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입양인들은 오늘도 '나를 찾는 여행'을 떠난다

[방송 시청 후기] <다큐멘터리 3일> '母國으로의 첫 여행'을 보고

등록 2008.12.22 15:31수정 2008.12.22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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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0일 밤, <다큐멘터리 3일>은 ‘母國으로의 첫 여행-입양인 뿌리찾기 72시간’을 방영했다. 사람에 대한 관심, 더 정확히 말하면 사람 속 깊은 곳에 자리한 마음이라는 것에 대한 관심이 많은 나로서는 자기 자신에 대한 혼란을 거의 평생 안고 살아가는 해외입양인들에 대한 관심도 많은 편이다. 그래서 이번 편은 무척 들뜬 마음으로 시청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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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큐멘터리 3일> '母國으로의 첫 여행' 이 방송은 해외입양인 모국 방문 모습을 3일(72시간)간에 걸쳐 취재한 것이며 2008년 12월 20일에 KBS1에서 방영되었다. ⓒ 민종원

▲ <다큐멘터리 3일> '母國으로의 첫 여행' 이 방송은 해외입양인 모국 방문 모습을 3일(72시간)간에 걸쳐 취재한 것이며 2008년 12월 20일에 KBS1에서 방영되었다. ⓒ 민종원

 

‘왜 나를 버리셨나요?’ '나에게 대한민국은 가족입니다'

 

재외동포재단해외입양인연대의 도움을 받으며 여러 해외입양인들(10개국 42명)이 모국 한국을 찾아왔다. 이들이 모국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다 다르고 또 복잡했을 것이다. 알고는 싶지만 너무 깊이 알고싶어 하지는 않는 이들도 있고, 알 수 있는 만큼 최대한 많이 알고 싶지만 막상 그 사실들을 마주할 순간이 오면 자기 자신으로부터도 뒷걸음질 치는 이들도 있었다. 그들은 자신이 모국에 대해 느낄 복잡한 감정을 안고 그렇게 한국에 왔다.

 

정체성 혼란이란 정말 미묘한 감정이라서 자기 자신조차 그 감정을 제대로 설명하지 못할 때가 많다. 쉼없이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사실 외에 ‘나는 누구인가’에 대해 단 한마디도 쉽사리 할 수 없는 이들이 바로 해외입양인들이다. 그네들 중 많은 이들이 오늘도 한국에서 '진짜 한국'을 찾아헤매고 있다.

 

위탁부모는 대개 해외입양인에게는 말 그대로 부모이며 굳이 ‘위탁’이라는 불필요한 호칭을 할 필요가 없는 분들이다. 입양인에게 이분들은 자기 자신을 설명해줄 수 있는 유일한 이들이 되기도 한다. 그래서 어떤 입양인들은 위탁부모를 만나기 위해서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기도 한다. 그게 한국을 찾는, 그러니까 자기 자신을 찾는 목적이 되기도 한다.

 

가족을 찾지 못한 입양인도 있다. 기록 자체가 거의 전무한 이도 있다. 계속 찾아보겠다고 하는 이들도 있지만 실망하다 못해 밀려드는 화를 애써 참는 이들도 있다. 차라리 무관심한 척하고 냉소를 한 방법으로 택하는 것 같기도 하다.

 

한 미국입양인은 가족을 찾기 원하는 속내를 애써 감추며 무관심한 척했다. 자기 뿌리인 한국을 찾고싶어 한국에 왔지만 한국인으로서 느끼는 감정을 공유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감추려는 듯했다. 그게 못내 서운한 듯했다. 그리고 그것은 오히려 자신이 모국 한국에 와있다는 것을 스스로 확인하는 행동이기도 했다.

 

오늘도 누군가는 한국에서 그리고 한국 아닌 어딘가에서 현재 주어진 삶에 충실하며 동시에 자기 뿌리 찾기에 바쁘다. 행복한 순간에도 행복하다는 말을 맘껏 하지 못하는 이들 해외입양인들은 막상 가족을 찾아도 쉽사리 해결하지 못하는 마음 속 깊은 허전함에 늘 공허감을 느끼곤 한다. 운다고, 무관심한 척 한다고 심지어 냉소로 일관한다고 해도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 그 공허함이란 사실 우주만큼이나 넓다.

 

한국의 가족 개념을 잘 느끼지 못해 애써 자신을 미국인으로만 규정지으려했던 그 한국계 미국인. 그는 어렵사리 자기 속내를 내비치는 말을 하는 중에 막 쉰 살 조금 넘긴 친 어머니가 백세까지 살았으면 좋겠다 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도 그는 어머니가 살아온 날수만큼은 자기 눈으로 직접 보고 싶었는지 모르겠다. 그게 ‘잃어버린 세월’을 보상받는 최소한의 조건이라고 여겼는지 모르겠다. 여하튼 그는 그런 마음을 내비쳤다. 누군들 그 마음을 다 알 수 있을까 싶지만 왜 그런 말을 하는지를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그래도 또 찾게 될 것이다. 또 올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언제고 다시 한국에 올 때면 나도 그들이 내딛는 힘든 발길에 잠시나마 동행자가 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단순히 말동무로도 좋고 어떤 식으로든 도울 수 있는 자가 되어도 좋겠다. 어쨌거나, 사람을 이름보다는 느낌으로 기억하는 습관이 있는 나로서는 그네들이 느꼈을 맘을 끌어안으려 지금도 애쓴다.

2008.12.22 15:31 ⓒ 2008 OhmyNews
#해외입양인 #다큐멘터리 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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