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에는 있고, 택시에는 없는 것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요하이 벤클러의 '네트워크의 부' 함께 읽기

등록 2019.06.10 17:12수정 2019.06.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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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시 운송 사업자들이 뉴스에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요금 인상 때문이거나 서비스 문제를 제기할 때였다. 그렇지만 약 7년 전부터 다른 이슈로 뉴스 주인공이 되기 시작했다. 우버가 나왔을 때 그랬고, 카카오 카풀이 나왔을 때 그랬고, 지금의 타다가 나왔을 때 그랬다.

택시 측은 그럴 때마다 차량 공유 사업이 불법이라며 거세게 반발했다. 반대 사업자 측은 관련 법규 안에서 운영하고 있다며 오히려 미비된 법규를 정비해 달라는 의견을 내놨다.


이에 대해 관련 부처와 관료들 그리고 정치인들은 아무런 입장이나 해석을 내놓지 않고 바라만 본다. 오히려 양자 간 대결 구도를 만들어서 마치 자기들은 관련이 없다는 듯 훈수만 둔다. 그들은 혁신의 승자와 패자 구도를 만들어서 어두운 면을 강조하거나, 합법과 불법을 들먹이며 협박을 한다. 결정권을 가진 그 누구도 앞에 나서지 않는 것이다.

택시 기사들의 분노와 단합을 끌어낸 이런 사업 모델들은 어떻게 태어났을까? '제러미 리프킨'은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 "새로운 세대의 젊은이들은 소유권보다 접근권을 선호하면서 자동차와의 관계를 바꾸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협력적 공유사회를 강조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
 

제러미 리프킨의 <한계비용 제로 사회> 협력적 공유 사회를 강조한 책. ⓒ 민음사

 
미국 펜실베니아 대학교 와튼 스쿨 교수 제러미 리프킨은 2000년에 이미 <소유의 종말>이라는 책을 통해서 "세상은 재화를 소유하기보다는 타인과 공유하는 경제로 넘어갈 것"이라고 예견했다.
 
오늘날의 많은 사람들 역시 시장을 소외하고 재화를 공유한다는 개념 자체를 상상조차 할 수 없다고 여긴다. 하지만 이십오 년 후에는 갈수록 많은 기업과 소비자에게 소유권이라는 개념 자체가 제한적인 것으로, 심지어는 구시대적인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 <소유의 종말> 저자 서문에서

제러미 리프킨은 이렇듯 오늘날 기존 산업을 흔드는 사업모델인 '공유경제' 이론을 제공한 학자 중 하나다. 특히 2014년에 출간한 <한계비용 제로 사회>에서는 공유경제가 나온 배경과 그 전망을 폭넓게 다뤘다.

리프킨은 특히 "세계는 '협력적 공유사회(Collaborative Common)'가 되어간다"고 주장한다. 정확히는 "자본주의 시장과 협력적 공유사회가 뒤섞인 하이브리드 경제가 출현을 앞두었다"고 하며, 이는 "한계비용이 0(zero)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본다.
 
치열한 경쟁으로 기술은 계속 발전하고 그에 따라 생산성이 최고점에 달해 판매를 위해 생산하는 각각의 추가 단위가 '제로에 가까운' 한계비용으로 생산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 <한계비용 제로 사회> 11쪽

한계비용(marginal cost)은 재화나 서비스를 한 단위 더 생산하는 데 들어가는 추가 비용을 뜻한다. 그런데 이러한 비용이 기술력과 생산성 덕분에 거의 들어가지 않는 제로(0) 수준이 되어서 상품 가격을 거의 공짜로 만드는 상황이 발생한다는 것이다.

이렇듯 한계비용이 제로가 되는 환경에서 재화나 서비스를 '소유하는 것에서 접근하는 것으로' 전환한 비즈니스 모델들이 등장하는 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밖에 없다고 본다. 그렇게 나온 게 '숙박 공유', '자동차 공유'와 다양한 'P2P' 사업모델들이다.


리프킨이 '협력적 공유사회'를 강조했다면 이런 사회를 가능하게 하는 사람 즉 동료를 강조하는 학자와 책이 있다. 바로 미국 하버드 대학교 로스쿨 교수 '요하이 벤클러'가 쓴 <네트워크의 부>다.

동료 생산을 강조한 <네트워크의 부>
 

요하이 벤클러의 <네트워크의 부> 공유재에 기반을 둔 동료 생산을 강조한 책이다. ⓒ 커뮤니케이션북스

 
공유경제 이론 구축에 한 획을 그은 벤클러는 공유재에 기반을 둔 '동료 생산'을 강조한다. '동료 생산'은 "위계적 관리에 따라서 배정되는 작업을 수동적으로 수행하는 것이 아니라 연결된 개인들이 스스로 선택한 행동에 의존하는 생산 시스템"이다. 벤클러는 이러한 '동료 생산'이 가능하게 된 배경을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첫째, 정보와 문화 생산에 필요한 물리적 장치들은 선진국의 개인들에게 널리 보편적으로 보급되었다. 둘째, 디지털화와 정보 커뮤니케이션의 등장으로 정보·지식·문화 생산과 전달비용이 급격하게 감소했다. 셋째, 기여자들의 작업을 교환 가능한 기능적 단위인 모듈(modularity)이 도입되면서 다양한 동기와 능력을 갖춘 사람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가능해졌다. - <네트워크의 부> 169~170쪽, 764쪽

달라진 인터넷 환경과 발전하는 기술이 이 모든 걸 가능하게 했다는 분석이다. 물론 그 가운데에는 자기의 재화와 기술을 기꺼이 동료와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벤클러는 그 덕분에 위키디피아, 오픈 혹은 프리 소프트웨어, 그리고 각종 P2P 방식의 서비스들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한다. 그렇지만 '공유경제' 철학을 담고 태어난, 오늘날 논란이 이는 일부 사업모델들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벤클러는 우버와 에어베앤비 같은 기업들은 공유경제와 다른 '온디맨드'(on demand, 공급 중심이 아니라 수요가 모든 것을 결정하는 시스템이나 전략 등을 총칭하는 말) 경제를 구축한다고 규정한다.

물론 이들도 동료 생산과 똑같은 거래 비용 효과에 의존하고 있지만, 온디맨드 경제의 핵심 추동력은 사회적 동기가 아니라 가격 신호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결국, 우버와 같은 온디맨드 경제식 기업들은 조직적 관리를 수요에 따라 변동하는 가격 신호에 대응하는 세분화된 노동 분할일 뿐이라는 거다.

그렇지만 지금 벌어지는 논란이 '공유경제' 때문이라거나 '온디맨드 경제' 때문이라거나 하는 산업 분류의 문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타고 싶지 않은 거 타지 않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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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합차 공유서비스 '타다 : TADA' ⓒ tadatada.com

 
지난 주말 서울 강남에서 모임을 마치고 방향이 같은 일행과 함께 타다를 불렀다. 우리 목적지를 확인하고 배차된 타다는 예상보다 빨리 데리러 왔다. 차량 내부는 성인 세 명이 앉기에도 안락한 데다 깨끗했고 상쾌한 향기도 났다.

기사는 우리 대화에 끼어들거나 무례하게 대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요금은 비슷한 거리를 택시로 탔을 때와 큰 차이가 없었다. 우리 일행 세 명의 학습효과가 주변으로 퍼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와중에 서울개인택시조합도 자체 '플랫폼 택시'를 내놓을 것이라고 발표를 했다. 타다에 대응하는 플랫폼을 만들어서 기존 조합원을 참여시킬 계획이라고. 플랫폼을 구축하면 승객들이 기꺼이 이용해 줄 거라 믿는가 보다. 과연 그럴까?

조신 연세대학교 정보통신대학원 교수는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새로운 상품이 등장해 많은 소비자에게 선택받는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 가치가 창출된다는 뜻"이라고 강조한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도 다른 인터뷰에서 "왜 젊은이들이 택시를 피해 '타다'로 이동하는지"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소비자들은 공유경제든 온디맨드 경제든 상관하지 않는다. 다만 타고 싶은 거 탈 뿐이고, 타고 싶지 않은 그것을 안 탈 뿐이다.

<한계비용 제로 사회>와 <네트워크의 부>에서 공통으로 언급한 게 있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서 출발한 이러한 사업모델들이 기존 산업들과 영역이 겹치면 저항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그래서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이 필요하다고 두 저자는 강조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네트워크의 부 - 사회적 생산은 시장과 자유를 어떻게 바꾸는가

요하이 벤클러 (지은이), 최은창 (옮긴이),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한계비용 제로 사회 - 사물인터넷과 공유경제의 부상

제러미 리프킨 (지은이), 안진환 (옮긴이),
민음사, 2014


#공유경제 #한계비용 제로 사회 #네트워크의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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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대 중반을 지나며 고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봅니다. 내가 나고 자란 서울을 답사하며 얻은 성찰과 다양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편집기자. 시민기자 필독서 <아직은 좋아서 하는 편집> 저자, <이런 질문, 해도 되나요?> 공저, 그림책 에세이 <짬짬이 육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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