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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듣기 등록 2020.03.14 20:01 수정 2020.03.14 21:16
 

이탈리아 응급의료시설 병상에 누워있는 코로나19 환자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이탈리아 북부 브레시아의 한 병원에 세워진 응급의료시설에서 12일(현지시간) 코로나19 환자들이 병상에 누워 있다. ⓒ 연합뉴스/AP

 
이탈리아에서 왜 저렇게 많은 희생자가 나왔을까?

스킨십 많이 하고, 마스크 안 쓰고… 국내 언론들이 새삼스럽게 말하는 이유들은 유럽 전역에서 다 비슷한 현상이니, 유럽 국가 중 유독 이탈리아에 높은 사망률이 나타나는지에 대한 설명은 안 된다. 위의 질문에 답한 프랑스 몇 개 언론의 기사를 살펴보고, WHO(세계보건기구),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통계자료 뒤지며 답변을 찾아보았다.

1. 열악한 병상 수

유럽에서만 보자면, 인구 1000명당 병상수가 독일 8개, 프랑스 6개, 이탈리아, 스페인은 3개다. 병상수는 치명률(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 비율)에 반비례하는 경향을 보인다. 독일 0.2%, 프랑스 2.2%, 스페인 2.5%, 이탈리아 7.2%다(3월 14일 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는 전체 의료에서 공공의료 비중도 높고, 안정적 의료보험체계를 갖춘 나라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긴축 재정을 펼치면서 의료 관련 예산을 심각할 정도로 삭감한다. 공공의료 체계가 발달한 나라에서 국가가 재정을 심각하게 삭감하니, 그것은 곧바로 의료 수준의 '급전직하'로 이어졌다.

이탈리아는 여전히 공공의료 체계는 갖추고 있었지만, 병상수, 의료장비, 그리고 인력 유출이라는 인프라 면에서 떨어지면서, 상시적인 위험을 갖춘 상황이었다. 그래서 코로나19 확산 이후 갑자기 몰려든 환자를 감당할 수 없었다(중국은 순식간에 병상을 짓기라도 했지만).

대한민국의 병상수는 거의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국가 중 일본이 13개로 1위고, 우리가 12개로 2위다. 그런데, 이 병상 중 공공병원의 비중은 10%로, OECD국가중 꼴찌다. 심지어 미국(24.9%)보다도 낮다. 의사 숫자 면에서도 최하위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여유가 있었던 다른 지역에서 대구경북으로 달려와준 의사들이 있어(뜨거운 동포애), 이 정도로 선방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탈리아는 달랐다. 롬바르디아 지역 의사들의 증언에 따르면, 환자 수가 병상 수를 훨씬 넘쳐나니, 치료해야 할 환자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결국 80세 이상, 기저질환 환자들을 포기하고, 살아날 가능성이 높은 환자들을 치료해야 했다. 치료받지도 못하고 버려진 고령 환자들은, 1천명이 넘는 사망자의 다수를 이루었다.

코로나19 확진자가 밀집한 롬바르디아는 이탈리아에서도 가장 부유한 지역이다. 의사 수, 병상 수가 가장 높았던 지역이었기에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다른 지역이 돕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특히 이탈리아 전역에 있는 의료장비 자체가 극히 제한적인 까닭에 의료진이 투입된다 해도 중환자에 대한 집중 치료는 불가능했다고 전한다.

2. 롬바르디아에 밀집된 확진자

대한민국 코로나19 환자의 89%가 대구경북 지대에 몰려있듯이, 이탈리아 경우도 북부 롬바르디아 지역에 환자의 73%가 발생했다.

대구에서의 갑작스런 확진자 폭발은, 다행히도 나라 전체가 코로나19 방역 시스템을 갖춘 뒤에 일어났다. 하지만, 이탈리아에선 바로 롬바르디아가 시작점이었다. 의료진들도, 정부도, 시민들도 우왕좌왕했다.

프랑스도, 독일도 확진자가 여러 동네에 고루 퍼져있어서, 사람이 덜 죽고 있다.
 

코로나19 마스크로 무장한 로마의 관광객들 (로마 EPA=연합뉴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이탈리아에서 확산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월 26일(현지시간) 마스크를 쓴 관광객들이 로마의 명소 콜로세움을 구경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3. 1번 환자 확진에 긴 시간이 걸렸다

이탈리아의 코로나19 1번 환자는 다국적기업의 간부 사원인 38세의 건강한 남자였다.

지난 1월 25일 그는 중국에서 막 돌아온 동료와 저녁을 먹었다. 그 동료도 이후 테스트를 받았지만 음성으로 확정되었다. 누가 그에게 바이러스를 옮겼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해당 동료가 바이러스를 갖고 있을 때 그에게 전염시켰고, 정작 그 동료 자신은 스스로 회복된 후 코로나19 검사를 받았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물론 이미 2월 중 롬바르디아 지역에 광범위하게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고 1번 환자가 공식적으로 확진을 받은 첫번째였을 뿐이라는 설도 있다. 이쪽에 비중을 두는 의사들이 더 많다.

암튼, 1번 환자는 자신의 중국 관련 유일한 행보였던, 저녁 식사 후 3주가 지난 뒤 검사를 받았고, 증상이 미미해 집으로 보내졌다. 다음날 증상이 또렷해진 그는 다시 병원을 찾았고, 입원 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때가 2월 20일이다. 그의 확진 이후, 그동안 그가 1월 25일부터 거의 한달 동안 만났던 사람들은 모두 테스트를 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확진자는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다행히 1번 확진자 마테오는 현재는 완치됐다. 그의 임신한 아내 역시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두 사람 모두 회복되어 퇴원한 상태다. 절망에 빠져있는 이탈리아인들에게 1번 환자 마테오의 완치 소식은 그나마 큰 희망이 되고 있다.

4. 65세 이상, 전체 인구 네 명 중 한 명 꼴

이탈리아의 65세 이상 고령자는 전체 인구의 23%를 차지한다. 프랑스는 20.4%, 독일, 21.7% 한국은 15%다. 당연히 확진자 비율에서도 고령인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탈리아 사망자의 평균 연령은 81세다.

한국의 경우 확진자 중에서 20대 이하 청년층 비율이 높았다. 신속한 테스트 이외에, 한국의 코로나19 사망률이 낮은 이유 중 하나로 프랑스 언론은 '높은 청년 확진자 비율'을 지적한다.

한국의 전체 확진자 중 34.8%가 20대와 그 이하였고, 60대 이상은 21.8%였다. 고령층의 비율이 적었고, 여기서 88.9%의 사망자가 나왔기에 전체 사망률이 낮을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는 대구경북 지역에서 갑자기 많은 확진자가 나타난 게 특정 교회 때문이고, 그 교회 신도 중 20대가 높은 비율을 차지한다는 사실과 관련이 있다. 한국에서 20대 이하의 환자 중 사망은 0명, 30대 1명, 40대가 1명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안내문 게시된 로마 공항 중국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공포가 전세계로 확산하는 가운데 지난 1월 21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로마 피우미치노 국제공항에 중국 우한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당부하는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 연합뉴스/AP

 
5. 2월 말 방학 때 이탈리아에 간 사람들 

2월 말 유럽에는 2주간의 방학 시즌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 휴가 갔던 많은 유럽인들이 코로나바이러스를 가지고 돌아왔고, 3월 초부터 유럽 전역에 폭발적으로 확산되었다.

프랑스의 경우, 1월 24일 처음으로 2명의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한달여간 총 12명의 확진자가 발견되었다. 하지만 2월 말경 그들은 모두 완치되어 '확진자 제로'를 선언한 상황이었다.

하지만 바캉스 시즌이 끝날 무렵인 2월 29일 100명의 확진자가 생겨났다. 그로부터 2주 뒤, 3천 명에 육박하는 확진자가 발생했다.

6. 독일 메르켈의 느긋함, 왜?

14일(현지시각) 기준, 이탈리아의 확진자-사망자 수가 폭발적(확진자 1만7660, 치명률 7.2%)인 것과 비슷하게 독일의 사망자가 8명에 머무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확진 3675명, 치명률 0.2%).

메르켈 총리가 느긋한 태도로 코로나바이러스에 임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는 듯하다. 독일은 병상 수, 의사 수, 공공병원 비율에서 모두 모범적인 수치를 가졌다. 또 한 지역에 확진자가 몰려있지 않고, 고루 퍼져있는 것도 대처 가능한 상황을 만들었다.

병원과 의사가 수용할 수 있는 선에서 환자들이 발생하기 때문에, 이탈리아처럼, 죽을 줄 뻔히 알지만, 버려지는 환자가 없는 까닭이다.

7. 공공의료 예산 축소에 올인한 국가가 자초한 일

이탈리아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덜 심각하지만, 프랑스의 상황도 국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라는 비판이 강하게 나온다. 지난 10년간 프랑스 정부는 공공 병원에 대한 예산 축소를 강행해 왔다. 실제로 2013년부터 6년간 정부가 축소한 병상 수는 1만7500개에 이른다. 이는 전체 병상 수의 5.3%를 차지한다.

마크롱 정부 출범 이후 이러한 추세는 더욱 가속화돼, 2018년 한 해에만 4200개의 병상이 사라졌다. 공공병원 의료진들의 저항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프랑스 공공병원 의사 1000여명은 정부가 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을 증액하지 않는다면, 집단적으로 사임하겠다는 협박을 가하기도 했지만, 마크롱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나마 지난 12일 마크롱 대통령이 전체 학교의 잠정 휴교와 코로나 사태로 일시적 실업에 처한 모든 이들의 급여를 국가가 (최저임금 수준에서)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여기에는 여당 의원 2명을 포함한 국회의원 5명과 문화부 장관의 확진이 마크롱의 위기의식을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마크롱이 제시한 대책은 단기적 해결은 될 수 있으나, 근본적 문제를 초래한 병상 수 재건과 공공의료 강화에 대한 대책을 외면하고 있어 여전히 비판 받고 있다.

8. 중국은 지금

완치율이 80%를 넘어선 중국은 이제 거의 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진압했다고 한다.  

9. 결론

앞으로 또 어떤 바이러스, 어떤 역병이 지구촌을 휩쓸지 모른다. 그 때마다 난리 북새통을 만들며 삶을 멈춰 세울 것이 아니라, 망가져 있는 공공의료 시스템만 잘 정비해도 우리의 삶은 무너지지 않을 수 있다.

같은 바이러스의 침투에 0.2% vs. 7.2% 라는 극단적 치명률을 보여주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사례를 기억하자.

독일뿐 아니라, 스웨덴, 덴마크, 핀란드, 노르웨이, 오스트리아 등 튼튼한 공공의료 수준을 갖춘 나라들에선 치명률이 0.0~0.2%를 나타내고 있다. 1천명이 넘는 노르웨이 확진자 중 죽은 사람은 1명뿐이다. 핵심은 고령화가 아니라, 부실한 공공 의료 체계다.

- 피가로(Figaro), 리베라시옹(liberation), 허핑턴 포스트(huffington post) 기사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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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에서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