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미카제 특공대원 위령비' 결국 철거

사천시, 철거해 어느 사찰에 보관 ... 광복회 "없애거나 일본으로 가져가야"

등록 2008.05.16 11:44수정 2008.05.1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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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시 서포면 외구리에 가미카제 특공대원 탁경현의 위령비가 건립되었다가 철거되었다. 사진은 철거 전 위령비를 천막으로 덮어 놓았을 때 모습. ⓒ 윤성효


일본이 저지른 태평양전쟁 당시 가미카제(神風) 특공대원으로 참전해 전사한 사람들을 기리기 위해 건립되었던 '귀향 기원 위령비'가 철거되었다.

위령비는 경남 사천시 서포면 외구리 체육공원에 세워져 있었다. 사천시 관계자는 "지난 13일 철거했다. 현재 어느 사찰에 보관되어 있다. 일반인들은 볼 수 없도록 해 놓았다"고 16일 밝혔다.

위령비는 사천시가 터를 제공하고 일본 여배우 구로다 후쿠미(52·黑田福美)씨가 비용을 지원해 건립했다. 지난 10일 구로다 후쿠미씨 등 일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제막식을 열 예정이었으나 광복회 경남지부와 사천진보연합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위령비는 건립된 뒤 천막으로 가려 놓은 상태로 있다가 철거되고 만 것이다.

철거된 위령비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사천진보연합은 "위령비가 철거되어 다행이다. 철거된 위령비가 어느 사찰에 보관되어 있는데,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는 좀더 논의를 해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광복회 경남지부는 "위령비를 만든 사람은 일본인이다. 체육공원에서 철거되었다고 하지만 한국 땅에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일본 측에서는 땅에 묻어 놓는 방안도 제시하는 것으로 아는데 받아들일 수 없다. 부숴 없애버리거나 일본으로 가져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사천시청 관계자는 "철거된 위령비 처리 문제는 일본 여배우가 판단할 문제다. 처리 문제에 대해 사천시가 입장을 낼 단계는 아니다. 일본 측에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위령비 옆면에는 1945년 5월 11일 전투기를 몰고 가고시마 기지에서 출격, 전사한 탁경현(당시 25살)의 약력이 새겨져 있었다. 그래서 일부에서는 '탁경현 위령비'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탁경현은 일본 입명관(리쓰메이칸)중학교와 교토약학전문학교를 졸업한 뒤 육군항공대에 입대해 가마카제에 차출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구로다 후쿠미는 지난 3월 일본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사천에 위령비 건립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위령비는 고승관 홍익대 교수(조형대학 프로덕트디자인)가 디자인했다.
#가미카제 #위령비 #사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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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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