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흡교사→ 6개월 연수→ 우수교사?' 참 쉽죠 잉?

[교원평가④] 현장교사가 본 '교원능력개발평가'가 가지는 한계와 가야할 방향

등록 2010.12.17 17:56수정 2010.12.1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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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앞기사에서 교육과학기술부(장관 이주호, 이하 교과부)가 법적근거도 아직 마련하지 못한 교원능력개발평가(이하 교원평가)를 전국의 초중등학교 교사를 대상으로 전면 실시한 데에 대한 여러 가지 문제점을 얘기했습니다(부실한 교원평가로 '불량교사' 골라낸다고?).

교과부 역시 올해 실시한 교원평가에 대해서 문제점을 개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현장교사인 제가 볼 때는 이번에 교과부가 내놓은 개선안 역시 교원평가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고 봅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그 까닭을 지금부터 얘기해 보려 합니다. 교과부가 제시하는 교원평가 목적을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평가의 목적
- 교사의 학습 및 생활지도에 관한 전문성을 진단하고, 그 결과에 근거한 전문성 향상을 지원한다.
- 교사가 자신의 수업을 새로운 관점에서 검토, 분석할 수 있도록 자기 발전에 필요한 자료를 제공한다.
- 공정하고 타당한 평가 실시 및 결과 활용을 통해 교원의 지속적인 능력개발을 유도한다.
- 교원의 전문성 신장을 지원함으로써 학교 교육의 질 향상 및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제고한다.

이에 따라 교과부는 교사를 '매우 우수', '우수', '보통', '미흡', '매우 미흡' 5단계로 나누는 작업을 했고, 올해 처음 전국적으로 실시한 교원평가에서 '매우 미흡 교사 약 1050명'을 선정했습니다.

물론 교사들이 보기에도 '저런 교사는 교사들 망신만 주니 빨리 학교를 그만두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부적격 교사'가 있습니다. 동료교사들과 학부모가 아무리 문제제기해도 '부적격교사'인 그들은 교육 현장에 계속 있었습니다. 교과부는 이번에 '매우 미흡 교사 약 1050명'을 뽑아냈다고 의기양양(?)합니다. 하지만, 그동안 부적격 교사의 존재를 몰랐던 것이 아니라, 부적격 교사를 어떻게 할지에 대한 대책이 없었을 뿐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교원평가에서 그동안 '부적격 교사'라고 여겨졌던 교사들이 모두 '미흡 교사'로 분류됐을까요? 제가 보기엔 현장의 '부적격 교사'들을 모두 거르지는 못했습니다. 그렇다면 '매우 우수' 평점을 받은 교사는 과연 '매우 우수' 교사일까요? 반대로 이번 평가에서 '매우 미흡'을 받은 교사는 모두 척결해야 할 대상일까요?

이번에 실시한 교원평가는 한두 시간의 수업만을 보고 평가한 것입니다. 때문에 교과부가 애초에 말한 평가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부족함이 너무 많습니다. 그래서 이번 교원평가로 '매우 미흡 교사 약 1050명'을 뽑아냈다고 자신만만하는 교과부가 더욱 이해할 수 없습니다.


'미흡교사'가 6개월 연수 받으면 '미흡교사' 면할까?

또 교과부는 이번 평가결과로 '우수 교사'는 인센티브를 주어서 6개월에서 1년짜리 '학습연구년제'를 보내고, '미흡 교사'는 강제로 6개월 연수를 시킨다고 합니다. 이것이 과연 교사의 전문성을 높이는 좋은 방법일까요? 미흡교사가 6개월 연수를 받는다고 미흡교사를 면할 수 있을까요?

더 놀라운 것은 미흡교사에게 겨울방학, 여름방학 각각 1개월과 학기 중에 4개월, 모두 6개월의 연수를 시킨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미흡교사는 방학 중에는 물론 학기 중에도 수업을 하면서 연수를 들으러 가야 합니다. 그렇다면 이 분들은 수업 준비는 언제하며, 수업하랴 연수받으랴 몸이 피곤해서 수업은 제대로 할 수 있을까요?

저도 야간에 대학원을 다녀봤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 공부를 하러 다니면 확실히 수업 준비할 절대적인 시간이 부족하고 몸이 피곤해서 수업이 소홀해 질 수밖에 없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 연수를 받게 되면 수업만 소홀해지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공부 또한 제대로 하기 힘들고, 건강은 건강대로 잃게 됩니다. 

그런데 교과부는 이런 현실적인 사정은 무시한 채 미흡교사에게 6개월 연수를 강제로 시키면 곧 미흡교사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심한 비유를 하면, 교과부는 교사들을 기계화된 축사에서 길러지는 돼지처럼 보고, 건강검진을 해서 건강이 부실한 돼지에게 칼로리를 계산한 사료와 영양제와 항생제를 더 투여해서, 곧바로 건강한 돼지로 키우는 것쯤으로 보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수업이 끝난 뒤에 받는 교사들 연수를 보면, 연수내용이 재미없고 있고를 떠나 연수 중에 조는 교사들이 참 많습니다. 이는 강의 내용이 재미없어서라기보다 학교에서 하루 종일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정신없이 지내다가 가만히 앉아있으니 저절로 졸음이 오는 것입니다. 스스로 결정하고 필요해서 듣는 연수도 졸음이 쏟아지는데, 내가 원해서 듣는 것도 아닌 강제로 시키는 연수, 그것도 6개월 동안 하는 연수가 과연 효과가 있을까요? 그렇지 않아도 수업을 못해서 미흡교사가 되었는데 그 기간 동안 수업은 제대로 이루어 질 수 있을까요?

특히 '6개월'이라는 기간은 어떻게 나온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교과부는 교사들한테 연수만 많이 시키면 우수교사가 된다는, 그야말로 단순 논리를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는 교과부가 교육을 잘 모르고 교육현장을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똑같은 방법으로 일제히, 쉽게, 통계를 얻으려는 게 문제

교원 평가를 무조건 하지 말라는 게 아닙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평가는 교사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말하는 제게 사람들은 이렇게 바로 되묻습니다. '그럼 교원평가를 어떻게 해야 하느냐?', '니가 좋은 방법을 얘기해 달라'구요.

누구에게나 딱 들어맞는 정답이 없는 것이 교육인지라, 학교마다 교사마다 학생마다 다 사정이 달라서 한 마디로 이런 게 좋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딱 잘라 말할 수 없는 것을 전국의 교원, 학생, 학부모를 대상으로 똑같은 방법으로, 일제히 그것도 쉽게 통계 숫자로 얻으려는 것이 잘못이라고 봅니다.

현장 교사인 제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겁니다. 교사를 '매우 우수 교사', '우수 교사', '보통 교사', '미흡 교사', '매우 미흡 교사' 5단계로, 그것도 평균점으로 분류해 놓고 어찌할 생각하지 마십시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입니다. 평가 역시 지금처럼 '익명으로' 몇 가지 내용을 일률적으로 정해 통계를 통해 숫자로 쉽게 나타내는 게 아니라 평가하는 방법과 내용, 과정에 있어서 소통이 되어야 합니다.

교과부는 참으로 어렵고 하기 힘든 사람에 대한 평가를, 기계를 통해 아주 쉽고 편하게 하려고 합니다. 교육도 그렇지만 평가는 더욱 어렵고 힘들게, 많이 생각해서 해야 한다는 것을 우리나라 교육을 책임지는 교과부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교원능력개발평가 #교육과학기술부 #매우미흡교사 #부적격교사 #부적격교사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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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4년만에 독립한 프리랜서 초등교사. 일놀이공부연구소 대표, 경기마을교육공동체 일놀이공부꿈의학교장, 서울특별시교육청 시민감사관(학사), 교육연구자, 농부, 작가, 강사. 단독저서, '서울형혁신학교 이야기' 외 열세 권, 공저 '혁신학교, 한국 교육의 미래를 열다.'외 이십여 권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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