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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6월 24일. 화성 아리셀공장에서 1차 리튬배터리 폭발로 23명이 사망했다. 아침에 출근했던 사람이 신체의 일부 뼈만 남은 모습으로 가족에게 돌아왔다. 유가족들은 공장 잿더미 속 어딘가에 가족들의 신체가 일부라도 남아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건물이 위험한 상태라 재수습은 어렵다는 말에 어떤 것도 하지 못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박순관 대표이사가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며 진상규명을 해야 했고, 아리셀에 맞서 싸워야 했다. 대책위원회, 유가족, 연대자들의 싸움이 화성시청, 박순관 집, 아리셀 원청사인 에스코넥, 에스코넥의 원청인 삼성, 경기도, 노동부, 국방부를 넘나들며 확장되었다.

정녕 책임을 묻는 재판이었나

그러는 사이 아리셀 중대재해참사에 대한 형사재판이 사고가 난 그해 10월에 시작돼 2025년 9월 23일 1심이 종료됐다. 대표이사 박순관과 안전보건관리책임자이자 박순관의 아들인 박중언에게 징역 15년 실형이 선고되었다. 아리셀 관리자들과 파견사업주도 징역형과 금고형을 선고받아 모두 법정구속되었다. 아리셀 현장 담당 1명만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무죄 선고를 받았다.

쌍방 항소로 2025년 12월 수원고법에서 2심 재판이 시작되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재판 결과에 대한 우려가 쌓여갔다. 재판부의 편파적인 태도가 나날이 노골화되었기 때문이다. 2026년 4월 22일에 우려하던 항소심 선고가 나왔다. 박순관과 박중언은 각각 4년과 7년 징역형을, 다른 이들은 집행유예나 무죄가 결정됐다. 이 사실은 사람들에게 충격을 줬다. 11년이나 형량을 깎아 준 재판부의 감형 이유 또한 분노를 자아냈다.

 2026.7.21. <아리셀 2심 판결의 문제점 및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 구동을 위한 방안> 국회토론회의 한 장면
▲2026.7.21. <아리셀 2심 판결의 문제점 및 중대재해처벌법의 실질적 구동을 위한 방안> 국회토론회의 한 장면 ⓒ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2심 재판부는 아리셀이 모든 층에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고, 비상구나 비상통로를 유지할 의무도 없다고 했다. 대피하면 살 수 있었는데 대피할 비상구를 설치할 의무가 없었다면 사망한 노동자들은 왜 목숨을 잃었는지 설명이 되지 않는다. 특히 중대재해처벌법(아래 중처법)에서 정한 경영책임자의 의무 중 사업장 안전보건 목표와 경영방침을 정하는 것은 추상적이라고 보면서, 안전보건관리업무를 평가관리하는 기준과 관련해서 직접적인 산업안전보건법(아래 산안법) 위반이 없다고 판단해, 이 부분을 무죄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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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사업장의 안전보건목표를 세울 때 기업의 특성, 규모, 유해위험요인을 고려해 구체적으로 기준을 세우는 게 당연하지 않는가. 또한 안전보건관리업무에 관한 기준을 명확히 정하고 권한을 줬다면, 안전보건관리책임자가 예방 활동에 더욱 주의를 기울였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기에 업무상 과실치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2심 재판부는 이조차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판단에 더해, 2심 재판부는 11년을 감형한 이유로, 사망 피해자 가족 전원과 합의했고 아리셀이 이익추구만 몰두하거나 안전확보조치를 방치했다고 보기 어렵다는 점을 내세웠다. 이러한 재판부의 감형 근거는 유가족에게 보상금만 주면 책임을 다한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는 잘못된 인식을 노골적으로 조장하고 있다. 경영책임자들이 돈으로 형량을 살 수 있다고 확신하게 만들었다. 이렇게 산안법 조항의 문맥과 취지를 무시한 채 기계적으로 자구를 해석한 결과, 처벌을 통해 예방을 강제하는 중처법의 취지가 훼손되었다.

결국, 2심 재판은 아리셀의 책임을 덮고 죽음을 초래한 구조를 감춰버렸다. 대신 산안법과 중처법을 축소 해석하고, 피해자의 권리를 뭉갰다. 2심 판결은 또 다른 중대재해에 적용될 잘못된 판례를 남겼다.

제도의 허점 이용하는 기업, 자기 역할 방기하는 정부

2심 판결이 인정한 것은 정해진 규정과 기준을 아리셀이 대부분 지키지 않았다는 점이지만, 아리셀 참사를 통해 드러난 다른 문제들이 있다. 유해위험물질에 대한 법 규정이다. 리튬은 산업안전에 관련된 화학물질, 위험물에 대한 법에서 모두 다르게 취급되며, '리튬'과 '리튬이 포함된 제품'에 대한 규정도 다르다. 리튬배터리를 만드는 데 사용되는 화학물질에 대해서도 어떤 법은 급성독성물질로, 어떤 법은 사고대비물질로 다르게 취급한다.

한마디로, 새로운 화학물질이 나타날 때마다 위험 여부를 확인할 때까지는 안전하다고 보는 기준이 문제다. 신산업이 등장하고 새로운 화학물질 사용이 증가하는데, 사용 물질의 위험성과 안전성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안전하다고 명확히 확인되지 않는 이상 위험하다는 전제로 관리하고 취급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 법은 안전하지 않다고 확인한 것만 위험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래서 아리셀은 이번 폭발을 알기도 막기도 어려웠다고 주장한다. 리튬과 리튬배터리는 이렇게 법망을 피해 가고 있었다.

한편, 정부는 안전관리책임자이자 공급망의 권한자임에도, 자기 역할을 다하지 않았다. 2014년 군부대에서 리튬 1차전지 폭발사고가 발생했을 때, 국방부는 사고원인을 조사하고 제조·취급 과정에 대한 안전관리를 시행하는 대신, 은폐했다. 보관만으로도 위험한 제품을 생산하는 노동자의 안전을 확인하고 챙겨야 할 공급자로서의 책임은 찾아볼 수 없었다. 아리셀이 시료 바꿔치기를 벌이고 품질 미달 사태까지 발생시켰지만, 국방부는 지체상금 부과와 납기독촉만 했다. 결국 아리셀은 무리한 생산량 달성을 위해 동포·이주노동자를 교육 없이 투입하고, 손으로 하던 검사도 생략했다.

참사 이틀 전, 공장 내에서 전지가 폭발했다. 그러나 아리셀은 해당 전지를 비롯한 제품들의 납품 기한과 물량을 채우는 데만 급급했다. 국방부는 생산품을 제조·취급하는 사업장의 발주자로서 안전관리책임을 다했어야 했다.

불법고용구조와 동포이주노동자의 문제

아리셀 사업주는 참사 이틀 전 발생한 폭발사고에 대해 조치를 취했어야 했다. 최소한 리튬배터리 폭발 위험성과 대응법에 대한 안전보건교육이라도 진행했어야 했다. 평소 대피 훈련을 하거나, 비상구와 대피로를 알려줘야 했다. 불법 구조 변경으로 대피로를 막지 않아야 했다. 비상구를 정규직만 쓸 수 있게 해서는 안 됐다. 아리셀이 했어야 하는 안전보건조치들은 이보다 더 많다. 하지만 적어도 이 정도만 지켰어도 참사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아리셀이 안전보건조치를 방기한 채 생산할 수 있던 것은 동포이주노동자가 있었기 때문이다. 아리셀은 생산량을 조절할 때마다 불법고용구조를 활용했다. 손쉽게 이주노동자들을 해고하고 채용했다. 인력 업체에 전화 한 통만 걸면, 일손이 느리거나 휴가가 잦은 이주노동자를 해고할 수 있었다. 인력업체는 아리셀 지시에 따라 처리만 할 뿐, 직원 관리와 업무지시를 하지 않았다. 실제로 메이셀이라는 용역·도급·파견업체는 직업소개소와 다를 바 없었다. 그저 노동자들을 공급하고 수수료만 챙겼다.

아리셀이 업체를 통해 인력수급을 했던 이유는 사업주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였다. 2022년 업체 노동자의 손가락 부상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아리셀은 보상금을 주고 산재은폐를 지시했다. 언제든 노동자를 부품처럼 갈아 끼울 수 있는 불안정한 고용구조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노동 환경은 더욱 위험해진다. 낯선 현장, 수시로 바뀌는 작업, 무엇이 위험한지 모른 채 일하는 현장이 모두 위험요소다. 위험을 낮추는 최소한의 안전교육이나 훈련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사례는 우리 사회에서 만연해있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실을 바꾸는 데 관심이 없었다. 정부가 기업들 눈치를 보느라 소극적으로 관리감독·규제하는 동안, 불법고용구조는 확산되었고, 그 아래 놓인 이주노동자들이 늘어났다.

아리셀 사망자 중 이주노동자가 18명이다. 아리셀처럼 한국인들이 기피하는 노동환경에서 일할 사람은 사실상 이주노동자뿐이다. 특히 동포노동자들은 취업이 자유로운 비자를 가지고 있고 한국어로 일상적 소통이 가능해서 일을 시키기 좋은 대상이다. 그간 동포노동자는 사업장 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측면에서 고용허가제 중심의 이주노동자 의제에서 비껴나 있었다. 하지만 이들 또한 불법고용구조를 피할 수 없었다.

파기환송을 위해 법리 다툼에 갇히지 않는 투쟁을 벌이자

2심 판결 후 대법원 상고 소식과 함께, '박순관과 아리셀'이 중처법 위헌법률심판제청도 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대법원 재판은 증거서류를 살펴보고 법리 판단으로 끝난다. 당장은 법정에서 싸울 일은 없다.

그러나 우리는 법리 다툼에 갇히지 않는, 또 다른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아직 수습하지 못한 유해를 수습하는 일이 남아있다. 무엇보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아리셀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사회적으로 공론화해야 한다. 법의 한계를 넘어, 피해자의 권리를 더 많이 제기하고, 기업과 정부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중처법을 흔드는 세력에 맞서야 한다. 대법원에 보내는 연명 및 개별 탄원서부터 1인시위, 토론회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야 한다. 형량만이 아니라 무엇이 근본 문제인지를 알려야 한다. 대법원에서 2심판결이 파기환송되기를 바란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월간 일터 8월호에도 실립니다. 이 글을 쓴 권미정님은 아리셀 중대재해참사 대책위원회, 김용균재단 상임활동가입니다.


#아리셀#참사#중대재해#산업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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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참사 2주기, 우리가 기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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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미정 (kilsh) 내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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