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박2일이 홈플러스 CF에?

등록 2009.05.03 10:03수정 2009.05.03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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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사한 실내와 원하는건 조금만 움직이면 금방 얻을 수 있는 곳, 항시 공짜처럼 걸려있는 싸구려 야채용 봉지에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한다는 자부심은 마치 덤처럼 챙겨 갈 수 있는곳, 그리고 늘 자신이 왕이라는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친절한 직원들까지.

대형할인점은 매혹적인 자태로 소비자들을 유혹하며 성장중이다. 이미 동내 구석구석 슈퍼슈퍼마켓이라는 거대한, 하지만 좀 작은 마트를 내놓으며 손을 뻗어나가지만 소비자들은공사현장을 바라보며 그저 '우리 동내가 이만큼 성장을 했구나' 하며 뿌듯해 할 뿐이다. 재래시장의 파산을 바라보는 싸늘한 시선과 함께...

이런 와중에 한 CF가 등장했다. 즐겁게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면서 멜로디에 맞춰 "홈~~~플러스~ 플러스"를 열창한다. 그리고선 10년전 가격이라면서 대박을 외친다. 어찌보면 평범하기만 한 이 광고는 전혀 평범하지가 않다. 1박2일팀이 출연하기 때문이다. 그것도 전부나와서 아주 열심히.

연애인들 전부 찍는 광고, 1박2일팀도 찍을 뿐인데 그걸 같고 뭘 그러느냐 할지 모르지만 지금까지 방송에서 한 일들을 생각해보자. 농촌을 찾아가 손 꼭 잡으면서 "건강하게 사세요 어머니" "올해 작황이 좋아서 잘 팔릴 겁니다 아버님" 이라고 하는 말은 이미 고정멘트가 돼버렸다.

거기다 영세 상인들을 만나면, 또 반드시 하는말 "이거 물건이 잘 팔려야 할텐데". 그렇다. 그들은 시골의 우리네 어머니 아버지들과 동네에 가난한 서민 사장들이 부자는 아니라도 잘먹고 잘살길 바라왔다.(적어도 화면상으론) 그리고 10년전 까지만 해도 입에 풀칠은 해가면서 그들의 바람대로 그럭저럭 살아왔다.

그러나 시대는 변하면서 새로운 적이 등장했다. 대형할인점이 규모를 늘려간 것이다. 당연히 많은 소비자들이 할인점으로 몰렸고, 특히 젊은 층에겐 없으면 안되는 필수 공간이 되버렸다. 뭐든 깔끔한 거 좋아하고 있어보이는 거에 열광하는 나같은 청소년들은 불청결하고 괜히 부담되는 인심으로 가득한 시장을 어느새 꺼리게 돼버렸다.

나이드신 분이라고 다르지 않다. 괜히 다리 아프게 안 걸어도 되고 또 1+1이란 행사는 왜 그렇게 큰 거 얻는 거처럼 보이는지 어쩌다 하나 더 받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이렇게 얼마 안 되는 시간에 대형 할인점은 자본력으로, 혹은 마케팅으로 지금까지 잘해먹고 살았던 동네상권 틈바구니를 비집고 들어와 주류로 군림하게 되었다. 당연히 상대적으로 유약한 동네자본은 오그라들다가 결국 망하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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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박2일 홈플러스광고 ⓒ 이응렬


이렇듯 영세상민들을 돈으로 뭉게가며 몸을 불리는 대형할인점을 위해 1박2일팀이 팔을 걷고 나섰다. 직접 TV에 출연해 웃음과 제스처로 열심히 홍보에 열을 올렸다. 하지만 광고 레퍼토리대로 대박이 터진 건 단지 그들 뿐이리라. 그들이야 광고료만 받으면 땡이고 딱히 할인점 좋아하진 않는다고 하면 끝이겠지만 일반인들 중엔 강호동과 아이들을 농민과 영세상인의 친구라 생각한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아직도 그 광고가 주는 배신감을 깨닫지 못해 CF속 그들에 열광하며 '지금까지 저들이 보여준 건 거짓인가'라는 분노조차 느끼지 못한다. 여전히 그들이 자신들의 대변인이라 생각하면서.

물론 CF하나로 당장 모든 시장이 망한다거나 길가에서 나물파는 할머니들이 내일부터 장사 못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할인점의 위세 때문에 셔터를 닫고 목좋은 길목에 앉아서 장사하길 포기하는 분들이 점점 늘고있다.

그들은 알까? 그들이 외치는 '10년전 가격'이 10년 전에 장사하던 분들을 조여온다거나 할인점 옆에서 장사한다는 이유만으로 손해를 감수하며 10년 전 사라진 가격표를 찾고 있는걸. 음... 모르겠다. 과연 알까? 알아도 눈앞에 돈때문에 열심히 광고 찍었겠지? 제길... 마트나 가야겠다.

덧붙이는 글 | - 마트가지 말라는 글은 아닙니다.


덧붙이는 글 - 마트가지 말라는 글은 아닙니다.
#1박2일 #대형할인점 #홈플러스 #재래시장 #영세상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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