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은(25세, 여)

"실패를 딛고 성장하는 내 모습을 남기기로 했다."

지하철 차창 밖으로 여의도 국회의사당 풍경이 지나고 있었다. 이태원참사 희생자인 고 이상은(1997년생)씨의 휴대전화에서 가족들이 발견한 짧은 클립 하나. 상은씨가 생전 미국 공인회계사 시험 좌절 이후 '재도전 스토리'라는 주제로 직접 만든 영상이었다.

상은씨는 이 영상을 공개하지 않고 혼자 담아두었다. "늦은 실패더라도 그 안에서 배움을 통한 성장이 있다면 그건 더 나은 내가 되어 가는 과정이 아닐까" 영상 속 직접 적은 자막에는 '성장'이라는 키워드를 품은 한 청년의 의지가 담겨 있었다. 그리고 상은씨는 지난해 8월 말, 목표했던 대로 시험을 통과했다.

그의 방 벽에는 목표를 달성할 때마다 걸어 놓은 메모지가 빈틈 없이 매달려 있었다. '미국 교환학생', '오픽', '토익', '오피스 프로그램 자격증', '학점 채우기' 그리고 '미국회계사 시험'까지. 노력으로 이룬 만큼 결과들은 명확했다. 그러나 2달 뒤인 10월, 상은씨는 세상을 떠났다. 모든 것이 불명확한 죽음이었다.

참사 이틀 후, 이씨가 가고 싶어 한 회사에서 합격 문자가 날아왔지만 그는 출근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