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6억 공천헌금' 제공 이한정 전 의원 파기환송

파기환송심서 검찰 공소장 변경해 다시 재판할 듯

등록 2009.06.11 21:11수정 2009.06.11 2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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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원 제3부(주심 박시환 대법관)는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한정 전 창조한국당 의원에 대한 상고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이씨는 지난해 제18대 총선에서 학력증명서와 경력을 위조해 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공·사문서 위조 및 행사)로 지난해 5월 구속됐고, 비례대표 후보 공천 대가로 6억원을 창조한국당 재정국장에게 건넨 혐의(공직선거법상 후보자 추천 관련 금품수수 금지 위반)로 추가 기소됐다.

 

한편, 이씨는 2000년 제16대 국회의원선거에 출마하면서 학력증명서를 위조해 행사하고, 또 장관 비서실장, 국무총리 비서관 등 허위경력을 공표한 혐의(공문서위조죄 등) 등으로 2001년 2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1년6월을 선고받았고, 2005년 광복절 때 특별복권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공소사실의 요지는 피고인이 비례대표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창조한국당에 6억원의 대가를 제공했다는 것인데, 원심은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고 '피고인이 6억원을 이자 연 1%, 만기 대여일로부터 1년으로 정해 대여함으로써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유죄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나 공소사실에는 '6억원을 이자 연 1%, 만기 대여일로부터 1년으로 정해 대여함으로써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수수했다'는 점이 포함돼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공소제기된 금품수수 행위와 원심이 인정한 재산상 이익은 그 범죄행위의 내용이 서로 달라 그에 대응할 피고인의 방어행위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결국 피고인의 충분한 방어권 행사가 됐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공소장변경 없이 공직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재산상 이익을 인정한 것은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에 실질적인 불이익이 초래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심이 공소장변경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직권으로 유죄로 판단했으니, 원심 판결은 공소장변경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파기환송심에서는 검찰이 공소장을 변경해 다시 재판이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1심인 수원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신용석 부장판사)는 지난해 9월 이씨가 창조한국당에 건넨 6억원이 공천 대가인 '기부금'이라고 보고,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금품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양형과 관련, "피고인이 지난 제16대 국회의원선거와 관련해 학력과 경력에 관한 문서를 위조하고 허위사실을 공표한 범죄로 징역 1년6월을 선고 받고도, 제18대 국회의원선거를 앞두고 다시 동일한 범죄를 저질렀고, 또한 금품을 주고서라도 비례대표 국회의원에 당선되고자 6억원을 지급했다는 점에서 그 행위에 상응하는 처벌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항소심인 서울고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기택 부장판사)는 지난해 11월 이씨가 창조한국당에 6억원을 이자 연1%, 만기 대여일로부터 1년으로 정해 대여함으로써 그로 인한 재산상 이익을 제공했다고 판단해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력서에 의한 허위사실 공표 혐의에 대해서만 무죄로 판단해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허위사실이 기재된 이력서를 중앙선거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하는 행위 자체로는 선거인의 판단에 영향을 미쳐 선거의 공정을 해할 여지는 없으므로 허위사실공표죄를 구성하지 않는다"며 무죄 이유를 설명했다.

 

양형과 관련, 재판부는 "만약, 정당의 핵심당직자가 재력가들과 결탁해 후보자 추천을 좌우할 경우 재력을 가진 소수 기득권자의 정치적 영향력이 증대될 뿐만 아니라, 후보자 추천과 관련해 부당하게 조성된 정치자금을 이용해 공당을 특정인을 위한 사당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가져 올 수 있어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자를 추천하는 일과 관련해 부정한 금품거래가 이루어지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럼에도, 피고인은 자신의 경력을 은폐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재산상의 이익을 제공하고 정당의 비례대표 공천을 받았다"며 "이러한 행위는 주권자인 국민이 공정한 절차에 의해 국민의 대표자를 선출함으로써 국가체제에 대하여는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고, 국민에게는 그에 대한 신뢰를 갖게 하는 대의민주주의의 기반을 뿌리째 흔드는 것으로서, 많은 국민에게 정치에 대한 적지 않은 불신과 실망을 안겨주었다"고 지적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2009.06.11 21:11 ⓒ 2009 OhmyNews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이한정 #공소장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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