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원평가의 또다른 모순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

[교원평가⑤] 교과부의 '교원능력개발평가 모형 개선 방안 발표'를 보고

등록 2010.12.18 16:23수정 2010.12.18 1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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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이하 '교과부')가 올해 교원능력개발평가를 전면적으로 강행실시하면서 그 결과로 미흡교사는 6개월 연수를 시킨다고하고 우수교사는 학습연구년제를 보내겠다고 했습니다. 교과부는 이미 지난 9월부터 6개월 기한으로 최초로 초중등교사를 대상으로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를 시범 운영하고 있고, 현재 전국 초중등교사 99명이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교과부가 12월 14일 발표한 '교원능력개발평가 모형 개선 방안 발표'라는 보도자료 헤드라인에 내세운 것이 '2010년 평가결과 활용 : 학습연구제 500명 선발 지원, 장단기 능력 항상연수 약 1050명 실시'입니다. 그러면서 장단기연수 대상자 선정 기준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습니다.

○ (선정기준 및 방법) 교원능력개발평가 매뉴얼 및 시도별 운영계획에 제시된 환산평어의 미흡(2.5미만) 기준에 따라 심의대상자 기준 설정
  - 다만 장기연수의 경우 학생만족도조사 결과 2.0미만인 자로 설정   
  * 환산평어 : 4.5이상 '매우우수', 3.5이상~4.5미만 '우수', 2.5이상~3.5미만 '보통', 1.5이상~2.5미만 '미흡', 1.0이상~1.5미만 '매우미흡' (문항 척도 : 1~5점)

그러니까 장단기연수 대상자인 '미흡교사'로 판단하는 근거를 이번 교원평가결과에 나타난 점수(환산평어)로 보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이번에 '미흡교사'로 선발되어 장단기연수 대상자가 된 사람들은 이번 교원평가에서 꼴찌에서 약1050등까지 라는 결론이 나옵니다.

이와같은 논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교과부가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게 한다는 500명의 '우수교사' 역시 '미흡교사'를 판별하는 방식으로 교원평가에서 1등부터 500등인 사람으로 선발해야 맞습니다. 그렇지않나요? 이것이 가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교과부는 지금까지 '아니'라고 하고 있지만, 2.5점 미만의 '미흡교사 약 1050명'을 선정할 수 있었다는 것은 결국 이번에 실시한 교원평가로 교원평가에 참여한 교원을 1등부터 35만8090등(전체교원은 40만3516명)으로 한 줄로 세울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그렇지요? 그러니 이번 평가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우수교사 500명'도 점수 높은 순서인 등수로 아주 쉽게 선발할 수 있습니다. 참으로 무섭습니다.

교원평가와 완전 따로 노는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 대상자 선발 기준

교과부는 어인 일인지 교원평가 결과 '환산평어 2.5점 미만'의 '미흡교사'를 '약1050명'이라는 숫자로 나타내면서, 우수교사 500명에 대한 환산평어 점수 또는 커트라인은 말하지 않습니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그러면서, 교과부는 학습연구년 기회를 줄 '우수교사' 선발원칙을 다음과 같이 따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 (선발기준 및 절차) 평가결과 일정기준 이상인 자를 대상으로 시도별 선발기준 및 절차에 따라 자기학습계획서, 학교장 추천, 연구역량 평가 등을 평가하여 교육감이 선발

교과부가 발표한 평가결과 활용에서 '우수교사'에게는 '학습연구년 기회 제공'을 한다는데, 선발기준이 '미흡교사' 선발하는 것과 달리 교원평가결과 점수가 아닙니다. 실제로 지금 현재 시범운영하고 있는 학습연구년제 선발 기준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연수대상자 자격 요건>
  1)「교원등의연수에관한규정」제13조의 요건을 갖춘 자
    - 교직관과 국가관이 투철한 자
    - 근무성적이 우수한 자
    - 필요한 학력 및 경력을 갖춘 자
    - 연수 후 상당기간 근무가 가능한 자
   2) 2010. 9. 1 기준 정규교사 실 교육경력 10년 이상, 정년잔여기간 최소 5년 이상인 교사
   3) 교과전문성 신장과 교수‧학습방법개선에 관심과 열의가 많은 자

결국 교과부가 제시하고 있는 학습연구년제 교사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교육경력 10년 이상과 정년잔여기간 최소 5년 이상인 교사'입니다. 그 다음 선발조건은 각시도별로 따로 정하도록 하고 있는데,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1차 전형은 서류, 2차 전형은 연구능력평가, 3차 전형은 면접을 실시하고 2차와 3차의 전형결과 총점이 높은 순으로 선정하는데, 2차 연구능력평가는 '교육활동능력(40점), 자기학습계획서(30점), 학교장추천서(10점), 심층면접(20점)'으로 되어있습니다.

'미흡교사'도 갈 수 있는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

다른 시도 역시 서울시교육청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이런 '우수교사' 선발기준으로만 보면 교원평가에서 2.5점 미만을 받은 '미흡교사'도 얼마든지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에 선정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런 모순이 어디있나요?

결국 각시도교육청이 내세우고 있는 선발기준을 보면, 교원평가 결과와 상관없이, 더욱이 수업과 상관없이 그동안 승진을 위해 연구점수를 많이 따놓은 사람이 '실적'을 내세워서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에 뽑힐 가능성이 가장 크다는 얘기입니다.

결국 승진점수가 많은 교사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따라서 이번 교원평가에서 아무리 높은 점수를 받았다하더라도 그동안 승진할 생각을 하지않아서 승진에 필요한 연구를 따로 하지 않은 사람은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일부 교사들이 염려하고 있는 친교육청적인 교사들이 선정될 수 밖에 없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번에 시범운영하고 있는 학습연구년제에 참여하고 있는 교사 중에는 이미 교육청에서 주관하는 다른 기회로 연수를 다녀온 경험이 있기도 해서 결국 혜택을 받는 사람이 중복해서 혜택을 받을 수 밖에 없게 되기도 합니다. 그리고 승진을 위한 연구점수가 많은 교사들이 참여하다보니 일부분이지만 학교 출근을 하지 않아 상대적으로 넉넉한 시간에 승진시험공부에 매진하는 경우도 생깁니다.

교원평가에서 우수한 교사들을 대상으로 기회를 제공한다고 말은 하면서, 실제로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가 교원평가와 전혀 상관없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교원평가의 모순을 교과부 스스로 인정하고 있다는 것이고, 결과 또한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는 확실한 증거입니다. 이와같이 보면 교과부가 '미흡교사 약 1050명'은 어떻게 자신만만하게 발표할 수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교원평가의 원칙과 결과 활용에 대한 교과부의 앞뒤가 맞지 않는 태도 덕분일까요? 저는 지금 현재 교원평가에서 '매우미흡'을 받고도, 승진을 위한 연구점수를 전혀 따놓지 않고도 교과부가 시범으로 운영하고 있는 '우수교사 학습연구년제' 대상자 99명 안에 들어서 현재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가장 큰 이유를 먼저 말씀드리면, '미달'이었기 때문입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육과학기술부 #학습연구년제 #우수교사 #우수교사학습연구년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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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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