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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단위 위령시설(산내골령골 평화공원)’ 조감도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단위 위령시설(산내골령골 평화공원)’ 조감도 ⓒ 심규상

한국전쟁 민간인 희생자 4000여 구의 유해를 모실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 단위 위령시설(아래 산내 골령골 평화공원)'의 착공이 오는 11월로 최종 결정됐다. 11년을 기다린 희생자 유족들은 올 하반기 빠른 착공을 기대했으나 끝내 11월로 늦춰지자 "속에서 천불이 난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행정안전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은 지난 7월 31일 오후 2시 세종에서 '한국전쟁 전후 민간인 희생자 전국단위 위령시설 조성사업 자문위원회 전체 회의'를 열고 산내 골령골 평화공원 착공 시기를 11월로 확정했다. 부지 선정 11년 만의 착공이지만 최초 계획 대비 무려 11년이나 늦춰진 데다 연말 착공은 사실상 또다시 해를 넘기겠다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16년 공모를 통해 대전 골령골을 평화공원 사업지로 선정했다. 하지만 당초 목표였던 2020년 준공 시점이 다가오도록 착공조차 하지 못했고, 준공 시기를 2024년으로 연기했다. 예정 부지 내 유해 발굴과 토지 매입, 실시설계 역시 뒤늦게 시작됐다. 그사이 건축비 상승 등으로 총사업비가 401억 원에서 591억 원으로 늘어나면서 500억 원 이상 사업에 적용되는 타당성 재검토 대상이 됐다. 게다가 타당성 재조사가 2년 가까이 진행되면서, 이미 유해 발굴을 끝내고도 결과만 하염없이 기다려야 했다.

기획재정부는 2024년 말 타당성 재조사 결과를 통해 평화공원 조성에 총 588억 6000만 원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또 향후 주무 부처인 행안부가 관련 절차를 신속히 진행하도록 지원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준공 목표도 2027년으로 조정됐다.

 대전 골령골에서 드러낸 희생자 유해. 수습된 유해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세종시 전의면 임시 납골시설 내 임시 안치돼 있다.
▲대전 골령골에서 드러낸 희생자 유해. 수습된 유해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세종시 전의면 임시 납골시설 내 임시 안치돼 있다. ⓒ 심규상

그러나 2025년에도 사업은 첫 삽을 뜨지 못했다. 행안부가 일부 설계 변경 필요성을 들어 기재부에 사업비 변경을 신청하자, 기재부가 사업비 적정성 검토를 핑계로 다시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사업 예산 승인마저 지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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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안부 과거사관련업무지원단 측은 이번 주 중 기재부가 최종 예산 변경을 승인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최종 변경으로 늘어나는 총사업비는 20억 원 남짓으로 예상된다.

결국 행안부와 대전 동구청은 이번 주 예산이 승인되더라도 실시계획 변경 인가, 건설기술심의, 계약 심사, 공사 발주 및 계약 체결 등 물리적인 절차를 거치려면 11월은 되어야 첫 삽을 뜰 수 있다는 입장이다. 행안부와 기재부가 총사업비 예산 협의를 하는 데만 도합 3년 반이라는 시간을 허비하며 유족들에게 또다시 '기다림'을 강요한 셈이다. 이에 따라 준공 시기 역시 2028년으로의 연장이 불가피해졌다.

이는 국가적 현안이나 대규모 국책 사업마다 예비타당성조사(예타) 면제나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온 정부의 태도와 명백히 대비된다. 실제 정부는 국가적 시급성과 지역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수백억 원, 수조 원대 대형 국책 사업에 과감한 특례를 적용해 왔다. 대전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대표적인 예타 면제 사업으로 속도를 냈고, 행안부 소속 경찰청 사업인 아산 경찰병원 건립 역시 난항 끝에 신속 예타 대상 선정 및 절차 단축 특례를 적용받았다. 우주산업클러스터 사업(연구 및 인재개발 중심 인프라 구축) 역시 예타 면제와 함께 예산이 증액되어 추진 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발굴된 4000여 구의 희생자유해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세종시 전의면 임시 납골시설 내 임시 안치돼 있다.
▲전국 각지에서 발굴된 4000여 구의 희생자유해는 플라스틱 박스에 담아 세종시 전의면 임시 납골시설 내 임시 안치돼 있다. ⓒ 심규상

반면 골령골 평화공원 조성 사업은 물가 상승과 설계 변경 요인이 발생할 때마다 타당성 재조사와 예산 협의의 벽에 가로막혀 허송세월을 보냈다. 한국전쟁 당시 국가 공권력에 의해 희생된 4000여 구의 유해는 영면도 못한 채 세종시 전의면 임시 납골시설 내 플라스틱 박스에 담겨 평화공원이 조성될 날만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이 중 상당수 유해는 무려 20여 년째 임시 시설을 전전하는 중이다.

대규모 SOC나 경제 논리가 앞서는 국책 사업에는 '면제'와 '신속'의 혜택을 쏟아붓고, 70년 넘게 방치된 억울한 주검들의 안식처 마련과 최소한의 인권·명예 회복 사업에는 '국가 재정 여건', '법과 규정'이라는 차가운 원칙만 내세우고 있는 형국이다.

평생을 한 맺힌 세월로 살아온 유족들의 인내심은 이미 바닥을 드러냈다.

전미경 산내골령골희생자유족회장은 이번 결정에 대해 "늦었지만 적어도 9월에는 착공할 줄 알았다"라며 "11월에야 착공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올해를 다 넘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국가가 직접 저지른 비극의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이토록 무심하고 무능하면서 무슨 국가 폭력 진상 규명과 명예 회복을 말할 수 있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 회장은 또 "이런 더딘 늑장 행정으로 정부가 목표로 수정한 2028년 완공이 과연 1년 반 만에 가능하겠느냐"며 불신과 의구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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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령골평화공원#민간인희생자위령시설#지각착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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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천리 (牛步千里).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듯 천천히, 우직하게 가려고 합니다. 말은 느리지만 취재는 빠른 충청도가 생활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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