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종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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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로 조심스러웠습니다. 기성 세대들의 잘못으로 문제를 한정 짓는 것은 아닐까, 세대 간의 갈등을 조장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염려들을 무릅쓰고서라도 ‘이 주제’를 선택한 데는 곧 닥쳐올 미래가 너무 어두웠기 때문입니다. 그렇습니다. 지난 19일 ‘세대전쟁’을 화두로 삼은 83회 10만인클럽 특강이 열렸습니다.

전 세계의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삶을 공부하며 한국 세대갈등의 현 주소를 조명해온 KBS 경제전문기자 박종훈. 최근 책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을 출간하며 논쟁의 최전선에 선 그가 강연자로 나섰습니다.

“세대전쟁을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이라 표현했는데요. 맞습니다. 한정된 파이 속에서 무엇도 할 수 없게 시스템이 만들어져 있습니다. 세대는 그 사이에서 밥그릇 싸움을 하게 되었습니다. 기성세대의 탓이 아닙니다. 생산가능인구의 감소, 고령화의 진전으로 인해 세대전쟁은 한국의 미래를 집어삼킬 가장 위험한 요인이 되었습니다. 문제는 이 세대전쟁을 넘어설 수 있는 시간이 5년도 채 남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국민연금 연령별 연평균 수익률(80세 47.9%, 60세 16.8%, 40세 8.2%, 18세 6.5%)은 세대간 ‘격차’를 극명하게 보여줍니다. 더구나 2040년 정도에는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초연금을 합한 값이 미래세대 소득의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합니다. 반면, 빚더미에 앉은 미래세대에 대한 투자는 미미한데요. 국내 생산가능인구도 2020년 이후 인류 역사에서 유례없을 정도로 빠르게 줄어들 것이라고 합니다.

"기성세대 여러분 은퇴하면 뭐 먹고 살아요. 근로소득으로 사나요? 아니죠. 우리가 한 예금,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로 먹고살아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가속화되면 어떻게 될까요? 주식시장에서 20~30대가 투자한 비중이 해마다 뚝뚝 떨어져요. 인구수도 적은 청년세대는 돈도 없습니다. 소비할 수 없어요. 결국 주식시장에도 50~60대만 남았어요. 주가, 금리, 부동산 가격이 오르겠어요? 자산투자수익율은 계속 하락할 것입니다. 원금 까먹는 시대가 올 겁니다."

청중석에서 한숨이 터져 나왔습니다.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이 아니었습니다. 공동의 위기였습니다. 그는 마이크를 다잡으며 "그러나 저는 여러분들에게 희망을 드리고 싶어 이 자리에 섰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기적같이 경제를 회복시킨 두 나라, 스웨덴과 독일을 이야기했습니다.

"1990년대 스웨덴도 일본과 함께 부동산 버블이 꺼지면서, 인구가 줄어들고 대출 규모가 증가했습니다. 그렇게 어렵던 시절이었음에도 스웨덴은 가족, 어린이, 청년에게 투자했습니다. 국공립보육시설 75%를 확충했습니다. 무상보육을 확립했어요. 16세 이하 자녀한테 18만 원을 주는 아동수당 체계도 확립했고요. 청년실직자에 대한 실업구조를 훨씬 더 보강했습니다. 인구는 비록 줄었지만 스웨덴 청년들에게 충분한 소득기반이 주어진 거지요.“

희망은 무엇에 투자하는가에 달려있다는 게, 그의 논지였습니다. 100여 명의 청중이 함께한 이날 자리에는 청년유니온, 복지국가 청년네트워크, 밀달팽이유니온의 상근가들도 참석해 의견을 보태었는데요. 그들은 "복지 부담을 기성세대로 되돌리는 게 정답일까.", "여전히 세대전쟁이라는 갈등 시스템 안에 갇힌 대안은 아닌가"라는 물음을 던져 논의를 더 깊고 풍부하게 만들었습니다.

무엇보다 다채로운 인연으로 이곳을 찾은 청중이 눈길을 끌었습니다. 모녀, 부녀, 연인, 스승과 제자 등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온 이들이 많았습니다. 10만인클럽 회원 전문숙님의 딸 수현씨는 대학 강의에 무기력함을 느끼던 차에 엄마와 이 강의를 함께 들었다는데요. 집으로 돌아가던 중 “세상을 제대로 안 것 같아, 가슴이 벌렁거려”라고 소감을 전했다고 합니다.

“경제뿐만 아니라 방사능 등의 환경 자원에서도 미래세대에게 짐을 주는 것 같아 미안하다”는 10만인클럽 회원 민승현님도 “딸과 오랜만에 데이트도 하며, 좋은 시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회원님들의 ‘배움의 즐거움’이 저희의 기쁨입니다. 감사합니다.



박종훈
KBS 경제전문기자

Book: <2015년, 빚더미가 밀려온다>, <지상 최대의 경제 사기극, 세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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