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 한 송이가 택배로 왔습니다!

어버이날, 딸아이가 택배(?)로 보내온 장미 한송이에 감동받다

등록 2008.05.09 14:50수정 2008.05.09 1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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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함에 택배가 왔어요! 딸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요... ⓒ 김순희

▲ 우편함에 택배가 왔어요! 딸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져요... ⓒ 김순희

아카시아 꽃향기가 가득한 계절입니다. 오월이 되면 모든 게 가득한듯한 느낌을 받는 것은 아마도 가정의 달이어서 아니면 이런 자연의 순리가 아름답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일 년 내내 언제나 소중히 여기고 생각해야 할 것이지만 바쁘게 살다 보면 힘겹게 살다 보니 그럴 여유가 없어서 잊고 있는 부분을 새삼 상기시켜 주기 위함에서 가정의 달이라고 정해진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가정의 달에 자식을 생각하고, 부모를 그리워하며, 이웃을 둘러보는 것만은 사실입니다. 그런 이유들로 인해 생각의 여유를 갖게 되는 것 또한 좋은 일인 듯합니다. 요즘은 바쁘다는 핑계로 어머니를 찾는 일이 줄어들었습니다. 말로는 늘 생각하자고 하면서도 자꾸만 미루어집니다. 하지만 어머니를 향한 마음은 변함이 없습니다.

 

어버이날 아침, 출근을 하면서 들녘을 봤습니다. 어머니는 여전히 밭에서 일하고 계셨습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일하고 계신 어머니의 모습을 보니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어머니께서 집으로 가셨을 시간을 짐작하여 전화를 드렸습니다. 상기된 어머니의 목소리에 짠해지는 순간, 어머니는 먼저 나의 안부를 묻습니다. 밥 잘 먹고 다니냐고. 연휴가 되면 찾아가야겠다고 생각한 것을 바꿔 오후에 들르겠다고 했습니다. 굳이 그럴 필요 없다고 말씀은 하셨지만 몇 시에 들를 것인지 물었고, 다시 전화하기로 하고 우선 전화를 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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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준 예쁜 장미 한 송이.. 장미 한 송이보다 더 예쁜 마음을 읽어요. ⓒ 김순희

▲ 딸아이가 준 예쁜 장미 한 송이.. 장미 한 송이보다 더 예쁜 마음을 읽어요. ⓒ 김순희

오후가 되면서 마음이 바빴습니다. 미처 어머니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스쳐지나갔지만 어찌할 방법이 없었습니다. 주위가 시골이다 보니 더욱 난처하기만 했습니다. 할 수 없어 빈손으로 어머니를 만났습니다. 일하러 가실 시간인데 언제 들를지 모를 나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언니, 오빠가 알아서 챙겨드릴 것이라 미루고 있었던 내 자신이 후회스러웠습니다. 빈손이 부끄러워 순간, 어머니를 향해 한 마디했습니다.

 

"택배요, 김계숙 여사 앞으로 예쁜 꽃 한 송이가 택배로 왔습니다."

 

어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셨습니다. 그렇게 미안한 마음을 웃음으로 채우고, 차  한 잔에 그동안 못다 한 애기들을 했습니다. 어머니는 막내딸에게 사소한 일조차 빠트림 없이 말씀을 하셨고, 막내딸은 그런 주름진 어머니의 얼굴을 마냥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농담을 하시면 웃고, 속상한 일에 대한 하소연은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그렇게 앉아 있는 시간은 왜 그리 빨리 지나가든지, 다시 학교로 돌아갈 시간이 되었습니다. 가야 하는 딸에게 어머니는 또 많은 걸 챙겨주셨습니다. 어머니와 함께 논으로 향했습니다. 부추며, 상추, 마늘, 봄나물 등을 더 챙겨주시면서 서둘러 가라고 하셨습니다. 무겁고 미안한 마음을 뒤로 한 채 돌아섰습니다. 어느새 손은 어머니의 사랑 담긴 채소들로 가득했습니다.

 

저녁에 남편과 외출을 했다가 딸아이가 올 시간에 맞춰 서둘러 집으로 돌아오는 길, 딸아이에게서 급한 전화가 왔습니다. 택배가 왔는데 우편함에서 찾아오라는 것이었습니다. 무슨 일인가 싶어 우편함을 보았습니다. 아! 그 순간, 남편과 할 말을 잊은 채 잠시 서 있었습니다. 그 우편함에 꽂혀 있는 것은 다름 아닌, 장미 한 송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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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가져갈까봐 노심초사... 행여나 누가 가져갈까 계단을 오르락내르락 했다나요...무서운 경고네요.. ⓒ 김순희

▲ 누가 가져갈까봐 노심초사... 행여나 누가 가져갈까 계단을 오르락내르락 했다나요...무서운 경고네요.. ⓒ 김순희

뭐라 말할 수 없는 행복함이 밀려왔습니다. 자식으로부터 한 송이의 꽃을 선물 받고 고마워하며 행복해 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낮에 어머니께 들른 일이 떠올랐습니다. 그런 날, 자식이 비록 빈손으로 찾아왔지만 그래도 찾아온 자식이 있어 좋았을지 그런 생각을 하게 되지만 아마도 어머니는 좋아하셨을 것이라 생각이 됩니다.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별 일 아니고 아무런 즐거움을 드리지 못한 자식이지만 마음은 그 누구보다 진심이라는 걸 아실 겁니다.

 

'자식을 키워봐야 그 부모의 고마움과 사랑을 알 수 있다'라는 옛말을 진실로 믿습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자식, 부모 역할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많은 사람들도 그들의 마음은 늘 변함없이 하나일거라 생각합니다. 오월은 참으로 우리에게 많은 걸 생각하게 하고 반성하게 하는 것 같습니다.

 

장미 한 송이가 택배로 전해지면서 난 언제나 어머니의 어여쁜 꽃송이로 살아갈 것이고, 그런 난 늘 딸아이 마음에 담을 수 있는 어머니로 살아가는 것이 내게 있어 행복입니다.

2008.05.09 14:50 ⓒ 2008 OhmyNews
#택배 #어버이날 #선물 #장미 한송이 #딸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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