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천억원을 기록, 3분기 연속 역대 최대 실적 기록을 이어갔다.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기술 경쟁력 회복에 힘입어 이번 1개 분기만으로 지난해 전체의 2배가 넘는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삼성전자는 연결 기준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89조4천억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1810.3% 증가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7일 공시했다. 사진은 7일 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삼성전자 본사 모습. ⓒ 연합뉴스
"2028년까지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어렵다."
30일 오전 삼성전자의 2분기 실적발표 설명회장에서 나온 김재준 메모리사업부 전략마케팅실장(부사장)의 말이다. 최근 주식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반도체 고점론'에 대해 삼성전자가 내놓은 답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난 29일부터 내놓은 올해 2분기 성적표는 숫자만 보면 말 그대로 '초호황'이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과 SK하이닉스가 최근 석 달 동안 벌어들인 영업이익만 약 150조원이 넘는다. 삼성전자는 1년 전보다 영업이익만 무려 1800%나 늘었다.
하지만 이날 두 회사의 주가는 여전히 파란색이었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한때 7% 넘게 올랐다가 차익 매물이 쏟아져 나오면서 전날보다 0.72% 떨어진 20만7000원으로 마감했다. SK 하이닉스는 어제에 이어 하락세를 막지 못했고, 132만2000원 선(-5.64%)까지 밀렸다.
시장은 이들 회사의 막대한 이익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오히려 지금의 반도체 호황이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만들어낸 일시적인 특수인지, 아니면 공급 부족이 앞으로 수년간 이어질 것인지에 대한 물음을 던지고 있다. 이날 김재준 삼성전자 부사장의 답은 후자에 가깝다.
1년전보다 1800% 넘은 영업이익, 삼성전자의 자신감 "2027년 더 부족하다"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 권우성
우선 삼성전자가 이날 공개한 올해 2분기 성적표부터 보자. 연결기준으로 매출 171조5000억원, 영업이익 89조5000억원이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으로 역대 최대다. 1분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28%, 영업이익은 56% 증가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매출은 130%, 영업이익은 1806% 늘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1년 전에는 상상하지 못한 숫자"라고 했다.
이같은 실적은 사실상 반도체가 혼자 이끌었다. 반도체를 담당하는 DS부문의 매출은 127조5000억원, 영업이익은 89조2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 전체 영업이익의 99% 이상을 반도체에서 벌어들인 셈이다. 특히 메모리사업 매출만 120조8000억원에 달했다. AI 서버 수요가 폭발하면서 HBM뿐 아니라 서버용D램과 낸드까지 동시에 가격과 판매량이 뛰었다.
반대로 스마트폰·TV·가전 등을 담당하는 DX부문은 매출 48조원, 영업손실 8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의 현재 이익구조가 얼마나 반도체에 쏠려 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회사는 또 연구개발에도 분기 기준 사상 최대인 16조원을 썼다. 미래 먹거리인HBM4E와 차세대 D램, 2나노 파운드리 등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것.

▲삼성전자 2026년 2분기 경영실적 및 재무현황 ⓒ 삼성전자 자료 토대로 챗지피티로 생성
이날 시장의 관심사는 회사가 내놓을 향후 반도체 업황에 대한 내용이었다. 김재준 부사장은 "AI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수요 증가 속도가 생산능력 확대를 앞서고 있다"고 했다. 신규 반도체 공장을 짓고 실제 제품을 생산하기까지 3년 반 이상 걸리는 점을 고려하면 2028년까지 의미 있는 공급 확대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공급 부족이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2027년에 오히려 더 심해질 가능성을 제시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빅테크 업체들과 장기 공급계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면서 주요 데이터센터 고객 5곳과 장기계약을 맺었고 추가 고객들과도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도체 생산 능력의 60~70% 수준을 장기 계약으로 묶어서 시장의 변동성에 적극 대응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고대역폭메모리(HBM) 제품 매출에 대한 기대감도 나왔다. 김 부사장은 "3분기 HBM4 매출이2분기보다 3배 이상 늘어날 것"이라며 "하반기 전체 HBM 매출에서 HBM4가 차지하는 비중도 60%를 크게 넘어설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는 지난 2월 HBM4 양산·출하를 시작했다. 그동안 HBM 시장에서SK하이닉스에 밀렸던 삼성전자가 HBM4를 계기로 다시 점유율 경쟁에 나서겠다는 의미다. 회사는 하반기HBM 시장 점유율을 전체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점유율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제시했다.
SK하이닉스도 60조 벌었다... 그런데 시장은 왜 불안할까

▲최태원 SK그룹 회장, 곽노정 SK하이닉스 CEO 등 주요 경영진이 SK하이닉스가 나스닥 ADR 거래를 개시된 1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나스닥 타워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 로이터 연합뉴스
하루 전인 29일 SK하이닉스가 내놓은 실적 역시 기록적이었다. 이 회사의 2분기 매출은 79조3187억 원, 영업이익은 60조5426억 원이었다. 영업이익률은 무려 76%에 달했다. AI용 HBM과 서버 D램 수요 증가, 메모리 가격 상승이 실적을 밀어 올렸다. 삼성전자 DS부문과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149조7000억원이 넘는다. 국내 두 반도체 기업이 석 달 동안 150조원에 가까운 영업이익을 낸 것이다.
SK하이닉스 역시 AI 투자 둔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있다. 회사는 최근 빅테크의 움직임을 AI 투자 축소라기 보다 '수익화 단계'로의 진입으로 보고 있다. 경쟁사의 HBM 경쟁력 회복에 대해서도 양산 수율과 품질, 고객사와의 장기 협력 관계를 토대로 시장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최근 SK하이닉스 주가는 추락을 거듭했고, 과거 고점대비 50% 넘게 폭락했다. 시장에선 실적이 아니라 앞으로 계속 좋아질 수 있느냐에 대한 의심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했다. 결국 하반기 반도체 시장의 최대 논쟁은 '반도체가 최고점인가(피크아웃)'라는 것이다.
증권사의 전망도 극단적으로 갈렸다. 이들은 대체로 회사의 현재 주가가 낮다는 데 동의하면서 목표 주가에서 큰 차이를 보였다. DB증권이 200만 원으로 가장 낮은 주가를 냈고, 키움증권이 220만 원, 신한투자증권은 270만 원으로 고쳤다. 대신 한국투자증권은 오히려 가격을 올려 470만 원의 주가를 제시했고, KB증권과 디올투자증권은 420만 원, 교보와 IBK증권은 400만 원의 주가를 내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미 직전 고점 대비 코스피 하락률이 40%에 이르러 코로나19 팬데믹 급락시기를 넘어섰다"면서 "SK 하이닉스 주가도 12개월 선행 주가수익비율(PER)은 3.3배 수준으로 과거 메모리 다운 사이클 때보다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특히 그는 올 하반기부터 5년 장기공급계약 비중이 늘어나면서, 분기별 메모리 가격은 최소 두 자릿수 이상 상승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 김재준 부사장도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이들 회사들은 오는 2028년까지 반도체의 공급 부족은 계속될 것이고, 고객들과 장기계약을 맺고 있다. 증권사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수백조 원의 영업이익 전망치를 내놓고 있다. 그럼에도 최근 투자자들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한 기업들의 주식을 던지고 있다.
SK 그룹의 한 임원은 "하이닉스 주가가 300만원에 가까이 갔을 때도 고점이 아니라고 생각했었다"면서"현재 130만원대의 주가는 전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으며, 미래의 과도한 우려에 따른 공포가 만든 숫자"라고 말했다.
많은 투자자들은 그의 말대로 시장의 과도한 우려로 끝나길 바라고 있다. HBM4를 비롯해 서버 D램과 낸드까지 수요가 동시에 늘어나는 상황에서 이들 두 회사가 얼마나 많은 물량을, 얼마나 높은 가격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팔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사상 최대 실적을 확인한 반도체 시장은 이제 다음 시험대로 넘어갔다.

▲이재명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더 미드웨이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 AI 서밋'에서 글로벌 AI 리더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 이재명 대통령, 혹 탄 브로드컴 최고경영자, 최태원 SK 회장, 다리오 아모데이 앤트로픽 최고경영자, 이해진 네이버 의장, 김용범 정책실장. 2026.7.25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