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들을 어떻게..." ①

'초등학생 체험학습서 술파티'를 읽고

등록 2007.05.21 19:53수정 2007.05.21 1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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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생들이 체험 학습 가서 ‘술 파티’를 했다는 기사가 나면서 또 학교와 교사와 학생들의 생활지도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교사들이 소홀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한다. 설마 12-13살의 초등학생들이 그렇게 하리라고 예상을 못했는지도 모르겠고, 아니면 숙소에 들기 전에 학생들을 운동장이나 강당에 불러 모으고 ‘학생들이 소지해서는 안 되는 것’ 등을 압수해 내어야 하는 절차가 빠졌는지 모르겠다.

우선 첫 단계는 “술이나 담배, 화투, 트럼프 같은 것 가져 온 사람 먼저 자발적으로 가져다 내어라. 나중에 찾아내게 되면 더 혼난다.” 문제의 소지를 지닌 학생 중 그래도 일부 학생다운 학생이 가져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끝까지 '개기면서' 나오지 않는 아이들이 있으므로 다음으로는 교사가 학생 소지품 검사를 할 수밖에 없다.

엄밀히 얘기하면 ‘사생활 보호’ 차원에 어긋난 ‘인권침해’지만 두어 차례 더 기회를 주고, 가방을 놓고, 아이들을 뒤로 물러서게 한 다음 학생 대표들의 협조를 받아 소지품 검사를 한다. 이 경우 교육적 지도지만 ‘인권침해’에 해당하고, 잘못하면 아무리 선도나 급장이라도 같은 학생을 그런 역할을 하게 한 일에 대해 아이들 사이에서 입장이 곤란해 질 수 있고, 그런 일을 거들게 한 교사도 비난받을 수 있다.

필자가 중3 남학생들을 데리고 수련원 갔을 때 소주 9병이 압수되었고, 트럼프, 화투는 말할 필요도 없고 담배도 다수 압수가 되었는데, 우리 반 복학생은 학생준비물로 필요한 흰 면장갑 손가락 사이사이에 담배 한 개비씩을 숨겨 놓았다가 적발되어 나오기도 했다. 어떤 학생은 책을 오려내고 사이에 숨기기도 한다.

그 검사 후에 문제성을 지닌 학생 두 명이 수련장을 뛰쳐나가 버려서 그 두 학생을 밤새도록 찾고 부모에게 연락을 하고… 혹시 도중에 다른 아이들하고 시비가 붙어서 싸움이라도 하고 사고라도 나면 어쩌나 마음 졸이는 중에, 또 한쪽에서는 부모님이 안 계셔서 자신이 만들어 먹고 온 샌드위치가 상해서 식중독 걸린 학생을 인근 도시 병원으로 데리고 나가 치료하면서 또 선생님들은 혼이 빠졌다.

그 과정에서 담배를 압수당한 ‘골초(흡연 중독 학생)’들이 하나 같이 금단 현상이 나타나면서 “샘! 배가 아픈데요, 머리가 아파서” 등등의 핑계를 대면서 들락날락 정상적인 프로그램 활동에 참여를 못하거나 환자로 누워 있는 경우도 많았다.

한번은 졸업 여행을 갔는데, 숙소 출입문이 두 군데라서 교사들이 나누어 입구를 지키고 있어도 밖으로 빠져나가고 싶어하는 학생들의 욕구는 말도 못하게 끈질겼다.


몇 시간을 숨바꼭질을 하다가 할 수 없이 제안을 하기로 아예 남교사들이 술 가져온 학생들 한꺼번에 모아서 선생님과 함께 하는 자리에서 한잔씩 하고 아예 밖에 나가는 것 포기하고뒤끝 없이 자기 숙소로 돌아가서 자도록 하자고 아이들에게 약속을 받아 냈다.

그 아이들과 얘기를 나누는 중에 숙소 커튼을 뜯어내어 찢어서 밧줄을 만들어 3, 4층에서 타고 내려가려고 했다는 말을 들었고, 나중에 들으니 일부 학생은 아예 나오지 않고 자신들의 방에서 마신 학생들도 있다고 했다.


교사들로서는 비교육적인 줄 알지만 현실적으로 어쩔 수 없어서 취한 선택이었는데 별 탈 없이 넘어갔으니 망정이지 그 사실이 지금 초등학생들의 경우처럼 휴대폰으로 밖으로 알려학부형들이 알게 되었더라면 그걸 이해해줄 학부형이 과연 몇 명이나 있겠는가?

그 일도 문제화가 되었으면 “중학교 졸업여행에서 교사가 학생들과 술자리”하고 언론에 대서특필되었을 것은 뻔하고 당시 3학년 부장이었던 나로서는 어떻든 책임을 질 수밖에 없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아이들을 숙소에서 통제 못하고 빠져나갔을 경우에 예상될 수 있는 문제들을 나열해 보면 다음과 같다.

P.C방, 인터넷 게임방, 사격장, 사행성 뽑기 하는 곳 기타 오락들을 하러 나가고, 일부 술을 사서 마시면서 담배를 피우기도 하는데 학교특성에 따라 동성별로 어울리기도 하고 남녀 학생이 모여서 놀기도 할 것이다. 별 탈 없이 끝나기도 하지만 이성 친구관계에 얽혀 싸움이 일어나기도 하고, 다른 학교 아이들과 시비가 붙어 패싸움이 일어나 파출소로 데리러가기도 한다. 또 다른 학교 숙소에 가서 돌이나 주소를 던지기도 하고, 부킹을 시도하다가 그 학교 선생님들께 잡혀 오기도 한다.

지금 어른이 된 사람들도 지독한 모범생이 아닌 이상 학창 시절 그런 추억들 한두 가지는 지니고 있을 것이다. 학생 시절 괜히 폼을 잡고 호기를 부리면서 사고 친 일들. 더구나 수학(졸업)여행이라면 일상을 탈출하여 뭔가 평소와 다른 기대와 설렘을 지니면서 자유로움을 느껴 보고 싶은 것은 어른이나 아이들이 다 마찬가지이라고 보여진다.

그러나 아이들이 어른을 흉내 낼 때는 미숙할 수밖에 없고 그로 인해 우리 어른의 상식을 벗어나는 일들을 벌이기도 한다고 아량 있게 봐 주고 대신 그 사후 교육을 잘 시켜서 되풀이되지 않도록 지도하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몇 년 전에 ‘체험 학습’ 갔던 중학생들이 편의점에 들어가서 물건값을 계산하지 않고 우르르 몰려나오는 바람에 ‘도둑질’을 하게 되어 또 언론에 대서특필되고, 관점이 다른 두 신문이 공방을 벌인 일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서는 그 이후 해당 학생들을 불러내어 나름대로 교육적 지도를 하고 벌점을 부과하는 등 사후 지도를 했음에도 아이들을 중벌을 주지 않은 것에 대해 학교의 ‘학생생활 지도’를 문제 삼았던 것으로 알고 있다.

언론이라고 다 성숙한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이 아니니 ‘모 중학교 학생 몇 백 명이 도둑질’ 운운하며 사람들의 표피적인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적인 용어를 쓰면서 학교와 교사들을 매도하는 것을 보면서 한국사회가 참으로 미성숙한 사회임을 절감한 적이 있다.

“도둑질”한 것이 잘못되었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그런데 그 당시 상황으로 보면 일부 문제성 있는 학생들만 그렇게 한 것이 아니라 평범한 가정의 평범한 자녀들이 다수 가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러니 비정상적인 가정의 자녀만이 아니라, 그렇게 매도하는 기자님 자녀나, 교육하는 교사 자녀를 비롯하여 사회정의를 실천하는 입장의 검사나 경찰관 자녀들도 그런 잘못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전에 중학교 2학년 도덕 시간에 ‘도덕성’ 관련 수업을 하다가 ‘이제까지 도둑질을 한번도 해 보지 않은 학생들 손을 들어 보라’고 한 적이 있었다.

나의 예상과 다르게 마흔 명 넘는 학생들 중에 두 명만 손을 들었다. 평소 착한 학생들로 여겨졌던 아이들 몇몇에게 언제 어떤 도둑질을 했는지 발표해 보라고 했더니 ‘초딩 시절 등교하면서 문구점에 학용품 사러 갔는데 가격이 얼만지 아무리 물어도 아줌마가 바빠서 대꾸를 안 해서 그냥 들고 나왔어요’에서부터 ‘수학 여행 가서 엄마 선물 사러 들어가는데 주렁주렁 걸린 목걸이가 이마에 탁 부딪쳐서 기분 나빠서 들고 나왔는데요’라거나 ‘돈 주려고 줄서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려서 호주머니 넣고 나왔는데요.’

‘핑계 없는 무덤 없다’는 말처럼 그 이유는 아이들의 숫자만큼이나 많다. 코스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가족에게 가져갈 선물을 사도록 자유 시간을 주는 곳이 남원 등 일부 지역에서 아이들이 한꺼번에 몰리다 보니 그런 일이 일어나는 것 같다.

또 어떨 때는, 시내서 ‘화장품’이나 ‘액세서리’를 훔치거나 ‘마트'에서 드라이기 등 필요한 물품을 훔치다가 CCTV 등에 찍혀 잡혀 오는 경우가 있는데 가정환경이 어렵거나 도벽이 상습적인 경우도 있고, 어떤 학부모님들은 자신의 자녀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고 부인하는 경우도 있다. ‘집안 형편도 괜찮은 편이고, 용돈도 넉넉히 주는 편이어서 아쉬운 게 없는데 왜 그런 짓을 하겠느냐’는 얘기이다.

그렇다. 아이들은 어른들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들을 종종 하게 마련이다. 또 대다수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는 집에서 착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데 나쁜 친구의 꾐에 빠져서 어울리는 친구들이 나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들 한다.

또래 동조성이 강한 시기여서 어쩌다 한 번 그랬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보기에는 비난받는 학생이나 따라가는 학생이나 ‘오십보백보’라고 생각한다. 바르게 행동하는 다수 학생들이 있음에도 그런 쪽으로 관심과 흥미가 있다는 것은 자신의 가치관이나 의지 문제이기 때문이다.

학생폭력, 금품갈취, 흡연중독, 자기 한 몸 편하고자 실내화인지 실외화인지 구분하지 않고 집에서부터 학교 교실까지 아무 곳이나 신고 다니는 학생들. 그 주변에는 동급생이나 선, 후배들이 흙바닥이 찍힌 곳을 걸레로 닦아내고 있게 마련이다. 가래침을 돋워 올리거나 껌을 복도고 계단이고 아무 데나 뱉어내는 아이들. 군것질한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것은 요즘은 별 나쁜 일도 아니다. 좀 줍기 쉬운 곳에라도 버려주면 좋으련만 화단 깊은 곳, 빼내지 못할 곳에 버려 놔서 청소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걸핏하면 무단결석부터 지각, 결과를 밥 먹듯이 해서 어떤 학급은 출석부가 결석부가 되어 있기도 하다. 어떤 학생은 4교시 정도 얼굴 삐죽 내밀고, 급식 먹고 나가 버려서 지각 조퇴, 결과 중 어떤 것을 매겨야 할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결과는 별 차이가 없지만….

일진으로 무리를 지어 몰려다니면서 학급을 무시하고 급식시간에 새치기하고 신체가 약하거나 좀 부족한 학생들을 위협하여 과자를 사서 상납해 바치도록 하는 일부터 학교에서의 반 사회성 장애아들의 행동은 끝이 없다.

대다수 사고방식이나 생활방식이 이미 그렇게 습관이 배게 된 학생들은 중학생만 되어도 그 행동을 수정하는데 매우 힘이 든다. 그래서 가정교육이 중요하고,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도 한다.

그렇다고 교사들이 지도를 안 하고 있는 것은 아닌데 그 한계는 있을 수밖에 없다. 학교폭력이나 금품갈취 같은 부분에서 ‘학교폭력 대책위’가 열리거나 ‘선도위원회’가 열리는데 고등학교는 퇴학이 있지만 (물론 다른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고 퇴학시키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 중학교의 경우, 학교봉사, 사회봉사, 특별 이수교육을 시키는데, 상담받고, 심리검사하고, 노인병원 등 사회봉사기관에 가서 봉사활동 받고 오는 것이 그 대책이다.

같은 생각을 지닌 아이들이 무리를 지어 안 좋은 일에 연루가 되므로 서로 떼어 놓는 의미에서 전학을 보내 환경을 바꾸라고 하기도 하고, 대안학교를 권하기도 하지만 중학교까지는 의무교육이어서 대안학교도 초보적인 수준 일 뿐 아니라 그나마 고등학교에 해당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학교, 경찰과 연계된 상담기관들이 있긴 하지만 “보호관찰” 등 문제가 터지고 난 아이들은 시청 청소년 상담소 등에서 의무적으로 무료 상담을 해 주지만 그 전 단계의 예방차원의 상담소는 그렇게 흔하지가 않고, 유료상담기관은 그 상담료가 만만한 가격이(회기당 5만~10만원) 아니다.(물론 이러한 상담 기관이 지역에 따라 그 역할 하는 정도가 다르고, 상담료도 다르다.)

전문상담교사가 임용되어 나오기 시작했지만 아직 대다수가 교육청 단위의 순환근무고 학교별로 발령받아 나오기에는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일이다.

학교교사들이 대학원이나 방학 중 상담전문교사 연수를 통해 자격증을 지닌 사람은 많지만
현실적으로 상담을 차고 하기에는 어려움이 매우 많다. 근본적으로 자신의 수업시수를 차야하고 중학교 평균적으로 20시간이 넘어서 하루평균 4시간 정도 수업을 해야 하고, 학급운영에 담당업무 처리하면 사실상 ‘학교봉사’ 처분받은 학생들도 수업 비는 교사들에게 이리저리 부탁을 해야 하거나 일과 후에 시행해야 한다.

혹자는 ‘체벌’이 없어져서 학생지도가 어려워졌다고 하지만 ‘체벌’은 당장의 문제행동을 그치게 할 수는 있지만 바람직한 행동을 만들어 내지는 못하며, 정서적으로 부작용이 나타나므로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범위에서 최소화되어야 하며 행동수정, 정서인지치료 등 다양한 방법이 함께 사용되어야 한다.

다행한 것은 일부 학부모들이 학생들 상담치료를 받게 하겠다는 생각들이 들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이전에는 아무리 문제가 심각해도 자녀의 현실을 인정하지 않고 거부감을 가지는 경우가 많았는데 올해 들어 부쩍 상담소를 소개해 달라고 하는 학부모가 많아진 것을 보면 그 상태로 자꾸 학원가서 공부만 하라 하지 않고 상담을 시키겠다는 인식전환을 반갑게 받아드려야 할 것이다.
#체험학습 #술파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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