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참사, 자동차 배출가스 조작 사건, 개인 정보 유출 사건.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기업의 행위로 매우 많은 사람이 똑같거나 비슷한 유형의 피해를 입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왜 피해 복구는 개인 차원에서 이뤄져야 하는가'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제도가 집단소송입니다. 현재 각종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LKB평산집단소송센터가 <오마이뉴스>에 글을 보내왔습니다. 아직은 생소한 집단소송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최근 법조계에서는 개인정보 유출, 소비자 피해 등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한 사건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습니다.
과거에는 수십 명에서 수백 명 규모의 공동소송이 대부분이었다면, 최근에는 수천만 명에 달하는 피해자가 발생한 개인정보 유출 사건까지 이어지면서 집단소송은 더 이상 낯선 법률 절차가 아닌 사회적 관심사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국민에게 '소송'은 여전히 익숙하지 않은 영역입니다. 직접 소송을 경험해 보신 분이 많지 않은 만큼, 신청 이후 어떤 절차로 사건이 진행되는지, 왜 법무법인에서 연락이 늦어지는지, 준비해야 할 자료는 무엇인지 등 궁금증을 갖게 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저는 현재 다수의 집단소송을 수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LKB평산에서 의뢰인 상담과 사건 접수를 담당하는 실무자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수많은 문의를 직접 접하며 느낀 것은, 법률적인 쟁점보다 소송 절차와 진행 과정에 대한 궁금증과 불안감이 더 크다는 점이었습니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들을 중심으로, 집단소송을 준비하는 분들이 궁금해하시는 점과 절차를 쉽고 솔직하게 설명드리고자 합니다.
집단소송 신청 후 연락두절되는 법무법인?

▲지난 5월 25일 국내에 출시된 메타의 스마트 안경 '인공지능(AI) 글라스'. ⓒ 연합뉴스

▲메타의 '레이밴 메타' 안경 이용자 사생활 영상이 케냐 외주 인력이 검토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메타를 상대로 한 집단소송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 오른쪽은 이 소식을 다룬 미국의 온라인 매체 '테크크런치'의 보도. 제목은 "직원들이 나체·성관계 등 영상 검토... AI 스마트 안경 사생활 침해 메타 피소". ⓒ 테크크런치 갈무리
'소송'이라는 단어는 익숙하지만, 실제로 소송을 경험해 보신 분들은 많지 않습니다. 그만큼 집단소송을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는 절차 자체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밖에 없습니다.
실제 상담 과정에서도 "신청이 정상적으로 접수된 것이 맞나요?", "정말 법무법인이 맞는 곳인가요?", "소송은 언제 끝나나요?", "벌써 결과가 나온 분도 계신가요?"와 같은 질문을 가장 많이 받습니다.
실제로 개인정보 유출 사건 원고를 모집할 때 하루에 많게는 100통 이상의 문의가 접수되었으며, 대부분은 소송의 내용보다 절차와 진행 과정에 대한 궁금증이었습니다. 이는 특정 법무법인의 문제라기보다, 수많은 피해자가 동시에 참여하는 대규모 집단소송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생각해 보면 이러한 불안감은 너무도 자연스럽습니다. 인터넷 쇼핑을 할 때도 판매자의 후기와 평점을 꼼꼼히 확인하고, 배송이 조금만 늦어져도 주문 내역을 다시 살펴보게 됩니다.
하물며 자신의 개인정보를 제공하고 소송을 위해 위임 절차를 진행한 뒤 착수금까지 납부하는 과정이라면, '정말 제대로 신청된 것이 맞을까'라는 걱정이 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심리입니다.
간소한 절차의 필요성과 개인정보 보호의 중요성
집단소송은 사건 접수부터 재판과 판결에 이르기까지 수개월에서 수년에 걸쳐 진행되는 법적 절차입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참여자의 접수 내용을 확인하고, 자격을 검토하며, 사건을 등록하고, 상담을 병행해야 하는 만큼 모든 신청자에게 즉시 개별 연락을 드리기 어려운 경우도 발생합니다.
따라서 신청 직후 곧바로 연락을 받지 못했다고 해서 사건이 누락되었거나 신청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단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집단소송은 많은 참여자가 함께 진행하는 사건인 만큼 일반 민사사건보다 초기 안내에 시간이 소요될 수 있으며, 이러한 특성을 미리 이해하신다면 불필요한 불안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불편을 줄이기 위해 제가 근무중인 법인을 포함한 많은 법무법인이 수임계약을 온라인 신청 시스템과 전자계약을 도입하며 절차를 간소화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절차를 간소화한다고 해서 모든 정보를 한 번에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개인정보를 다루는 사건일수록 개인정보보호법 등 관련 법령을 준수해야 하기 때문에 필요한 정보를 단계적으로 수집하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일부 소송 절차에서는 의뢰인의 주민등록번호 전체가 필요한 경우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인터넷 신청 단계에서 주민등록번호 뒷자리까지 모두 수집하는 것은 개인정보보호법을 준수하기위해 신중한 접근이 요구됩니다. 따라서 최초 신청에서는 최소한의 정보만 받고, 이후 실제 절차상 필요성이 발생하면 개별 연락을 통해 추가 자료를 요청하는 방식이 실무적으로 활용되기도 합니다.
의뢰인은 '왜 처음부터 한 번에 받지 않았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수 있지만, 이는 편의를 위한 절차인 동시에 개인정보를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합니다.
집단소송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소통과 신뢰

▲지난 3월, 미국의 지나 바톤·마테오 카누가 메타와 룩소티카 등을 상대로 제기한 집단 소송장. "개인 그리고 유사 상황에 있는 다른 모든 사람을 대표하여(individually and on behalf of all others similarly situated)"라는 문장이 집단소송 성격을 잘 보여준다. ⓒ 다큐멘트클라우드 갈무리
또한 일반적인 민사사건에서는 재판 과정에서 작성되는 서면을 의뢰인과 수시로 공유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이 참여하는 집단소송에서는 유출 등의 문제로 인하여 모든 진행 서면을 개별적으로 전달하는 데 현실적인 한계가 있습니다. 사건의 효율적인 운영과 의뢰인에 대한 충분한 안내 사이에서 균형을 찾는 것이 대규모 집단소송 실무의 중요한 과제가 되고 있습니다.
결국 집단소송은 변호사와 의뢰인 모두에게 기존의 소송 방식과는 다른 변화를 요구합니다.
법무법인은 간편하면서도 안전한 절차를 마련해야 합니다. 온라인으로 간소화된 절차가 곧 부실한 절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 대해서도 충분한 설명이 필요합니다.
실무를 담당하는 법률사무원과 직원들은 의뢰인의 궁금증을 해소하고, 법률 서비스가 쉽고 안전하게 제공될 수 있도록 현장의 접점에서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집단소송은 앞으로도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큽니다. 그만큼 중요한 것은 단순히 많은 원고를 모집하는 것이 아니라, 피해자들이 안심하고 절차에 참여할 수 있도록 충분한 설명과 투명한 소통을 이어가는 일일 것입니다.
* 필자 소개 : 현재 여러 집단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법무법인 LKB평산집단소송센터에서 의뢰인 상담과 사건 접수를 담당하는 실무자로 일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