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4일 충남 서천군 봄의마을 광장에서는 8.14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행사가 열렸다. ⓒ 이재환
충남 서천군 평화의 소녀상을 세운 사람들에게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서천군 '평화의 소녀상'은 서천 군민들의 자발적인 모금을 통해 지난 2017년 1월 17일서천읍 봄의마을 광장에 세워졌다.
9년 전 서천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 공동대표를 맡았던 유승광 대표는 지난 6.3 지방선거에서 서천군수에 당선됐다. 당시 서천고등학교의 학생회장을 맡아 소녀상을 세우는 데 힘을 보탰던 김재민 학생도 청년으로 성장해 지난 지방 선거에서 군의원으로 당선됐다. 소녀상 건립활동을 했던 시민과 학생이 나란히 군수와 군의원에 당선된 것도 보기 드문 사례다.
서천군 소녀상 건립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노박래 당시 서천군수가 봄의마을 광장에 건립하는 소녀상을 세우는 것을 반대했기 때문이다. 서천 지역 학생들과 주민들은 군수 면담과 농성 등을 통해 노 전 군수를 설득했다. 현재의 위치에 소녀상을 세우기까지 수많은 우여곡절을 겪은 것.
김용빈 서천사랑시민모임 대표는 "서천군 고등학교 연합회 1800여 명의 학생들이 있어서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 학생들이 가장 큰 동력이었다. 학생들의 후원과 지원 덕분에 소녀상을 세울 수 있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지난 14일 서천군 봄의마을 광장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의 사회는 김아진 충남도의원이 맡았다. 유승광 서천 군수, 김재민 의원, 박노찬 서천군 의장, 이강선 전 서천군의원을 비롯한 서천 주민 60여 명이 참석했다. 시민들은 소녀상에 헌화를 하며 위안부 피해자들을 추모했다.

▲지난 14일 오후 7시. 서천군 봄의마을 광장에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날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유승광 서천군수도 참석했다. ⓒ 이재환

▲지난 2017년 서천고 재학 당시의 김재민 서천군의원 ⓒ 김재민 의원 제공
평화의 소녀상을 세울 당시 서천고 2학년이었던 김재민 의원은 이날 <오마이뉴스>에 "감회가 새롭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당시 학생회장을 하면서 소녀상 수호대 동아리를 개설했다. 2기 회장이었다. 소녀상을 세우 까지의 과정이 쉽지 않았다. 서천에 소녀상이 세워진 뒤에도 일본 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했다. 그 기억이 새삼 떠오른다"라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피해자들을 위해 뜻이 있는 분들이 여전히 한마음 한뜻으로 한자리에 모일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유승광 서천군수도 "감회가 새롭다. (그동안) 저도 시민의 한사람으로 이 자리에 있었다. 이번에는 군수로 광장에 함께 하게 되어 너무나도 가슴이 벅차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 여성들은 전쟁으로 아픔을 겪었다. 고려 시대 몽골이 침략했을 때 몽골군이 (수많은) 여성과 어린 여아들을 붙잡아 갔다. 서천 출신인 목은 이색의 아버지 이곡은 몽골 황제에게 여성과 여아들을 데려가면 안된다라며 공녀를 금지하도록 역할을 한 인물이다. 우리 지역은 그런 인물을 배출한 고장이다. 봄의 마을 광장이 서천의 민주 광장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해 주시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아쉬움을 토론하는 이도 있었다. 이번 행사에서는학생들의 자리가 비었기 때문이다. 강성진 민주노총 서천군위원회 위원장은 "소녀상 건립 장소를 잡는데도 1년의 시간이 걸렸다. 서천에 있던 학생들의 역할이 컸다. 소녀상을 지킨 것도 우리 지역 학생들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를 계기로 학생들의 활동이 거의 사라졌다"라며 "내년 행사 때는 지역의 학생들도 함께 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이곳을 지나다니며 소녀상을 보고 역사에 대해서도 공부하는 시간을 갖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화제는 다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로 돌아갔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기림의 날은 매년 8월 14일로,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가 피해 사실을 최초로 공개 증언한 날을 기념해 지난 2017년 제정한 국가기념일이다.
박병문 서천 평화의 소녀상 기념사업회 공동대표는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은 대부분 현장에서 학살을 당하셨다. 살아 남아서 우리 정부에 등록된 인원은 240명이다. 대부분 돌아가시고 현재 다섯 분이 살아 계신다. 그분들도 고령이어서 지병을 앓고 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이분들이라도 살아 생전에 일본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다"라고 말했다.
서천 주민들은 이날 기념사를 통해 "이제 기억은 미래세대의 몫이다. 우리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기록하고, 교육하고, 전하며 다시는 전쟁과 폭력이 여성과 약자를 짓밟지 않도록 더 단단한 평화와 인권의 사회를 민들어 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다시 한번 용기있는 증언으로 역사를 바꾸신 피해자 여러분께 깊은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라고 덧붙였다.

▲14일 충남 서천군 봄의마을 광장, 서천 일본군피해자 기림의 날행사에 참여한 참가자들이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헌화를 하고 있다. ⓒ 이재환

▲지난 14일 서천 기림의날 행사에 참석한 김재민 서천군 의원. 김 의원은 소녀상을 건립할 당시 서천고등학교 학생이었다. ⓒ 이재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