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하인스 워드들의 막막한 현실
"월 소득 86여만원, 10명 중 6명 비정규직"

김통원 성대 교수의 '1·2세대 혼혈인 실태조사 보고서'

등록 2009.03.16 21:35수정 2009.03.16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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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쟁 이후에 태어난 1·2세대 혼혈인들의 월평균 개인소득이 100만원에도 못 미치고, 다수가 시간제·계약직 등 비정규직으로 근무하는 등 심각한 생활고와 고용불안을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오마이뉴스>가 16일 입수한 <1·2세대 혼혈인의 욕구 및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2세대 혼혈인들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86만5400원에 불과하고,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낮은 소득으로 조사대상의 55.64%는 어떤 형태의 치료도 못 받고 있어 지원대책이 절실하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김통원 성균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책임연구자)의 보고서가 17일 오후 2시 '전쟁관련 혼혈인지원 공청회'(김충환 한나라당 의원실)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10명 중 6명은 비정규직... 주로 식당·건설현장에서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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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2일 열린 2009 프로농구 귀화, 혼혈선수 드래프트에서 프로 구단들의 지명을 받은 5명의 선수들 ⓒ 한국프로농구연맹


김통원 교수는 보건복지가족부로부터 용역을 의뢰받아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전국 1·2세대 혼혈인 546명(추정) 중 333명을 대상으로 생활실태와 주요 욕구, 사회복지자원 등을 조사했다. 조사과정에서 혼혈인지원단체인 국제가족한국총연합(사단법인)의 협조를 받았다.

김통원 교수의 규정에 따르면, 한때 '튀기'라는 경멸적 용어로 불렸던 '혼혈인'은 한국전쟁 이후 주한미군 아버지와 한국인 어머니 사이에 태어난 사람을 가리킨다. 한국전쟁 직후 전후복구사업이 본격적으로 실시된 시기에 태어난 혼혈인을 '1세대', '윤락행위 등 방지법'이 제정된 1961년부터 미국의 이민법이 개정된 1982년 이전에 태어난 혼혈인을 '2세대'라고 부른다.

먼저 혼혈인 중 백인계통(51.64%)과 흑인계통(41.39%)이 가장 많았고, 주로 경기도(51.39%)와 서울(21.67%)에 거주하고 있었다. 무학(25.38%)을 포함한 고졸 이하는 85.77%였고, 초대졸 이상은 14.23%에 그쳤다. 종교별로는 개신교(41.74%), 불교(39.57%), 천주교(3.91%)의 순으로 나타났다.


혼혈인이라는 신체적 특성과 낮은 학력 등으로 취업하지 못한 사람이 42.53%에 달했다. 그나마 취업한 혼혈인들은 주로 식당 주방 청소나 서빙(27.89%), 건설노동(15.65%) 등을 통해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유흥업소 접대원도 6.80%(10명)를 차지했고, 유흥업소 공연예술인(2명), 체육인·연예인·파출부(2명), 종교인(1명) 등이 그 뒤를 이었다.

특히 고용형태와 관련, 100명 중 약 66명이 비정규직으로 근무하고 있었다. 시간제 아르바이트(34.01%)와 계약직(31.97%) 등 비정규직은 65.98%인 반면, 정규직(17.01%)과 자영업자(8.16%)는 25.17%에 불과한 것.

이들은 구직활동시 낮은 학력(26.67%)뿐만 아니라 혼혈인이라는 이유로 처음부터 거부당하거나(18.43%) 차별을 당하고 있으며(12.94%), 애초에 구할 수 있는 직업이 한정돼 있어(18.43%) 많은 고충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건강이 좋지 않아 취업을 못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49.51%).

김통원 교수는 "구직활동에서 여자보다 남자가, 1세대보다는 2·3세대가 더 혼혈로 인한 차별을 더 많이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개인별 평균소득은 86만여원, 가구 전체 평균소득은 307만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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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혈아의 사회적인 편견의 문제까지 이야기했던 지난 2008년 2월 방영했던 MBC 드라마 <나도 잘 모르지만>의 주인공 '이두헌'. 파키스탄 아빠와 한국인 엄마 사이에 태어난 코시안을 연기했다. ⓒ iMBC

혼혈인들의 소득도 상당히 낮았다. 이들의 월평균 개인소득은 평균 86만5400원에 불과했고, 가구 전체 평균소득도 307만400원에 그쳤다. 소득이 전무한 개인도 있었고, 소득이 20만원에 그친 가구도 있었다. 부채가 있는 혼혈인은 150명(59.75%)으로 이들의 평균 부채는 1315만 2400원으로 나타났다. 고용불안과 함께 심각한 생활고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자신의 생활수준이 '하하'(下下)라고 응답한 혼혈인은 43.13%를 차지했다. '하상'(下上, 33.59%))까지 합치면 무려 76.72%에 이르렀다. 반면 '중상'(中上) 이상이라고 응답한 혼혈인은 6.11%에 불과했다. 주거형태에서도 월세(65.46%)가 가장 많았고, 전·월세 보증금은 평균 904만 6100원이었다. 

김통원 교수는 "현재 혼혈인들은 기초생활보장 수급권자인 경우가 76명(29.12%), 그렇지 않는 경우가 185명(70.88%)로 대략 30% 정도의 혼혈인들이 현재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그런 생활고로 인해 대부분이 근골격계 질환(관절염·요통·좌골통·디스크·신경통 등) 등을 앓고 있음에도 55.63%가 어떤 의료적 치료도 받지 않고 있었다. 치료를 받지 않고 있는 이유로는 96.10%가 '생활고'를 들었다.

또한 이들은 혼혈로 인한 어려움으로 ▲부모에 대한 사회적 질타(68.0%) ▲고용에서의 차별(54.5%) ▲학교에서의 차별과 따돌림(52.0%) ▲이성교제 및 결혼의 어려움(45.9%) 등을 토로했다. 이 가운데 1순위로 가장 많이 선택된 어려움은 '학교에서의 차별과 따돌림'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욕설(68.40%), 공공기관·관공서 차별(47.98%), 성희롱·성폭행(38.27%), 폭행(15.16%) 등을 경험했으며, 이러한 차별과 학대로 인해 심한 우울증(59.60%)을 앓거나 자살시도(10.29%)까지 한 적이 있다고 털어놓았다.

특히 자녀가 있는 혼혈인의 경우 '빈곤의 대물림'(36.60%), '사회적 차별'(18.95%), '교육문제'(15.03%) 등을 가장 걱정하고 있었다.   

이들에게는 '안정된 주거생활의 보장'(71.5%))과 '사회적 차별시정제도'(60.1%)가 가장 필요한 지원대책으로 조사됐다.  이와 함께 혼혈인단체 지원(31.6%), 생활비 지원(30.4%), 건강 및 의료지원(28.9%) 등도 필요하다고 응답했다. 

다문화가족지원법이냐 혼혈인지원특별법이냐?

김통원 교수는 "현재 혼혈인에 대한 정부 및 민간의 정책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사회통합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여성결혼이민자나 외국인노동자의 문제에 앞서 한국전쟁 관련 혼혈인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정확히 살피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일이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전쟁혼혈인의 가족은 다문화가족지원법이 규정한 '다문화가족'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아 이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최소한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대상에 전쟁혼혈인 가족을 포함시키는 것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다른 대안으로는 2006년 11월 17일 김충환 의원이 발의한 '혼혈인가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의 형태를 고려할 수 있다"면서도 "이는 다문화가족지원법의 범주를 확대하여 혼혈인 가족을 지원하는 것에 비해 실현가능성이 상당히 낮은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김충환 의원은 지난해 10월 '혼혈인가족 지원에 관한 법률안'을 다시 발의한 상태다. 김 의원은 강동구청장 시절부터 한국전쟁관련 혼혈인에 많은 관심을 기울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의원실의 한 관계자는 "17대 국회 때 발의했지만 다문화가족지원법과 병합심사하는 과정에서 탈락했다"며 "그런데 다문화가족에는 혼혈인 등이 빠져 있어서 이들을 보호·지원할 필요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혼혈인은 미군이 주둔하면서 생긴 시대적 슬픔"이라며 "본의 아니게 태어나 외모 등으로 인해 차별을 받고 있어 법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김 의원은 앞서 재발의한 '혼혈인 지원법'과는 별도로 특별법 형태의 법률안을 발의하기 위해 내일(17일) 김통원 교수 등이 참석하는 공청회를 연다.

"하인스 워드가 왔다 가면 그걸로 관심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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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8년 2월 2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제17대 이명박 대통령 취임식에서 하인즈 워드 미국 풋볼선수가 취임사를 경청하고 있다. ⓒ 인터넷사진공동취재단 유성호


배기철 국제가족한국총연합 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의 전화인터뷰에서 "우리 사회가 아시아 이주여성 등 다문화 가족에만 관심을 보여 가슴이 아프다"며 "하인스 워드가 한국에 왔을 때만 반짝 관심을 보이다가 그가 가버리고 나니까 혼혈인을 향한 관심도 끝났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배 회장은 "헌법 조문에 색깔이 다르다고 차별하라는 조항은 없다"며 "혼혈인들에게도 행복추구권이 있는데 너무 배제돼 있기 때문에 지원법안이 꼭 마련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혼혈인 #김통원 #김충환 #배기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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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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