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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보컬, 김선수 곡 <흘러라 강물아>는 천막농성장 공식주제가 이다
▲ 노래부르는 임보컬 엄보컬, 김선수 곡 <흘러라 강물아>는 천막농성장 공식주제가 이다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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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굽이 굽이 굽이 굽이~ 흘러야 강이 되지~ 여울과 풀과 모래가~ 어우러야 살 수 있지~"

엄보컬과 김선수가 작사작곡한 <흘러라 강물아>는 세종보 재가동 철회 천막농성장의 공식 주제가가 되어버렸다. 환경단체 인사들이 왔을 때도, 천주교 미사나 교회 예배를 보러 왔을 때에도 어김없이 이 노래가 불려졌다. 임도훈 보철거를위한금강낙동강영산강시민행동 간사가 기타를 치며 선창을 하면, 사람들이 따라 불렀다. 

노래가 없을 때도 노래가 흘렀다. 거세게 흐르는 금강 강물을 보고 있으면 저절로 입으로 흥얼거리게 된다. 노래는 강물과 함께 흐른다. 어디 이 노래뿐인가.    
 
바람이 불면 수풀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 농성장 앞 수풀 너머 금강 바람이 불면 수풀들의 노랫소리가 들린다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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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솨아~'
'솨아아~'


세종보 상류 300m 지점의 하천부지에 쳐진 농성천막을 쓸고가는 바람소리, 교각의 바닥 보호공 사이에 난 작은 풀들의 하늘거림, 바로 앞 자갈밭에서 종종거리며 다니는 물떼새들의 지저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금강변에서 물수제비를 날리는 아이들의 재잘거림, 이곳에서 거리 미사나 거리 예배를 보는 신부와 목사님의 강론과 설교도 모두 노래다. 살아있는 금강에 대한 찬송이고 찬양이다.

우거진 초록수풀들처럼 눈여겨 봐야 보이는 것들이 있다. 처음 천막을 방문한 사람들이 이구동성으로 한 말은 '이렇게 강까지 내려와 본 건 처음'이라는 말이었다. 도심 속 자동차와 건물에 둘러싸여 금강을 익히 봐왔지만, 눈 앞에서 자세히 본 적은 없었다는 것이다. 그렇다. 멀리서 보면 생명이 느껴지지 않는다. 가까이 다가서야 볼 수 있는 수많은 것들이 바로 생명이다.  

우리는 평소에 각기 주소가 다른 건물에 살고 있어서 타인과는 분리된 삶을 산다고 생각하지만, 이곳 녹색 천막에 와서 금강을 끼고 만나면 왠지 우리뿐만 아니라 뭇생명들이 함께 '공동의 집'에 살고 있다는 생각이 짙어진다. 단순히 행정명이 아니라 금강 곁에 같이 살고 있잖아, 하고 말하는 순간 이곳은 '우리의 집'이 된다.

무엇이 먼저일까… 가까이에 생명이 있었다
 
수문이 열리고 형성된 모래톱 위를 달리는 사륜오토바이로 물떼새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 모래톱 위를 달리는 사륜오토바이 수문이 열리고 형성된 모래톱 위를 달리는 사륜오토바이로 물떼새들이 피해를 입기도 했다
ⓒ 김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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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골프공 있는데, 골프 좀 쳐봐유~"

2021년, 현장조사 차 금강에 갔을 때 김종술 기자가 골프공을 하나 건네며 그 특유의 말투로 농담을 건넸다. 보가 개방되고 강변 모래톱이 드러나면서 물떼새들이 알을 낳기 시작해 현장조사를 나간 참이었다. 물떼새가 알을 품는 둥지에서 골프를 치거나 굉음을 내며 사륜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들이 보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당시 김종술 기자가 "여기서 새들이 알을 낳고 있는데 왜 오토바이를 타느냐?"고 막아서자, 어떤 이는 "별 미친 놈 다 보겠다"며 오히려 욕을 하기도 했다. (관련기사: 물떼새 공격하는 골프채와 오토바이를 고발합니다 https://omn.kr/1u53t) 골프채를 휘두르는 이에게 '여기 새들이 알을 낳고 있다'고 말하니 '왜 못치게 하냐'며 오히려 큰 소리를 내더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사륜 오토바이가 지나간 자리에 깨져있는 물떼새 알과 물떼새 사체를 가까이 들여다보고 아파하는 마음은, 인간뿐 아니라 물떼새도 함께 살아가는 금강이 '우리의 집'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 아닐까.

강, 숲, 산은 우리 삶의 원천… 함께 지켜내야
 
모래톱과 강물에서 아이들은 지구를 우리의 집으로 기억한다
▲ 공주보 개방으로 돌아온 모래톱 모래톱과 강물에서 아이들은 지구를 우리의 집으로 기억한다
ⓒ 박은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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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삶의 원천을 고갈시키고 있다. 그 원천이란 (중략) 우리가 우리의 집에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던 것이다."

<세계의 종말을 늦추기 위한 아마존의 목소리>에서 아이우통 크레나키는 숲, 강, 산과 같은 자연이 우리의 삶의 원천이며, 자연을 착취해 번영하려는 지금의 시스템이 우리 삶의 원천을 고갈시킨다고 말한다. 그리고 그 원천이 바로 '우리의 집'이라고 말한다. 

지역에 오랫동안 깊게 흐르던 금강은 그 모습 그대로 우리의 집이다. 건물과 자동차, 도로로 채워진 지금의 도시가 아닌 사람과 물떼새, 모래톱과 장남평야를 품었던 금강이야말로 우리 모두의 집이 아닐까. 이 집으로 오가는 사람들이 '우리'라는 마음을 품을 수 있도록 이 천막이 든든히 버티고 서야된다.

누가 기타를 치고 노래를 부르는 것도 아닌데, 자갈밭 위 농성천막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 내 귀에 또 노래가 흐르기 시작했다.

흘러라 강물아
 
▲ 임도훈 노래 <흘러라 강물아>
ⓒ 임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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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라 강물아

엄보컬 / 김선수 곡

굽이 굽이 굽이 굽이
흘러야 강이 되지
여울과 풀과 모래가
어우러야 살 수 있지

종다리 높이 오른 낙동강 동녘 하늘
사래긴 밭 매는 농부는 
어데로 어데로 어데로 가야하나

영산강 황금물결 억새 바다
천년에 한 번 오시는 님은
이대로 이대로 이대로 못 오시나

비단결 넘실대는 금강변 모래톱에
님 잃고 애달픈 고마는
어데서 어데서 어데서 눈물 짓나

흘러라 흘러라 강물아
퍼져라 생명의 물결로
힘내라 힘내라 강물아
흘러라 생명의 바다로

태그:#금강, #세종보, #흘러라강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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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운동가, 글쓰는 사람. 남편 포함 아들 셋 키우느라 목소리가 매우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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