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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17 09:40수정 2019.04.17 09:40
설악산을 병풍으로 두르고 동해를 품고 있는 강원도 고성. 최근 산불로 큰 피해를 보았지만, 절망을 떨쳐내고 복구에 여념이 없었다. 고성은 최북단 항구인 대진항을 시작으로 48km의 긴 해안가 사이사이 보석 같은 작은 포구와 항구가 자리하고 있다.

작은 포구들은 저마다의 매력과 맛이 있다. 대진항은 문어의 고장, 북방한계선 근처 저도 어장이 열리는 4월이면 값이 싸지는 문어를 사러 관광객들이 몰린다. 고성 최대 항구인 가진항은 임연수, 대구, 광어, 청어, 대게, 홍게 등 근해에서 잡은 수산물 경매가 매일 열린다. 

경매가 끝나면 경매에 올리지 못한 B급 상품을 선주가 저렴한 가격에 팔기도 한다. 몇 년 전 출장길에 경매에 올리지 못한 닭새우를 몇 만 원에 비닐봉지 한가득 산 적이 있었다. 고성에 출장을 가면 일부러 끝날 즈음에 경매장을 가는데 이번에는 홍게 열댓 마리를 대게 한 마리 가격인 칠만 원에 샀다. 

바지락이 '동메달'이라면, 명주조개는 '금메달'
 
명주조개의 살은 전복과 바지락의 장점만 모아 놓은 듯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명주 조갯살을 씹으면 진한 조개 향이 먼저 침샘을 자극하고 은은한 단맛이 미각 세포를 일깨운다.

명주조개의 살은 전복과 바지락의 장점만 모아 놓은 듯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명주 조갯살을 씹으면 진한 조개 향이 먼저 침샘을 자극하고 은은한 단맛이 미각 세포를 일깨운다. ⓒ 김진영


고성의 중심 간성읍을 지나면 바로 가진항이다. 십몇 년 전부터 물회를 먹으러 가는 곳이다. 다른 항구에도 물회 파는 식당들이 있지만 가진항의 물회센터는 인근에서도 유명해 양양 사는 분들도 찾아온다. 한여름, 아침 해장으로 얼큰한 국물도 좋지만, 가진항 물회센터 야외에서 바닷바람 맞으며 먹는 물회 한 그릇도 해장으로 그만이다. 가진항에서 속초 방향으로 조금 더 내려오면 아야진항이 있다. 

아야진항은 작은 항구이지만 동해산 조개를 전문으로 취급하는 곳이 있어 자주 찾는다. 바다 아래 펄이나 모래에는 항상 조개가 있다. 동해에서도 맛있는 조개가 사시사철 나지만 쉽게 찾아볼 수 없거니와 몰라서 잘 찾지 않는다. 

동해를 대표하는 조개로는 섭(홍합의 강원도 사투리)이 유명하지만 섭 못지 않은 맛을 지닌 조개도 많다. 명주조개, 비단조개, 민들조개, 칼조개 등 이름도 낯선 조개가 나고 깊은 바다에서 양식하는 가리비도 있다.

조개 종류는 수없이 많지만 흔히 먹는 것은 동죽, 모시조개, 바지락 등 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들이다. 맛으로 비교하자면 바지락이 '동메달'이라면, 명주조개는 '금메달'이다. 명주 조개 크기는 네다섯 살 어린이 손바닥 크기 정도로 1kg에 12~14미 정도 된다. 한 개에 90g 안팎이다. 

명주조개의 살은 전복과 바지락의 장점만 모아 놓은 듯 쫄깃함과 부드러움이 있다. 명주조갯살을 씹으면 진한 조개 향이 먼저 침샘을 자극하고 은은한 단맛이 미각 세포를 일깨운다. 처음 먹는다면 왜 이런 조개를 몰랐을까 하는 자책을 할 정도로 맛이 뛰어난 조개다.

칼조개의 껍데기는 칼처럼 생겼다. 생긴 모양새 때문에 본명인 '접시조개'보다 흔히 '칼조개'로 불린다. 누가 봐도 원시 부족의 칼로 사용했을 것 같은 모양새다. 다른 조개보다 두께는 얇지만 실한 살이 조가비 안에 숨어있다. 회로 먹는 것도 좋지만 구이로 했을 때 '단짠단짠'한 맛이 일품이다.

비단조개는 서해안의 대표 조개인 바지락과 크기나 모양새가 비슷하다. 다만 모래에 사는 탓에 바지락의 어두운 조가비와 달리 무늬가 화려하다. 화려한 조가비 무늬 탓에 '비단조개'라고 불리지만 본래 이름은 '민들조개'다. 

작은 크기의 조개이지만 백합과의 조개답게 맛은 옹골차다. 탕이나 찜 요리로도 좋지만 파스타를 만들 때 식재료로 쓰면 다른 조개보다 맛이 좋다. 비단조개로 파스타를 만든다면 요리 초보라도 셰프 실력의 절반쯤은 쫓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준다. 

'가리비'로 유명한 강원도 고성과 경남 고성
 
명주조개, 칼조개, 비단조개, 떡조개 등 몇 개 안 되는 이름을 메모해 두었다가 강원도 여행길에 찾는다면 여행이 한층 맛있어진다.

명주조개, 칼조개, 비단조개, 떡조개 등 몇 개 안 되는 이름을 메모해 두었다가 강원도 여행길에 찾는다면 여행이 한층 맛있어진다. ⓒ 김진영


가리비 양식은 강원도 고성과 이름이 같은 경남 고성군도 유명하다. 강원도 고성의 가리비는 경남 고성보다는 깊은 물에서 양식하거니와 펄이 없는 환경 탓에 맛이 깔끔하다. 경남 고성과 강원도 고성에서 양식하는 종도 달라 경남 고성은 해만 가리비가 주고, 강원도 고성은 참가리비 종을 양식한다. 

가리비는 구이로 많이 먹지만 맥주나 저렴한 화이트 와인으로 찜을 해야 제대로 가리비 맛을 즐길 수 있다. 냄비에 술을 넣고 김이 오르면 5분 정도 찌고 잠시 뜸을 들이면 완벽한 가리비찜이 된다. 요리를 못하는 이도 손쉽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간단하다. 

국물 맛이 좋은 떡조개도 동해산 조개 소개에서 빠지면 안 된다. 조개로 낸 육수가 시원한 맛을 내는 까닭은 호박산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조개탕 국물에는 다량의 타우린이 있어 숙취 해소에 그만인데 그 가운데서도 떡조개가 가장 좋다고 한다. 미역국 끓일 때 몇 개만 넣어도 떡조개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라면 끓일 때 넣으면 인생라면이 된다. 

강원도 고성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긴 해안가에 자리 잡은 포구에 가길 권한다. 그곳에서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다. 문어도 좋고 한여름까지 먹을 수 있는 홍게도 좋지만, 포구마다 있는 수산물시장에는 전에 먹었던 조개와 다른 맛을 지닌 조개가 가득하다. 

명주조개, 칼조개, 비단조개, 떡조개 등 몇 개 안 되는 이름을 메모해 두었다가 여행길에 찾는다면 여행이 한층 맛있어진다. 단, 한여름에는 산란기라서 맛이 떨어지기에 피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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