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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2019.04.03 12:03 수정 2019.04.03 12:56
국민 1인당 소득이 3만달러라고 합니다. 그런데 내 지갑은 줄거나 두둑하지 않습니다. 기업들은 일할 사람이 없다고 합니다. 그런데 나의 일자리는 찾기가 어렵습니다. 정부나 기업 등은 앞장서 경제를 살린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작 내 주변 동네가게들은 하나둘 사라지고, 대형 마트로 채워집니다. 매일 쏟아지는 경제뉴스가 우리에게 와 닿지 않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매주 수요일 <오마이뉴스>가 새로운 경제필진 4명과 함께 '똑바로' 쓴 경제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편집자말]
청와대 대변인이 재건축 건물 매입 문제로 결국 사퇴를 했다. 그 여파로 청문 보고서를 기다리던 장관 두 명이 결국 낙마했다. 나는 이번 사건이 현 정부 출범 이후 최대의 사건이라고 생각한다. 엄청난 불법이 있거나, 돈의 규모가 크기 때문이 아니다. 현 경제 구조 특징의 한 가운데를 가르는 주택 문제가 끼어 있고,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지는 건물주 문제, 그리고 합계 출산율 0.98을 기록하게 된 청년들의 경제적 좌절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도 북한 문제, 최저임금, 회사 갑질 등 많은 논쟁들이 있었다. 심지어는 차기 유력 대선 후보를 낙마하게 만든 미투 사건들이 있었다. 그렇지만 이런 것들은 생활인의 삶에서 조금은 벗어난 논쟁이기도 하고, "그건 원래 그래"라며 오래된 구조의 문제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고위 공직자들의 부동산 문제는, 촛불집회의 중요한 한 축인 20~30대의 삶에 직접 연결되어 있고, 바로 그 감정의 역린을 건드렸다. 그래서 이 문제는 앞으로도 큰 파장을 만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사자들의 사퇴나 낙마로 '해소' 되기에는, 감정의 진폭이 너무 크다.

이번 낙마가 던진 메시지
 

취재진 질문 받는 김의겸 청와대 전 대변인 ⓒ 연합뉴스

 
이 일련의 흐름에는 70년대부터 누적된 한국 부동산 정책의 실패가 놓여 있다. 유신이 막 끝나고 신군부가 집권을 시작한 1980년, 집 가진 사람들의 비율은 58%였다(인구총조사). IMF와 함께 보수 정권이 끝나고 새로운 정권이 뭔가 막 해 보려고 하는 그 시점의 자가 소유 비율은 54%였다.

한국의 자가 소유 비율은 마치 자연비율처럼 54~58% 사이에서 움직인다. 더 높아진 적도 없고, 더 낮아진 적도 없다. 한국 특유의 주택청약제와 선분양제 그리고 10년 후 일반주택으로 전환하는 한시적 공공임대주택 정책이 합쳐지면, 딱 이 결과가 나온다. 주택 정책의 기본 골격에 대한 획기적 전환이 없다면, 앞으로도 이 비율은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인수위 시절에 토론을 같이 할 기회가 있었다. "우린 딱 물가상승률 만큼 주택가격이 움직이는 게 맞다고 봐요"라는 얘기를 들었다. 기술적으로는 불가능하고, 그게 꼭 옳은지도 잘 모르겠다. 가격중립적 주택 정책처럼 보이지만, 너무 높은 가격 수준에서는 인위적 주택 부양 정책이 될 수도 있다.

물론 실제 집권 후에는 그보다 더 적극적으로 주택 가격 부양책을 썼다. 이러거나 저러거나, 그 때도 자가 보유율이 엄청나게 오르지는 않았다. 한 쪽에서 갭투자 한다고 열심히 집 사는 동안, 집과는 거리가 멀어진 사람이 늘었다. 한국에서는 이 비율이 거의 자연비율과도 같다.
 
평생 공무원으로 살아서 집 한 채 가진 게 뭐가 그렇게 문제냐,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도 개인적인 문제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한국에서 45% 내외의 국민은 집이 없이 살아간다. 전세든 월세든, 자연 비율처럼 유지된다. 과연 이들은 누가 대변할 것인가? 뉴타운이든, 재개발이든, 실제로 의견을 내는 사람들은 지주와 건물주들이다. 집 없는 세입자들도 엄연히 그 지역 주민이고 세금을 내고 있지만, 국가 주도나 지자체 개발사업에서 발언권이 없다. 과연 한국은 지주와 건물주만의 나라인가?

한국은 지주와 건물주의 나라인가
 
이렇게 하면 좋겠다. 청와대와 국토부 그리고 LH 공사나 서울의 SH사 등 주택 정책과 관련된 중요한 일을 수행하는 간부들 중 집 없는 사람들 비율이 45%, 쿼터처럼 지켜지면 좋겠다. 집 많이 가진 사람을 내릴 수 없다면, 집 없는 직원들을 좀 더 빨리 승진시키면 어떨까 싶다.

집 없는 과장이나 국장들이 더 빨리 승진하고, 청와대 같은 임명직이나 파견직에는 집 없는 사람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임명하면 좋을 것 같다. 국민의 45%는 집이 없는데, 이 사람들을 체감적으로 대변해주는 고위 공직자가 전혀 없다는 것은 슬픈 일 아니겠는가?
 
정말로 상징적인 의미지만, 국토부의 실장급 이상으로 진급하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라도 자기가 가진 집을 팔도록 하는 규정이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어차피 그 위는 정치적인 자리라서 승진도 할 만큼 한 사람들이다. 상징적으로라도 집 없는 사람들과 정서적 공동체가 되는 것, 국가를 위해서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친 김에, 국회에서 가장 인기가 좋다고 하는 국토위도 집 가진 의원과 집 없는 의원의 45:55 쿼타를 쓰면 어떨까 싶다. 정말 꼭 국토위에서 활동하고 싶은 의원이 있다면 집 팔고 쿼타로 들어갈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고 노회찬 의원은 집이 없었다. 촛불 정부라고는 하지만, 집 없는 사람들의 현실을 대변해줄 정치인이나 공무원이 너무 없다. 이제는 그 구조를 바꿀 시기가 아닌가 한다.
 
현 정부에서 장관급 인사 기준으로 1가구 1주택 정도를 사용한다. 집 없는 국민들 입장에서 보면 이 기준이 좀 더 강화되어서 집 없는 고위공직자가 쿼터제로 들어가는 게 불리한 일은 아닐 것이다.

신문을 보고 TV를 보시라. 아파트 분양 광고부터 아파트 이미지 광고까지, 이미 한국의 많은 것들은 지주와 건물주들을 충분히 대변한다. 고위 공무원이나 국회의원도 구조적으로 마찬가지다. 집 없는 사람들, 누가 대변해주나? 민간은 어떻게 못하다고 하더라도 공무원과 공기업, 즉 공직자에게는 그런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집 없는 사람들이 대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

추가적으로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상가를 가진 상태로 주택 정책 관련 고위공직자가 될 수는 없다는 내부 규정을 마련하면 좋을 것 같다. 집이야 필요에 따라서 좀 더 살 수 있다고 하더라도, 상가까지는 좀 너무하다 싶다. 그런 사람들이 정책에 관여하면 재개발 정책이나 지역 개발 정책에 왜곡이 너무 많이 생긴다. 상가를 보유하는 것이야 자기 마음이지만, 국가 일에까지 개입하는 건 현 상황에서는 좀 너무하다.
 
다른 분야는 몰라도 주택 정책과 관련된 경제 정책에서 고위 공직자의 부동산 기준은 단순히 개인의 도덕성 문제만은 아니다. 그 안에서 어떻게든 세입자를 위한 정책이 설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그들을 대변할 사람이 현재로서는 너무 없다.

어차피 대변인 사퇴로 논란이 시작된 지금, 개인의 윤리성 문제가 아니라 좀 더 구조적으로 42~45%에 달할 세입자들이 정책 내에서 대변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좋겠다.

그게 추운 겨울, 세상이 좋아지기를 바라며 촛불을 들었던 청년들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일 것 같다. 그들이 능력이 없어서 집 살 희망을 버리고, 지옥고(반지하·옥탑방·고시원)를 전전하는 것은 아니다. 집 없어도 사는 데 불편이 없다, 그런 나라를 지금부터라도 만들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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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문제, 환경-자원 문제에 대한 전문가. 경제학 전공. 기후변화협약 UNFCCC 기술이전 전문가그룹 아시아지역 대표 이사 현대환경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관리공단 팀장 역임 한국생태경제연구회 창립회원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