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가희(24세, 여)

"걱정할 것 없는 딸"이었고, 어디 내놔도 남 부러울 거 없는 딸이었다. 졸업을 앞둔 딸은 9급 군무원(대한민국 국군에 소속된 특정직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한다더니 6개월만에 덜컥 합격했다. 2021년 통신군무서기보에 합격해서 이제 막 1년 근무를 채운 참이었다. 그렇게 일사천리로 취업까지 한 가희씨는, 묻지 않고도 살림을 채워 놓았다.

"PX(군 마트) 물건이 저렴하니까요. 금요일에 집에 오면 싱크대를 훑어봐요. 그리고는 우유, 식용유, 밀가루, 집에 필요한데 떨어져 가는 거 싹 사다가 꽉꽉 채워놨어요. 나중에 우리 가희랑 살고 싶다 할 정도로 다정하고 기특한... 제가 살면서 제일 잘 한 게 딸을 둘 낳은 거예요."

그렇게, 집 안에는 가희씨 흔적이 가득하다. 엄마는 이번 여름 선풍기를 어떻게 틀어야 할까 눈물부터 나온다고 했다. 사고 일주일 전, 여즉 선풍기를 닦지 못하고 둔 걸 본 가희씨가 일일이 닦아 말려두었다고 한다.

"10월 23일이죠. 가희가 '엄마 선풍기를 아직도 안 닦았네' 하더니, 제가 모임 갔다 온 사이 다 닦아서 물기까지 싹 말려서 조립 해놨더라고요. 엄마 조금이라도 쉬라고, 그 정도로 알아서 다 해주던 딸이에요. 올여름에 그 선풍기를 어떻게 꺼내야 할까요."

어디에나 있는 가희씨를 그리워 하며, 참사 5개월이 흐르도록 엄마는 오롯이 혼자 슬픔을 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