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북자들을 '먼저 온 미래'라고 생각해 달라"

하나원 개원 10주년 맞아 첫 내부공개... 내외신 160여 명 취재

등록 2009.07.08 23:39수정 2009.07.08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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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 개원 10주년 기념식에서 연설하고 있는 현인택 통일부 장관. ⓒ 황방열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가 정식 명칭인 '하나원'이 8일로 개원 10주년을 맞아 처음으로 언론에 내부를 공개했다. 6월말 현재 남한에 들어온 탈북자는 1만6천명을 넘어섰고, 1년 기준으로도 3천명 수준이다. 하나원을 거쳐 간 탈북자도 1999년 1기 수료생 28명을 배출한 이후 1만4천명에 이른다.

통일부가 경기도 안성시 하나원 본원에서 연 10주년 기념식에는 김형오 국회의장을 비롯해 국회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박진 위원장 등 국회의원들, 이홍구 통일고문회의 의장 등 전직 통일부 장관을 비롯한 외부인사 300여 명과 하나원 교육생 100여 명이 참석했다.

이날 행사는 1999년 하나원 개원 이후 처음으로 교육실, 생활실, 의료시설, 유아실 등의 내부시설을 외부에 공개하는 자리였기 때문에 외신 90여 명을 포함해 취재진 160여 명이 취재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이날이 김일성 주석 사망 15주기이기 때문에 이번 행사가 더욱 두드러졌다는 말이 나오기도 했다.

"편견과 차별이 가난보다 힘들었다... 탈북자들 모임 23개 있어"

통일부는 하나원을 나온 뒤 남쪽사회 정착에 성공한 탈북자 8명과 현재 교육을 받고 있는 탈북자 4명의 내외신 인터뷰도 진행됐다. 교육생 단계에서 언론인터뷰가 진행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탈북자 피아니스트로 유명한 김철웅 백제예술대 교수는 "사회에 나간 뒤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과 편견, 차별이 가난보다 힘들었다"면서 "탈북자답지 않게 키 크고 잘생겼다는 말은 개인에게 칭찬일 수 있지만, 탈북자들에게는 편견일 수 있다"고 말했다. 2003년에 하나원을 나온 그는 "(남쪽 사회에서) 탈북자들을 먼저 온 미래로, 이들 때문에 올바른 통일방안과 대북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내기도 했다.


2000년에 하나원을 마친 뒤 현재는 부목사로 활동하고 있는 유혜란씨는 "아이들이 학교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등 왕따를 당했는데, 신앙이 있었기 때문에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고했다. 유씨는 탈북여성들의 애로점을 묻는 질문에는 "남성들과 마찬가지로 역시 직업문제인데, 여성들은 식당이나 3D업종 쪽으로만 문이 열려 있다. 너무 힘들어서 노래방 넘어서…그런 업소에서 일하는 여성들도 있다"고 말한 뒤 목이 메어 말을 잇지 못하기도 했다.

2004년 하나원 수료자인 김흥광 경기대 겸임교수는 탈북자들의 모임과 관련해 "동향인으로서 이렇게 저렇게 모이면서 23개의 모임이 만들어졌다"면서 "북한 민주화를 위해 모인 단체도 있고, 예술인단체, 탈북 대학생들끼리 동아리도 있다"고 소개했다. NK지식인연대 대표이기도 한 그는 "(탈북자들 중에서) 무연고 청소년들이 제일 힘들어하는데 이들에 대해 국가와 지자체 차원의 지원이 필요하고, 50세 이상의 고령자들에 대해서는 공공근로를 개방해줘야 한다"면서 "청소년들도 남쪽친구들과의 괴리와 정체성 혼란의 문제가 크다"고 전했다.

교육생 인터뷰는 북쪽에 있는 이들 가족들의 신변안전을 고려해 가명으로 진행됐다. 올해 1월까지 함경북도에서 간호사로 근무하다 탈북했다는 황아무개(31세)씨는 "탈북 때까지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는 전혀 몰랐다"고 말했다. 탈북동기에 대해서는 "'고난의 행군' 때는 몇 년만 참으면 잘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15년이 지난 지금 바뀐 게 없다"면서 "'강성대국' 됐다고 했지만, 희망도 미래도 없었기 때문에 나왔다"고 밝혔다.

지난해 식량사정에 대해서는 "'고난의 행군' 때는 장사생각을 못 했지만, 지금은 경험이 있어서 미리 장만을 해놨기 때문에 그때보다는 상황이 낫다"면서 "배급은 없다"고 말했다.

탈북 이후 빠른 시간 내에 남쪽으로 들어올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황씨는 "북을 떠날 때부터 브로커를 알았기 때문에 빨리 올 수 있었다"면서 "그 비용은 여기 와서 주기로 돼 있다"고 설명했다.

작년 4월 탈북해 올해 입국한 60대의 노동자 출신 남성 김아무개씨는 "군수공업 관련 공장들은 좀 가동되지만 다른 공장은 제대로 움직이는 것이 없다"며 "군수공업만 돌아가고 나머지는 다 죽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술자리에서 정책과 사회주의 제도 비난을 해서 사상범으로 3년 동안 수용됐었다"는 김씨는 "북에서는 김정일 가계에 대해서는 일체 말을 못하게 돼 있어서 소문도 일체 못 들었다"고 말했다. 

왼쪽부터 김철웅 백제예술대 교수, 서학룡 남북교류협력자원개발실 대리, 유혜란 신사동교회부목사, 김흥광 경기대 겸임교수, 김철용 영화감독. ⓒ 황방열


현 장관 "북핵문제는 북한 문제 일부... 핵문제 너머에 더 본질적 문제 있다"

한편, 현인택 통일부 장관은 기념사에서 "지난 10년간 한반도에는 북핵문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였으나 북핵문제는 북한문제의 일부이지 전부는 아니"라면서 "핵문제 너머에 더욱 본질적이고 포괄적인 문제가 내재돼 있다"고 말했다. 현 장관은 "그 과제 중 하나가 탈북자 문제"라며 "정부는 탈북자 문제를 인도주의와 인권의 문제이자, 우리 사회의 선진화와 복지의 문제, 통일문제의 미래와 관련된 문제 등 세 가지 관점에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민관이 합동으로 탈북자의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하나센터를 전국 각지로 확대하는 한편, 내년에는 제2하나원 건립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획은 밝히지 않았으며, 통일부에서는 "아직 구상단계"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현 장관은 또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말이 있는데 정부는 '하나원에서 가정까지'로 만들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김문수 경기도 지사는 축사에서 "경기도에 탈북자 3500여 분이 사는데 이 중 4명을 공무원으로 채용했다"면서 "이분들이 최고 북한 전문가이고 탈북자 문제를 제일 잘 알며 일을 아주 잘하기 때문에 앞으로 4명을 더 채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지사는 또 "요즘 대한민국을 독재라고 하는데 이분들(탈북자들)이 그런 말 들으면 웃는다'면서 "우리 국민들은 자유가 뭔지, 민주주의가 뭔지 잘 모르지만 이분들은 잘 안다"고 말하기도 했다.

세탁소로 정착에 성공한 하나원 남성수료생과 현재 하나원에서 교육받고 있는 여성이 각각 후배교육생과 북쪽에 남아있는 언니에게 보내는 편지를 낭독하는 순서에서는 곳곳에서 울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하나원 #탈북이탈주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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