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마루 밑에 살던 것들에게
- 송진권
괭이같이 앙알대며 쏟아붓는 햇볕도
더는 비집고 들어갈 수 없어
무춤하니 멈춘 뜰팡에
헝겊 덧대 기운 고무신 밀어내고
댓돌에 올라앉은 강아지 내려놓고
마루 밑을 들여다보면
마루 틈으로 스며든 햇볕에
푸른 물 든 감자 밀어내며 들여다보면
귀퉁이 깨진 호롱아
내가 흘린 유리구슬들아
찢어진 털신아
귀뚜라미와 노래기와 지네 들아
밤송이로 막아놓은 쥐구멍 속의 쥐들아
숯검댕 묻은 몽당빗자루야
잘들 있었는가
여기서 잘들 살고 있었는가
출처_시집 <그림자놀이 하던 날은 가고>, 창비, 2026
시인_송진권: 2004년 창비신인시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자라는 돌> <거기 그런 사람이 살았다> <원근법 배우는 시간> <그림자놀이 하던 날은 가고>가 있다.

▲버려진 것들이 빛을 만날 때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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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루 밑에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21세기에 잘 보지 못하는 풍경이 구체적으로 펼쳐있다. 마루와 뜰팡이 민속촌으로 들어가고 아파트가 일상인 지금 마루 밑을 들여다보는 친구들이 있을까. 이제는 과거의 산물이 되어가는 것들을 호명한다. "밤송이로 막아놓은 쥐구멍 속 쥐들"까지 호명하는 따뜻함이다. 밀려난 것과 쓸모없는 것, 눈길 주지 않는 것들에게까지 안부를 전한다. 구석 깊숙한 곳으로 떠밀린 것들을 부름으로 생명력을 준다. 하나도 버릴 수 없는 우리와 밀접하게 마주하며 지냈던 것들이다. 시인의 따뜻한 마음이 옴팡지다. 질박한 말에 내재 된 낯섦으로. (이지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