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작가회의 시분과위원회에서 기획한 '시로 읽는 오늘'을 연재합니다. 시로 아침을 시작한다면, 수많은 갈등과 전쟁도 줄어들 것입니다. 독자들은 힘 있는 언어를 익혀 튼튼한 내면을 가꿀 수 있고, 다양한 시를 통해 새로운 시민의 감수성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세계의 첨예한 문제를 시인의 예민한 감각으로 길어 올린 한국시를 매주 두 편씩 선정하여, 추천 글과 함께 독자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손고사리의 손
- 한연희
어디서부터 이야기를 해야 할까
끝이 난 시점
거기엔
경계선이 있고
넘어서기에 딱 좋고
축축해진 손을 흙에 묻었더니
금세 와글와글한 이야기가 자라났다
이쪽과 저쪽을 가로지르며
종횡무진 누비는 미토콘드리아
끝이었지만
끝나지 않을
내 안의 숲처럼
무성하게 고사리가 올라왔다
손…… 님……
서두를 부탁드려요
주렁주렁 열린 손을 뽑는다
이 이야기가
부디
아무나 꽉 잡아주기를
출처_시집 <희귀종 눈물귀신버섯>, 문학동네, 2023.
시인_한연희: 2016년 창비신인문학상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폭설이었다 그다음은> <희귀종 눈물귀신버섯>이 있다.

▲끝났는데 끝나지 않는 이야기, 놓치지 못하는 마음 ⓒ 박유하 시인(디지털 포엠 아티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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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두 이미지가 있다. 뜨거운 여름과 축축한 여름. 넓은 잎들 사이로 햇살이 쏟아질 때의 무참함과, 내내 비 내리는 숲속 이끼와 버섯으로 뒤덮일 때의 송연함. 양지의 무성함과 음지의 무성함. 그리고 우리에겐 그 모두가 필요하다. 모든 것이 끝난 경계 앞에서 화자는 손을 흙에 묻는다. 그러자 멈춰버린 줄 알았던 내면에서 이야기가 와글와글 자라난다. 완결을 넘어선 이야기, 혼자서도 마구 태어나는 이야기, 앞뒤 모르고 질주하는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는 자길 필요로 하는 사람의 손을 끌어다 이렇게 말할 것이다. 이곳에 손을 묻어 봐. (연정모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