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지자체장도 "수도권 규체철폐는 실책"

시·도지사 정책협, 날선 대립... 임태희 "지방소득세 검토중"

등록 2008.11.10 18:51수정 2008.11.10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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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규제완화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광역단체 시·도지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여당 인사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권우성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한나라당-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 광역단체 시·도지사들이 굳은 표정으로 여당 인사들의 발언을 듣고 있다. ⓒ 권우성

경상도·전라도·충청도·강원도가 하나로 뭉쳤다. 10일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13개 광역시장 ·도지사들은 한마음이라도 된 듯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한나라당 주최로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열린 '16개 시도지사 정책협의회'에서는 사회를 맡은 장윤석 의원이 "2분 정도만 짧게 해달라"고 부탁했지만, 각 시도 자치단체장들은 하고싶은 말이 많았던지 5~8분씩 발언하면서 정부의 일방적인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불만을 쏟아냈다.

 

충북지사 "MB정부 가장 큰 실책"... 광주시장 "이번 발표로 공장 설립 올스톱"

 

이날 가장 비판의 수위를 높였던 이는 한나라당 당적의 정우택 충북도지사였다. 정 지사는 "수도권 규제 철폐에 가까운 이번 정책은 이명박 정부의 가장 큰 실책으로 남을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며 "지방에 예산을 많이 주면 지방 경제가 살아나지 않겠느냐고 하지만 절대 되지 않는 일"이라고 단언했다.

 

정 지사는 "정부가 수도권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면 비수도권은 강력 투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우리 나름의 자구책"이라며 "국론 분열의 단초가 되는 이런 일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경제기획원 관료 출신으로 해양수산부 장관을 역임한 바 있는 정 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로 나오는 이익을 지방에 환원환다고 하는데 행정을 해본 사람이라면 이 말을 믿는 사람이 없다"며 "특별회계 만든다고 하지만 내년 6월이 되면 용두사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광태 광주광역시장은 "지금 전남·북에는 허탈감을 넘어서 분노가 팽배해 있다"며 "지방은 죽고 수도권만 살자는 얘긴가"라고 격앙된 목소리로 말했다.

 

박 시장은 "수도권 규제 완화 발표 뒤 MOU 작성하고 지역에 공장 설립을 추진했던 기업들이 올 스톱해 있다"며 "공장 설립을 빨리 하자고 하면 '좀 기다려 보라'고 하는 이런 실정"이라고 수도권 규제완화 소식에 호남 지역이 직격탄을 맞았음을 강조했다.

 

역시 한나라당 소속 박성효 대전광역시장은 "'수도민국'인지 대한민국인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돈과 권력, 인재, 모든 것이 집중된 수도권에 공장 몇개 못지어 발전 못한다고 하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수도권 규제완화를 강력 비판했다.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를 둘러싸고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논쟁을 벌인 바 있는 이완구 충남도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를 하면 지가와 집값이 상승하고 난개발과 환경, 교통문제 등 경기도도 고통스러워 질 것"이라며 "각 지역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TF팀을 꾸려 이 문제를 객관적이고 냉정하게 검토하자"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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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규제완화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홍준표 원내대표 등 주요당직자와 전국 16개 광역단체 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수도권규제완화 문제로 수도권과 지방이 대립하는 가운데 10일 오전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한나라당 박희태 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홍준표 원내대표 등 주요당직자와 전국 16개 광역단체 시·도지사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정책협의회가 열리고 있다. ⓒ 권우성

 

경남·북 "한강 반의 반이라도 낙동강에 투자해달라, 지역은 캄캄 밤중"

 

한나라당이 장악한 경남북 지자체장들도 수도권 규제 완화에 대해 강력한 반대를 표시하고 나섰다.

 

김범일 대구광역시장은 "수도권 규제를 참여정부의 정책으로 보는 것은 오류이고 박정희 대통령 때부터 지속적으로 추진돼 온 것"이라며 "수도권 과밀은 결국 고비용 저효율로 갈 수밖에 없고 궁극적으로는 국제 경쟁력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김 시장은 "지방에선 부지 무상임대와 같은 파격적인 조건 없이는 도저히 수도권과 지방이 경쟁할 수 없다"며 "한강의 반의 반이라도 낙동강에 투자해달라"고 호소했다.

 

김관용 경북지사도 "경영 손익을 중시하는 해외기업은 지방에도 올 가능성이 있지만 지방기업 등은 (부동산 차익 등) 재테크가 우선이기 때문에 유치하기가 너무 어렵다"며 "좀 도와 달라. 지역은 미래가 없다. 캄캄한 밤중이다"라고 호소했다.

 

김태호 경남지사는 "수도권 규제 완화 문제로 인해 수도권이 앓고 있는 중병들이 더 어렵게 될 것"이라며 "모든 것이 있는 수도권에 공장까지 유치하겠다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걸림돌이 되는 일"이라고 강력비판했다.

 

서울·인천·경기 "눈을 돌려 세계를 보자, 국가 경쟁력 생각해야"

 

수도권 규제 완화에 찬성하고 있는 서울시·경기도·인천시 등 수도권 지자체장들은 유난히 국가 경쟁력을 강조했다.

 

지자체장 가운데 가장 적극적으로 수도권 규제 완화를 주장해왔던 김문수 경기도지사는 "우리나라의 주요한 기업들이 계속 해외로 나가고 있다"며 "지금은 기업이 국가를 선점하지 국가가 기업을 선점하는 시기가 아니다"고 단언했다.

 

김 지사는 "불합리한 규제를 일부라도 완화하는 것은 아주 바람직하고 시대의 추세에 맞는 것"이라며 "'지방 공동화' 같은 문제는 중앙집권 때문에 오는 것이니만큼 지방 분권화가 진행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런던·동경·뉴욕은 각 국가 경제성장률의 1.5배의 성장률로 국가 경쟁력을 견인하고 있다"며 "수도권 규제는 국가 경쟁력 지체의 원인이 되고 있어 심각하게 생각해봐야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최소한의 규제는 풀어서 세계와 경쟁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며 "수도권 규제로 국제 경쟁에서 스스로 낙오하는 것은 아닌지 지금 시점에서 충분한 토의를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협의회에는 박재완 청와대 국정기획수석, 정종환 국토해양부 장관, 임채민 지식경제부 제1차관 등 정부인사와 박희태 한나라당 대표와 홍준표 원내대표, 임태희 정책위의장 및 각 정조위원장 등 한나라당 고위 당직자들이 참석했다.

 

정부와 여당은 이날 제기된 시도 지자체장들의 요구를 27일 발표될 '국토 동반 발전 대책'에 적극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또 주요 지방정책 수립에 앞서 지자체와 협의하고 현장점검을 반드시 실시하기로 했다.

 

한편 임태희 한나라당 정책위 의장은 이날 협의회에서 지방 재정 강화를 위한 지방소득세 및 지방소비세 도입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2008.11.10 18:51 ⓒ 2008 OhmyNews
#수도권 규제완화 #한나라당 #시도지사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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