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2010년, 열사 앞에서 '승리하는 투쟁' 다짐"

민주노총 경남-울산-부산본부, 양산 솥발산 '열사 묘역' 찾아 시무식 열어

등록 2010.01.04 15:53수정 2010.01.05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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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쟁의 심장으로 다시 살아." "열사 정신 계승하여 이명박 정권 박살내자."

부산-경남-울산지역 노동자들이 양산 솥발산에서 새해 첫 출발을 시작했다. 민주노총 부산-경남-울산본부와 민주노동당·진보신당 부산-울산시당은 4일 오전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에서 신년 시무식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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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울산-경남-부산본부 소속 노동자들은 4일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을 참배하면서 경인년 시무식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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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등이 4일 양산 솥발산에 있는 고 이경숙 경남도의원의 묘소를 참배하고 있다. ⓒ 윤성효


이날 시무식은 진눈깨비가 내리는 속에 열렸다. 지난 1일 새벽 국회에서 노동 관계법이 날치기 처리되고, 집권 3년째를 맞는 이명박 정부의 '노동탄압'이 더할 것으로 보이지만 노동자들은 '희망을 주는 투쟁'을 다짐했다.

민주노총 김천욱(경남), 김영진(부산)과 박종훈 경남도교육위원, 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 조승수 진보신당 의원, 민병렬 민주노동당 부산시당 위원장, 김석준 진보신당 부산시당 위원장, 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 서진호 농협노조 울산경남본부장, 정동길 화학섬유노조 부산경남지부장 등이 참석했다.

솥발산에는 노동, 민주화, 참교육, 여성운동에 앞장섰던 부산-경남-울산지역 열사 30여 명이 묻혀 있다. 민주노총 지역본부와 진보정당들은 최근 몇 년 사이 이곳에서 시무식을 열어오고 있다. 노동자들은 열사들의 묘역을 둘러보면서 묘비 앞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거나 헌화·묵념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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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는 4일 오전 양산 솥발산에서 경인년 시무식을 열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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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오른쪽) 등 산별 노조 대표들이 4일 솥발산 묘역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솥발산에 '열사 묘역'이 조성된 건 1991년. 전교조 합법화 투쟁 중 운명했던 고 신용길 선생이 묻히기 시작한 뒤부터 10여 년 동안 많은 열사들이 이곳에서 잠들었다. 부산경남울산열사정신계승사업회는 "열사들을 통해서 세상을 본다"는 구호를 내걸고 다양한 열사 기념사업을 벌이고 있다.

진보신당 인사들과 함께 솥발산 묘역을 찾은 조승수 의원은 "새해 첫날 노동 관계법이 날치기 처리되었다"면서 "자본과 돈이 중심이 되는 구조 속에서, 노동자들은 열사 앞에 모여서 새로운 각오를 다지게 되었다"고 말했다.


김천욱 본부장은 "지난 한 해는 힘들었다. 용산참사와 화물연대 박종태 열사의 죽음, 77일간 쌍용차 투쟁과 탄압, 전교조와 공무원에 대한 탄압 등이 지속되었다"면서 "신년 들어 첫날 한나라당은 노동 관계법을 날치기 처리했는데, 정부는 노조를 말살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2010년도도 결코 만만치 않다. 승리하는 투쟁을 이끌어야 하는데 무겁다. 열사 앞에서 새로운 다짐을 한다"면서 "6월에 지방선거가 있다. 한 사람 잘못 뽑아서 고생하고 있는데, 지방권력까지 한나라당에 넘겨줄 수 없다. 현장부터 대동단결해서 희망을 주는 투쟁을 해나가자"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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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울산본부 간부들이 4일 솥발산 열사묘역을 찾아 참배한 뒤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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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경남본부 간부들이 4일 양산 솥발산 열사묘역을 찾아 고 배달호 열사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 윤성효


문성현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은 "서로 생각이 조금씩 다르더라도 하나 되는 민주노조 간부들이 되기를 바란다"고, 박종훈 교육위원은 "정치와 노동, 교육이 다르지 않다. 진보진영이 단결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선식 전교조 경남지부장은 "하나 되는 마음으로 승리하는 투쟁을 하자"고, 서진호 본부장은 "농민과 농협의 실정이 절박한데 연대해 나가자"고, 제갈종용 본부장은 "작은 차이를 극복해 중심을 잃지 않는 투쟁을 해나가자"고, 정동길 지부장은 "이곳에 누워 계신 분들을 생각하니 우리가 할 일이 더 많다"고 말했다.

강웅표 배달호열사정신계승사업회 회장은 "열사들이 싸웠던 때와 지금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다"면서 "열사들의 가르침을 싸우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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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도 민주노총 경남본부 지도위원이 4일 양산 솥발산에 있는 고 배달호 열사 묘역에 헌화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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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종용 전국공무원노조 경남본부장이 4일 양산 솥발산을 찾아 고 하영일씨의 묘역에 참배하고 있다. ⓒ 윤성효


솥발산에 안장된 열사명단은 다음과 같다. ▲신용길(전교조, 1991년), ▲박창수(한진중공업, 1991년), ▲권미경(고무 노동자, 1991년), ▲박판수(민주화운동, 1992년), ▲조수원(부당징집 거부, 1995년), ▲최대림(대우조선 분신, 1998년), ▲배달호(두산중 분신, 2003년), ▲최복남(화물연대, 2003년), ▲성기득(교육민주화, 2003년), ▲박일수(현대미포조선 하청, 2004년), ▲김동윤(화물연대 분신, 2005년), ▲주민철(2006년), ▲서영호(현대자동차, 1993년), ▲양봉수(현대자동차 분신, 1995년), ▲김주익(한진중공업 자결, 2003년), ▲곽재규(한진중공업 투신, 2003년), ▲남문수(현대정공 자결, 2006년), ▲윤재동(현대자동차, 1996년), ▲최경철(현대자동차, 1999년), ▲이성희(사회운동가, 1999년), ▲한일권(사회운동가, 2000년), ▲강희환(운송하역노조, 2001년), ▲김종삼(전교조, 2002년), ▲이성도(대우정밀, 2003년), ▲이경희(사회운동가, 2004년), ▲최종만(부산지하철, 2003년), ▲이경숙(사회운동가, 2004년), ▲박장홍(사회운동가, 2006년), ▲하영일(공무원노조, 2007년), ▲김재헌(통일운동가, 2007년), ▲김주연(농민운동가, 200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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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 솥발산 열사묘역 안내도.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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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현 전 민주노동당 대표가 4일 양산 솥발산을 찾아 고 조수원 노동자의 묘소를 참배한 뒤 분향하고 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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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창근 전 금속노조 위원장(오른쪽)은 4일 솥발산을 찾는 노동자들을 위해 열사묘역을 안내했다. ⓒ 윤성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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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동건 화섬노조 울산본부장이 4일 솥발산에 묻혀 있는 고 김수배 열사의 묘역을 참배한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 윤성효


#솥발산 열사 묘역 #민주노총 경남본부 #고 배달호 열사 #조승수 의원 #문성현 전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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