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오리와 무중3
- 우은주
오리는 과거에 살았다. 휴일에는 호수 벤치에 앉아 지나간 것을 떠올렸다 무엇을 떠올려도 지나간 것이었다 마음을 먹었고 조각을 호수에 던졌다 여기저기 파문이 패였다 사라졌다 천천히 아무는 원 안에 오리 마음이 반짝였다 그것은 영원을 살다 간 잠깐이었다
작게 떼먹었는데도 저녁이 되면 오리 마음이 남지 않았다 누군가 오리의 기분을 물으면 대답할 수 없었다 돌아와 어둠을 켜고 보내고 온 것을 생각하면 먹었던 마음이 되살아났다
낮에는 밤을 보냈고 지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인형의 태엽을 감으며 채워진 것을 살면 무엇을 해도 과거가 되었다 기억하기 위해 취하며 발등에 올려진 두 개의 돌처럼 위태로운 무거움을 견디는 게 좋았다
아침에 문을 열면 불타오르는 무중의 미래가 문 바깥에 놓여 있었다 자신의 것이 아니라서 오리는 안도했다 무게의 속도로 떨어지는 것이 삶이라면 깃털이 되고 싶었다
오리는 들것에 실려 지나가는 빛을 보았다 휴일 저녁 호수 벤치에 앉아 낯선 목소리가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먹다 두고 온 마음이 탁자 위에서 말라 가고 있을 텐데 오리는 일어나 걸었다 촘촘하게 무너지는 빛을 밀치며 무엇을 해도 지나간 것이었다 두려울 것은 없었다 나아갔다
출처_시집 <좋아하니까 말해 주는 거야> 걷는사람, 2025
시인_우은주: 2019년 <황해문화>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했다. 시집으로 <좋아하니까 말해 주는 거야>가 있다.

▲무엇을 해도 과거가 되는 빛 속에서, 오리는 나아간다.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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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먹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이 시의 오리는 그 말을 정말로 먹습니다. 작게 떼먹었는데도 저녁이면 마음이 남아 있지 않고, 먹다 둔 마음은 탁자 위에서 말라갑니다. 결심은 매번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어둠을 켜면 먹었던 마음이 되살아납니다. 그렇게 무엇을 떠올려도 무엇을 해도 "지나간 것"이 되는 시간을 오리는 삽니다. 발등에 놓인 두 개의 돌 같은 무거움을 견디는 편이 좋았다고 오리는 말하지만, 삶이 "무게의 속도로 떨어지는" 일이라면 "깃털이 되고 싶었다"고도 말합니다. 시의 끝에서 오리는 다시 일어나 걷습니다. 여전히 무엇을 해도 지나간 일이지만 두려울 것은 없습니다. 어떤 걸음은 무엇을 이겨내서가 아니라 온전히 가벼워진 뒤에야 겨우 시작되기도 하니까요. (정은기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