 했습니다. 사실 그 사람 때문에 도저히 그 상태에서는 방송을 할 수 없는 상태였기 때문입니다.

 

1개월쯤 지났을까 사이버수사대가 아닌 관할 경찰서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저는 △△경찰서 사이버 담당 형사입니다. 사이버 수사대에 고발하신 건과 관련해 몇 가지 물어볼 게 있어서 그러는데, 잠깐 다녀가시죠?"

 

"이런 경우는 주민등록법 위반뿐만 아니라 업무방해, 명예훼손 등 대략 5가지 법률위반에 해당이 됩니다. 그런데 그 사람의 아이피가 대충 어느 지역인 것 같아요?"라고 묻기에 "그건 모르겠고 그 사람 말 중에 광주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라고 말했더니, 그쪽 관할서로 넘기겠다고 하더군요.

 

그로부터 3개월 정도 뒤, 엉뚱하게 광주가 아닌 대구 ○○경찰서에서 연락이 온겁니다.

 

착하게 생긴 놈이 도대체 왜 그랬니?

 

50대 중반 정도의 점버 차림 아저씨가 내가 근무하는 사무실을 찾은 것은 경찰서에서 범인을 잡았다고 알려준 2일 후였습니다. 그 옆에 고개를 푹 숙이고 있던 멀대 같이 큰 녀석.

 

"실례지만 누구신지?"

"이놈이 제 아들인데 선생님께 못할 짓을 했다고 해서 데려왔습니다."

"제가 분명히 담임선생님과 같이 오라고 경찰서에 이야기를 했을 텐데요"라고 말했더니, "대신 이것을 받아왔습니다"라며 내민 것은 교장선생님의 사과문이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학생에게 "네가 나한테 어떤 욕설을 했는지 기억나니?"라고 물었더니 "네"

"도대체 왜 그랬니? 그게 얼마나 무서운 건지 아니?", "저는 죄가 되는 건 잘 몰랐고, 모르는 사람에게 시비 걸고, 욕하면 대꾸하는 게 재미있어서 그랬어요."

 

"그럼 아이디는 어떻게 다섯 개나 만들었는데?", "주민등록번호를 무작위로 생성해 주는 프로그램을 가지고 했어요."

 

그때 처음으로 주민등록번호를 생성해 주는 프로그램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그것이 범죄인 줄 모르는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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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 선생님의 트위터 악플에 대한 대처 내용 ⓒ 이외수

이외수 선생님의 트위터 악플에 대한 대처 내용 ⓒ 이외수

"애비인 제 잘못입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애 엄마가 집을 나간 후 할머니와 같이 살고 있는데, 난 매일 공사판으로 돈 벌러 다니다 보니 애 관리를 하지 못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무릎을 꿇는 그 아이의 아버님에게 이러지 마시라고 말씀을 드리고 아이에게는 '아버님과 이야기 나누고 올 테니까 너는 여기에 반성문을 써 놓고 있어라'라고 말하고 A4용지 한 장을 건네주었습니다.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애가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해서 상담을 했더니, 컴퓨터 공부를 해 보겠으니까 하나 사 달라고 해서 사 주었는데, 그런 나쁜 짓을 할지 정말 꿈에도 몰랐습니다."

 

"아직 어리다 보니까 어떤 것이 범죄인지도 모르고 한 행위입니다. 저도 저렇게 여리고 착한 학생인줄 몰랐습니다."

 

그 학생의 아버지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아이에게 돌아와서 주의를 주었습니다.

 

"너 나랑 약속하자. 아버님이 너무 훌륭하신 분이기 때문에 이 아저씨가 용서를 하는데, 너 돌아가서 공부 열심히 할 수 있니?"라고 물었더니 "네!" 대답은 참 잘합니다.

'저렇게 착한 녀석이 어떻게 그런 면이 있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하다가 아이에게 잘못에 대한 대가는 알려 줄 필요가 있겠다 싶어서,

"너 집에 돌아가는 대로 그 사이트 게시판에 들어가서 '니가 누구고  무슨 잘못을 했고 다시는 안그러겠다'는 사과의 글을 올려라"라고 말하고는 돌려보냈습니다.

 

몇 시간 뒤 방송 사이트에서 확인한 내용은, '저는 ○○○인데, 이런저런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근데 어떤 공무원 아저씨한테 걸려서 혼났습니다. 다신 그러지 않겠습니다'라는 글을 보고 웃음도 났지만 '이 학생은 다시는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거다'라는 믿음도 갔습니다.

 

악플에 대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속시원한 방법이 없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대구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서'그 학생과 부모님을 오늘 만났는데, 용서해 주기로 했습니다'라고 말했더니,

 

"죄송합니다만, 연락이 없어서 오늘 자체회의 결과 처벌을 하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한번만 봐 주십시오" 정말이지 그 형사분께 통 사정을 했습니다. 그랬더니,

"그러면 제가 양식을 이메일로 보내 드릴 테니까 취하서를 작성 하셔서 오늘밤 12시 이전에 제게 보내 주십시오."

 

헐~~ 그래서 그날 팔자에도 없는 야근을 해야 했습니다. 요즘도 블로그 댓글이나 트윗(Mentions)에 대한 악플이 달릴 때 대처 방법을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대꾸를 하지 않는 것이 능사는 아닌 것 같고, 한번은 트위터에서 어떤 분의 시비성 글에 대해 '선생님의 말꼬리 잡기식의 트윗은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합니다. 차라리 말씀을 하지 않는 것이 많은 분들에게 이로울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만, 블록 처리해드립니다' 라고 말했더니 앞뒤내용 다 자르고 '@Bruceshinn(내 아이디) 이 사람이 나보고 트위터를 떠나라고 합니다. 여러분 어떻게 생각 하세요?'라고 동네방네(트위터) 떠들고 다닐 때는 정말 환장을 하겠더군요.

 

내 말에 반대의견을 가지고 토론을 하자고 하면 얼마든지 좋겠는데, 말꼬리 잡고 늘어지기, 말꼬투리 잡아 시비걸기, 왜곡.확대 해석 등에 대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아니면 얼마나 더 나이를 먹어야 현명한 지혜를 얻을지 정말 모를 일 입니다.  

2011.03.23 09:59 ⓒ 2011 OhmyNews
#나울이야기 #신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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