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합이 적발됐습니다. 재판도 진행중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끝은 아닙니다. 담합은 적정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고 시장을 교란·왜곡하는 행위입니다. 이런 행위가 왜 반복되는지, <오마이뉴스>는 아직 남아있는 질문들을 하나씩 확인해 보려고 합니다.
"혼자 잘 사니까 좋습니까?" (2월 5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
이재명 대통령은 밀가루·설탕 담합에 가담한 기업들을 향해 이렇게 말했다. 그리고 강조했다.
"국민에게 고물가를 강요하는 이런 현장의 문제는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시정해야 합니다."
실제 한국은 '고물가'의 나라가 됐다. 그 수치는 OECD 구매력 평가(PPP, Purchasing Power Parity) 기준 물가 수준 통계에서도 명백히 드러난다. 한국의 2023년 식료품 가격 수준은 151. OECD 평균(100)보다 51%나 높았다. 38개 OECD 회원국 가운데 1위였다. 그 다음이 스위스(150), 아이슬란드(134), 일본(132) 순이었다.
이 대통령의 지적은 이처럼 국민들은 고물가에 시달리는 와중에 담합에 가담한 업체들만 경제적 이득을 취한 거 아니냐는 일갈이었다. OECD 회원국 중 식료품 물가 수준이 1위였던 2023년은 공교롭게도 설탕·밀가루 담합이 모두 지속되고 있던 기간에 포함된다.

▲2026년 2월 2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나희석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 부장검사가 서민경제 교란사범 집중 수사 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부장검사 나희석)가 발표한 바에 따르면, 2021년 2월부터 시작돼 2025년 4월까지 진행된 설탕 가격 담합으로 제당 3사가 벌어들인 관련매출액은 총 3조 2715억 원에 달한다. 2020년 1월부터 2025년 10월까지 진행된 밀가루 담합으로 인한 관련매출액은 총 5조 9913억 원으로 산정됐다.
매출액 뿐 아니라 눈여겨 봐야 할 주요 숫자는 영업이익률이다. 매출이 아무리 커도 남는 돈이 적으면 수익성은 낮다. 따라서 수익성을 판단하는 대표적인 지표 가운데 하나가 영업이익률이다. 담합기간 동안 이들 기업의 영업이익률은 상승했을까?
답은 '그렇다'이다.
담합 가담한 제당 3사... "획기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늘었다"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제당 3사 영업이익률이 상승했음은 공정거래위원회 전원회의 심의속기록에서 찾을 수 있다. 지난 2월 11일 개최된 전원회의에서 심의위원은 물었다.
심의위원 : 삼양사 같은 경우에는 2022년에 3.3%, 2023년에 5.4%이다가 2024년에는 7.0%으로 영업이익률이 올라갑니다. 맞습니까?
삼양사 대리인 : 예, 맞습니다.
심의위원 : 대한제당은 2022년에 4.0%, 영업이익률이 4.0%이다가 2023년에 5.8%로 늘어나고, 2024년에는 9.1%까지 올라갑니다. 맞습니까?
대한제당 대리인 : 예, 맞습니다.
(*해당 속기록에는 CJ제일제당 영업이익률만 OOO으로 비공개 처리돼있다)
제당 3사 전체 영업이익률에 대해 해당 위원은 다음과 같이 짚었다.
"설탕의 영업이익률이 2022년부터 담합 기간인 2024년까지 꾸준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원당가는 크게 떨어졌는데 (제당 3사가 판매하는) 설탕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아가지고 (가격) 인하 담합이 일어난 2024년에는 3사 모두 획기적으로 영업이익률이 늘어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밀가루 담합에 가담한 제분업체 상황도 마찬가지다. 공정위는 5월 공개한 보도자료를 통해 "이 사건 담합에 가담한 상위 3개사와 하위 3개사 모두 공동행위 이전에 비해 영업이익률이 크게 개선되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고 명시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5월 20일 7개 제분사 밀가루 담합을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발표했다. 위 그래프는 배포한 보도자료 속 자료 일부를 보다 선명하게 재가공한 것이다. ⓒ 공정거래위원회 자료 GPT로 재가공
'획기적 영업이익'에 대한 과징금은?
4~5년에 걸쳐 적발되지 않은 채 담합을 벌였고, '획기적인 영업이익'을 남겼다. 이에 대한 과징금은 얼마일까.
설탕 가격 담합 사건의 경우 제당 3사는 공정위로부터 각각 CJ제일제당 1383억 6200만 원, 삼양사 1302억 5100만 원, 대한제당 1273억 7800만 원의 과징금 납부 처분을 받았다(3월 5일 기준, 추후 행정소송을 거쳐 변동될 수 있음).
앞서 CJ제일제당의 경우 1729억 5251만 원, 삼양사 1628억 1460만 원, 대한제당 1592억 2356만 원이 과징금으로 산정(CJ제일제당은 과거 법 위반 횟수 등을 반영하여 10% 증액 후 감경, 기자 말)됐으나 공정위는 조사·심의 과정에서 협력한 점 등을 고려해 3사의 과징금을 1000억 원 가까이 감경해줬다.
1차로 관련매출액×부과기준율(이번 사안의 경우 15%)로 기본 과징금을 산출했으며, 2차로 조사 심의·협조 등을 이유로 20%씩 감경 조치가 이뤄졌다.

▲2026년 5월 20일 공정위는 밀가루 공급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대한제분, CJ제일제당 등 밀가루 제조·판매 사업자 7곳에 과징금 6천710억 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사진은 이날 서울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밀가루. ⓒ 연합뉴스
밀가루 담합의 경우 기본 과징금 규모만 공개됐다. 공정위는 사조동아원에 1830억 9700만 원, 대한제분에 1792억 7300만 원, CJ제일제당에 1317억 100만원, 삼양사에 947억 8700만원, 대선제분에 384억 4800만 원, 한탑에 242억 9100만 원, 삼화제분에 194억 48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계획(5월 20일 기준)이라 밝혔다. 감경·가중 조정을 거친 최종 과징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제당 3사 관련매출액 3조 2715억 원 대비 과징금 3959억 9100만 원은 12.1% 수준이다. 제분 7사 관련매출액 5조 9913억 원 대비 과징금 6710억 4500만 원(미확정)은 11.2% 수준이다. 이는 적정한 규모일까.
담합 과징금 평균 17%... '너무 적다'는 이유
담합 피해 규모, 과징금·손해배상 적정 수준을 1997년부터 연구한 미국의 경제학자 존 코너(John M. Connor) 박사는 "관련매출액의 약 17% 수준인 제재만으로는 담합을 억제하기 어렵다"고 단언한다. OECD가 국제카르텔 데이터베이스 구축 과정에서 존 M. 코너의 방법론을 따랐다고 명시할 정도로 담합 분야의 저명한 연구자인 그가 17%도 적다고 진단한 이유는 뭘까.
담합이 적발·입증될 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75건의 담합 사건을 분석한 코너 박사는 <담합은 돈이 되는 범죄다 (Cartels as Rational Business Strategy: Crime Pays)>(존 M. 코너 & 로버트 H. 랜디, 2012) 논문에서 "담합 기업에 대한 실제 제재 중앙값은 관련매출액의 17% 정도인데 담합으로 발생한 초과 가격의 중앙값은 관련매출액의 19%"라며 "그러나 카르텔이 실제로 적발돼 유죄 판결을 받을 확률은 20~24%에 그쳤기에, 기업들이 담합을 하며 예상하는 제재 규모는 매출액의 4%(제재 중앙값 17%×적발·입증 확률 20%~24%) 정도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코너 박사는 일부 초대형 담합 사건이 평균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평균보다 중앙값을 연구의 대표값으로 사용함, 기자 주)
결국 기업이 담합을 통해 얻을 것으로 기대하는 이익(19%)보다 기대 제재(4%)가 훨씬 작아, 이 정도 수준만으로는 담합을 억제하기 어렵다는 것이 연구진의 결론이다.

▲코너 박사의 연구 결과를 그래픽으로 구현했다. ⓒ 챗GPT로 이주연 생성
코너 박사 "담합이 초래하는 명백한 피해는 '초과가격'이다"
더불어, 코너 박사가 제재수준을 논하기 전에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하는 작업은 소비자의 피해액 규모를 산정하는 것이다. 그는 "카르텔이 초래하는 가장 명백한 피해는 구매자에게 부과하는 초과가격(overcharge)"이라며 "최적의 제재 수준을 정하려면 카르텔이 초래한 초과가격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추정이 필요하다"(2012)고 강조했다.
단순히 관련매출액으로만 과징금을 계산해서는 안 되고 소비자가 추가로 지불한 금액을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코너 박사가 발표한 가장 최신판 논문 <가격담합으로 발생한 초과가격 분석(price-Fixing Overcharges: Revised 4th Edition, 2024)>은 709개의 담합 사건을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여기서 코너 박사는 담합으로 발생한 초과가격의 중앙값은 경쟁가격보다 중앙값 기준 23.2% 높은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즉 담합이 없었을 시 100원이던 물건이, 담합 이후 123.2원에 팔렸다는 것이다.
여기서 초과가격은 23.2원이다. 23.2원의 초과가격으로 1억 개를 팔았다면, 해당 담합에 대한 손해액은 23억 2000만 원이 되는 것이다. 여기서 코너 박사가 또 강조하는 건, 손해액을 적발·입증 확률로 나누는 작업이다. 손해액이 23억 2000만 원일 때 적발 확률을 20%로 보면, 116억 원(23억 원÷0.2)이 합리적 제재금이라는 주장이다. 코너 박사는 말한다.
"최적의 억지 효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담합 행위가 타인에게 끼친 피해액을 적발·입증 확률로 나눈 수준이 되어야 한다. 이 같은 배수(multiplier)가 적용되지 않으면 기업들은 경쟁법 위반을 저지를 유인을 억제 받지 못한다. (중략) 담합은 돈이 되는 범죄다. 실제로 매우 큰 돈이 된다. 그렇기에 이를 해결할 가장 명백한 해결책은 모든 담합 제재를 5배로 인상하는 것이다." - <담합은 돈이 되는 범죄다>(2012)
담합은 기업 간에 은밀히 진행되기에 적발되기 어렵다. 따라서 제재 규모를 대폭 늘려야 겨우 담합 범죄를 억제하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것이 그의 결론이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설탕·밀가루 담합으로 인한 초과가격은 얼마일까. 이에 따른 피해액은 얼마이며, 여기에 적발·입증 확률을 나눈 값은 얼마일까. 이로써 책정한 적절한 제재 규모는 얼마일까. 알 수 없다.
공정위와 검찰 모두 '피해액' 규모에 대해 산출·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설탕과 밀가루가 들어간 제품을 구입한 소비자는 모두 피해 당사자이지만 자신이 당한 피해 규모가 얼마인지도 알 수 없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국가 공권력을 총동원해서 반드시 시정해야"할 첫 단추는 피해액 규모부터 정확히 셈하는 것일 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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