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은 “공공부지를 활용한 시민참여형 발전사업을 통해 시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고 발전수익도 함께 나누는 고양형 햇빛연금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 고양시
민경선 고양특례시장이 공영주차장과 공공 유휴부지를 활용해 시민이 직접 재생에너지 생산에 참여하고 발전수익을 공유하는 '고양형 햇빛연금' 도입에 나선다. 단순히 공공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하는 수준을 넘어, 시민을 에너지 소비자에서 생산과 수익의 주체로 끌어들이겠다는 구상이다.
고양특례시는 18일 일조량과 접근성 등을 고려해 사업성이 높은 공영주차장을 중심으로 시민참여형 태양광 발전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시가 제시한 대상은 태양광 설치 의무화 대상인 공영주차장 41곳이다. 약 3만 5,500㎡ 부지에 최대 8,875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는 방안이다.
전체 사업에는 약 300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추산됐다. 시는 발전시설이 모두 구축될 경우 연간 약 20억 원의 발전수익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연간 발전량은 약 11.6GWh로, 평균 전력사용량 350kWh를 기준으로 일반가정 약 3,200가구가 한 달 동안 사용할 수 있는 규모다. 온실가스 감축량도 연간 약 5,350톤으로 추산됐다.
핵심은 이 발전사업을 어떻게 시민에게 돌려줄 것이냐에 있다.
민경선 시장은 "공공부지를 활용한 시민참여형 발전사업을 통해 시민이 에너지 생산의 주체가 되고 발전수익도 함께 나누는 고양형 햇빛연금 모델을 만들어 가겠다"고 밝혔다.
민 시장이 말하는 '햇빛연금'은 아직 완성된 제도가 아니다. 시는 8월 중순부터 시민참여형 발전사업 연구용역과 공공부지 발굴 조사를 시작해 사업성은 물론 투자방식과 수익배분 체계를 검토할 계획이다. 시민펀드와 민간투자 등 여러 방식도 비교한다. 따라서 현재 제시된 연간 20억 원은 확정된 시민 배당금이 아니라, 사업이 계획대로 추진됐을 때 예상되는 발전수익이라는 점은 구분할 필요가 있다.

▲킨텍스 제1전시장 상부 태양광 발전시설(262.2kW, 2025년 설치) ⓒ 고양시

▲농협하나로마트 주차장 태양광 발전시설(948kW, 2020년 설치) ⓒ 고양시
'햇빛연금'의 성패는 태양광 규모보다 수익배분에 달렸다
이번 정책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태양광 발전을 복지나 환경정책의 한 분야로만 보지 않고 지역경제와 연결하려는 시도다.
공영주차장은 이미 시민들이 사용하는 공공자산이다. 이 공간에 태양광 시설을 설치하면 주차 기능을 유지하면서 동시에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여기에 시민이 투자자로 참여하고 일정한 수익을 공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진다면 공공부지를 활용한 재생에너지 사업의 성격도 달라진다.
다만 '햇빛연금'이라는 이름만으로 사업의 성공을 낙관하기는 이르다. 300억 원 규모의 초기 사업비를 어떻게 조달할지, 시민이 투자할 경우 어느 정도의 수익률을 보장할 수 있을지, 발전량과 전력 판매가격 변동에 따른 위험을 누가 부담할지 등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시민참여형 사업이라는 취지를 살리려면 투자 여력이 있는 일부 시민만 수익을 가져가는 구조가 되지 않도록 설계할 필요가 있다. 시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구조인지, 투자금에 따른 수익 배분 외에 지역사회 환원 방식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도 앞으로 공개적으로 논의해야 할 과제다.
고양시는 우선 2027년 1MW 규모의 시범사업을 추진해 경제성과 운영체계를 검증한 뒤 사업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공영주차장에서 시작해 자유로 도로 법면, 체육시설, 공공건축물, 기타 유휴부지 등으로 태양광 발전시설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장항동 제2자유로 태양광 발전시설(866.5kW, 2023년 설치) ⓒ 고양시

▲고양장항야구장 주차장 태양광 발전시설(285.2kW, 2021년 설치)
ⓒ 고양시
공공부지 이어 아파트까지… 생활 속 에너지 전환
고양시의 에너지 정책은 공공부지에만 머물지 않는다. 공동주택을 대상으로 한 'RE100 사업'도 병행한다.
고양시는 1기 신도시를 비롯해 공동주택 비율이 높은 도시인 만큼 아파트 공용부문에서 사용하는 전력도 적지 않다. 옥상 등에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하면 승강기와 공용조명, 급수펌프 등 공용시설의 전력 일부를 자체 생산할 수 있어 입주민의 관리비 부담을 줄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시는 경기도의 '경기 RE100 소득마을 조성사업'에 참여해 위시티 블루밍 5단지를 아파트형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이곳에는 30.96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설비를 설치할 예정이다. 또 한국에너지공단의 2027년 신재생에너지 융복합지원사업에는 문촌마을 5단지를 비롯한 공동주택 6개 단지, 26개 동을 대상으로 동별 약 30kW 규모의 옥상 태양광 설치사업을 신청했다.
이미 고양시는 공공시설 태양광 보급도 진행해 왔다. 2020년부터 킨텍스 제1전시장 등 공공시설 7곳에 모두 2,902kW 규모의 태양광 발전시설을 설치했고, 전력 및 신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판매 등을 통해 연간 약 6억 5,000만 원의 발전수익을 창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결국 민경선 시장이 내놓은 에너지 정책의 방향은 '공공이 태양광 시설을 설치한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시민이 에너지 생산과 수익의 주체가 된다'는 데 있다.
고양시의 구상은 아직 연구용역과 시범사업을 앞둔 초기 단계다. 그러나 공영주차장이라는 생활공간과 아파트라는 주거공간을 동시에 활용해 재생에너지 생산을 확대하고,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제적 편익을 시민에게 돌려주겠다는 방향은 분명하다.
민경선 시장이 강조하는 '고양형 햇빛연금'이 실제 시민의 소득으로 이어질지는 결국 사업의 구체적인 설계와 투명성에 달려 있다. 발전수익을 얼마나 확보하느냐 못지않게 누가 참여하고, 누가 얼마나 혜택을 받으며, 수익을 지역사회에 어떻게 환원할 것인지가 중요한 이유다.
태양광 패널을 얼마나 많이 설치했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에너지 전환의 혜택을 얼마나 직접 체감할 수 있느냐가 고양시의 새로운 에너지 정책을 평가하는 기준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